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관련 의료정책포럼 열려 ... 국민 설득 논리·근거 세밀화 해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5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논란'을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서로 극단적인 사례를 가지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인지 알고 싶지만, 이를 명확히 알려줄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대한의사협회가 5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는 시민사회 등 의료계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솔직한 시각을 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의 논쟁은 의료계·한의계의 직역간 갈등수준으로 비춰지고 있고, 이 프레임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근거들을 보다 세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만 보자면 한의협측의 주장에 상당부분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평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 편의를 위한다는 한의협측의 주장이 꽤 설득력 있어 보인다는 냉정한 평가다.

남 팀장은 "상비약 약국 외 판매 운동 당시, 시민사회가 내걸었던 캐치프라이즈가 국민의 의약품 구매 불편 해소를 위해 안전성이 입증된 상비약을 약국 밖에서도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지금 한의협은 주장은 이와 닮아 있다"고 진단했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포인트를 짚고 있다는 얘기. 실제 시민사회에서 시작된 상비약 약국 외 판매운동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 정책으로 완성된 바 있다.

한의협이 의료기기 사용이 필요한 대표적 사례로 꼽은 '발목염좌 환자'의 사례에 대해서도 정책 입안에 필요한 안전성과 편의성, 경제성의 근거를 상당부분 갖춘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밀한 진단을 위해 의료기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주장, 환자가 진단을 위해 양한방 기관을 오갈 필요가 없어져 국민 편의와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 주장 모두 비의료인,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타당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남 팀장은 의료계가 이에 대해 강력한 반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의 방식이라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측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잣대가 없다보니 심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양측의 대립을 그저 직역간 갈등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남은경 팀장은 "의료계와 한의계가 극단적인 사례들을 가지고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국민들의 눈에는 그저 직역간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는 의료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하고, 그 역할을 의협이 해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사회학 박사) 또한 객관적 근거 마련, 논리 개발을 주문했다.

조 교수는 "예전에 비해 한의사의 의학지식 수준이 높아졌고, 이미 많은 한방병원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 논리가 약하며, 이미 시기도 지나버린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평수 연구위원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응전략을 새로 짜 나가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평수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의사라서 안 된다' '전통의학은 안 된다'는 식의 감성적이고 형식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이제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에 관한 근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면서 "정부를 향해서는 국민의 건강보다 경제성을 먼저 내세우고 있다는 점, 한의사와 의사로 이원화된 면허체계를 만들어 놓고는 이제와 스스로 그 체계를 흔들려는 모순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이평수 연구위원은 의료기기 사용 주체 결정권을 전문가의 몫으로 가져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그간은 의료기기의 사용주체를 결정하는 일을 법률가와 행정가 등 의학적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에 맡겨왔다"며 "전문가인 의료계가 주축이 되어 안전과 효과·비용 등을 전문적으로 검토하고, 그 근거들에 기초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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