<기획-상>염증으로 혈류조절장애…인슐린 저항성 때문
최근 제2형 당뇨병이 혈관성 치매를 넘어 '알츠하이머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어떤 원인이 존재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있는 가운데, 지난 7월 미 연구진들이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나는 당뇨병 환자에서 동반된 염증이 혈류 조절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원인을 잡는다면, 당뇨병 환자에서 동반될 수 있는 알츠하이머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까? 예견에 앞서 공개된 연구결과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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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혈액공급 비정상…알츠하이머병 위험↑
Neurology 7월 8일자 온라인판에 공개된 논문 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인지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잠재적인 알츠하이머병을 경고하는 연구결과였다.
논문의 주 저자인 미국 하버드의대 Vera Novak 교수는 이를 두고 "뇌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제2형 당뇨병에서 흔히 나타나는 염증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연구팀이 66세 이상 성인 65명을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군과 받지 않은 군으로 분류한 뒤 기억력과 인지력 테스트를 실시했고, 2년 후 재검사를 시행했다.
분석결과 2년이 지난 후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뇌 혈류 조절 능력이 65% 감소했다. 정보처리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회백질 역시 눈에 띄게 수축했다. 인지력 테스트 결과에서도 당뇨병 환자들의 점수가 낮았는데, 사고와 기억력 부분 점수가 46점에서 41점으로 평균 12% 하락한 것.
아울러 연구 당시 혈류장애가 심했던 대상군은 2년 후 요리와 목욕 등 가벼운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높은 염증 수치는 혈류 조절장애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부연설명이다.
Vera Novak 교수는 "당뇨병 환자의 뇌 속 혈류가 비정상적으로 조절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혈류가 증가하면서 당과 산소가 뇌에 공급하는 기능이 손상됐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고령의 당뇨병 환자는 손상된 뇌 혈류 조절 능력으로 인해 기억력이 감퇴하고 보행속도가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므로, 약물치료 등을 통해 비정상적인 혈류 조절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슐린 저항성…뇌, 당 영양분 제때 공급 못 받아
연구자들에게 "제2형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병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염증' 다음으로 '인슐린 저항성' 때문이라고 답한다. 이유인즉슨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세포가 인슐린을 비효율적으로 이용해 혈액 속 당이 쌓이고, 뇌가 당으로부터 영양분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인지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학 Sanjay Asthana 박사팀도 JAMA Neurology 7월 27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인슐린 저항성이 인지기능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기술했다. 연구팀은 평균나이 60.7세 이상인 150명의 혈액샘플을 채취해 포도당과 인슐린 수치를 측정했고, FDG PET을 통해 뇌 조직의 포도당 대사변화를 영상으로 평가했다. 대상군은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은 높지만, 기억력 감퇴 증상은 전혀 동반하지 않았다.
분석결과 혈당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체내의 당 대사 기능이 손상됐고, 인슐린 저항성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낮았다. 특히 당 대사 기능이 떨어지면, 인지기능 관련 영역이 감소하면서 알츠하이머병 발병위험이 증가했다.
Asthana 박사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뇌가 연료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기억력이 감퇴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오게 되는데, 이는 결국 알츠하이머병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 Claude Messier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만으로 제2형 당뇨병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인슐린을 조절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다는 실마리를 어느 정도 제공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