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회원간 진실공방, 결국 의장이 나서 "난상토론 그만" 제지

한동안 잠잠했던 간호계 내홍이 2년제 간호학제 신설을 둘러싸고 다시금 불이 붙었다. 제각기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서 총회장은 소란스러워졌고, 예산 심의 등 본 프로그램 진행이 지연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지난 26일 개최된 제82회 대한간호협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간호인력 개편안'을 두고 회장과 회원들간의 언쟁이 벌어졌다. 

▲ 발언권을 위해 거수하는 회원들.

말문을 연 것은 송재근 이사였다. 송 이사는 "서울에 볼일을 보고 집에 내려가는 도중에 기차역에서 가족들과 함께 집회를 우연히 보게 됐다"며 "그런데 협회 사람들은 한명도 없었다. 간호인력 개편은 간호사의 직원, 역할과 연결되는 것인데 협회는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김옥수 회장은 "2년제 간호학제 신설 반대 협의체가 구성된 사실은 알았지만, 집회가 열리는 사실을 몰랐다"며 "총회에서 대의원들에게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해 추후 정확한 사실을 설명하고, 논의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김 회장의 답변이 끝나자마자 김소선 대의원(서울시간호회장)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삼가해 달라. 현재 남아 있는 3년제 대학들도 많은 논란이 있는데 우리가 제지할 수 없는 상태다. 만약 아무런 대책 없이 2018년에 2년제를 신설하면 상당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협의체 활동에 힘을 실었다.
 

▲ 김소선 대의원이 질의하는 모습.

그러면서 "(본인은)간호 미래를 위해 2년제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분명 지난해 대표자회의 때도 이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었고, 지금도 그 소신은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김옥수 회장은 이에 대해 "김소선 회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 지난해 대표자 회의 후 협회의 해명자료를 배포할 당시 '대표자 일동'에 대한 표기에 대한 의사만 물었을 뿐 '2년제 신설'에 대한 것은 묻지 않았다"며 "현재 협의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협회가 2년제 신설을 찬성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협회는 단지 정부의 간호인력 개편안 마련을 위해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대의원들의 불만 제기와 공방이 계속되자, 협회는 간호인력 개편 및 간호법과 관련한 설명을 진행했다.

설명을 맡은 양수 제1부회장은 "복지부와 논의하고 있는 부분은 간호인력의 업무범위, 수급관리, 양성과정 등"이라며 "오는 2017년말에 현행 간호호인력 관련 규칙이 사라져 2018년에는 전문대학에서 마음대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것은 간호협회에서 제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양 부회장은 "정부, 병원협회, 조무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간호인력개편협의체에서 간협은 간호 3단계를 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사 단계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공고하고 있고, 간호조무사의 위임불가업무에 대해 지속적으로 건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간협은 간호사의 역할과 지위를 확립하기 위해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대의원들의 의문 제기와 불만 토로는 계속됐다.

박현애 대의원은 "지난 2년간 2년제 저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히면서 "김옥수 회장 취임 후 '협회도 2년제 신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고히 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협회가 노선을 바꾼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계속되는 의사진행발언으로 대의원들의 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설명회가 진행됐다.

이에 김옥수 회장은 "양수 부회장이 설명한 것에 답이 모두 들어있는데, 이해가 안 된 것 같다"며 "2018년도부터 전문대 간호조무사 양성은 복지부도 반대하고 간협도 반대한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협의된 사안이므로 이를 제지할 수 없다. 그 대신 우리는 간호인력개편안에 간호조무사의 업무 제한과 간호사의 지위와 입지를 다지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며 지금은 갈등이 아닌 '협의'해야 할 때임을 은연 중에 강조했다.

김 회장의 해명과 설득에도 몇몇 대의원들의 동요가 계속됐고, 급기야는 대의원의장이 나서 "난상토론을 중단하라"며 제지를 가했다.

이러한 제지에도 의사진행발언을 구하는 회원들의 항의로 총회장은 소란스러워졌고, 몇몇 회원들의 민원을 들은 후에 2014년도 재무보고와 결산보고 순서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한편 간협은 2015년도 사업계획으로 ▲상임위원, 특별위원회 운영 ▲중앙회 사무조직 개편 및 운영, ▲선거구별 대국회 활동 지원 ▲간호정책 아카데미 개최 및 지원 ▲정당별 보좌관 간담회 개최 ▲신회관 구입 등을 제시했다.

또한 2015년 예산으로 2015 서울 세계간호사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예산 등을 포함해 전년도보다 18.7% 증가한 209억130만원을 책정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