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조제 활성화 법안 발의 소식에 의료계 '허탈' '분노'...최동익 의원·약사회장 고발까지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병원 원격진료 논란에 이어,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표명해왔던 대체조제 활성화 입법까지 현실화되면서 의료계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종식을 위해 의료계가 전력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의료계를 자극하는 '민감한' 현안들을 끄집어 올릴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 "뒤통수를 맞았다"는 극단적인 비판부터 '로비 입법'을 의심한 검찰고발까지 이어졌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보건복지부다.

복지부는 지난 18일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에 따른 후속조치로, 병원 재진환자에 한해 환자가 집 또는 보건소에서 전화로 담당의사에게 진찰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률상 환자와 의료인간의 원격진료는 불법. 정부 발표 이후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혼란을 틈 타 원격진료 확대를 위한 '뒷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협력병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이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비상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원격진료 시범사업 확대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해명했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2일에는 대체조제 활성화 입법안이 발의되면서 또 한번 의심(醫心)을 자극했다. 국회 최동익 의원이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을 현행 '약사→의사' 직접통보 방식에서, '약사→심평원→의사'의 삼자간 통보방식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의료계의 반발을 산 것.

앞서 약계는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위해 대체조제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의사-약사간 직접통보만을 인정하는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의 변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바 있다.

반면 의료계는 대체조제 활성화시 환자 약화사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며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제도를 단지 경제적인 이유로 허용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맞섰다.

법안발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계에서는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법안을, 메르스 사태로 의료계가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발의한 저의가 무엇이냐는 비판이다.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은 "대체조제는 의약분업 당시 처방과 조제가 분리되면서, 혹여 약국에 처방의약품이 없을 경우, 해당 처방을 낸 의사와 상의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대체조제 활성화는 의약분업의 정신, 당시의 약속을 모두 깨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로 의료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법안발의가 이뤄진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강 상근부회장은 "전 의료계가 합심해 메르스 종식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법안을 기습적으로 발의했다"며 "시기가 아주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약사회가 대체조제 활성화를 지속 요구해온 것이 법안발의의 배경이 됐다고 짚으면서 "대체조제가 활성화됐을 때 누구에게 가장 이득이 가는 지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경제적 논리로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제도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전국의사총연합와 의원협회도 가세했다.

전의총은 24일 성명을 내어 "메르스 퇴치를 위해 의료인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의원협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최동익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활성화는 불법 임의조제를 조장하는 불법을 장려하는 행위"라며 "국민건강을 담보해 약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대체조제 활성화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동익 의원과 약사회간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한 검찰고발까지 이뤄졌다.

의료계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원회는 24일 최동익 의원과 조찬휘 약사회장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의혁투 최대집 대표는 "지난해 치과협회의 입법로비 의혹과 마찬가지로 대체조제 법안 발의도 로비 활동이 있었는지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사안"이라면서 "입법 발의 과정에서 약사회의 조직적인 로비 활동이 있었는지 조사해 달라는 취지에서 고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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