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50~400만원 선고, 물품 수수 혐의 한 명은 무죄 인정

"의사들이 미필적으로나마 동아제약으로부터 의약품 채택 목적의 금전임을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1단독 재판부(재판장 송영복)가 26일 동아제약(현 동아ST)의 리베이트 관련 의료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재판에서 동영상 강의(엠라이브러리 서비스)와 설문조사(엠리서치 서비스)와 연루된 89명은 모두 리베이트라고 선고했다. 구매과장이 물품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 한 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주된 목적은 강의 아니었다"

재판부는 동영상 강의가 동아제약이 거래처에 필요한 물품을 파악해 에이전시를 통해 제공한 DCC(Donga Clinic Coordinator)의 연장으로 제작됐으며, 우회적인 리베이트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판시했다.

동영상 강의를 제작하는 의료진은 동아제약이 영업사원(MR)을 통해 선정했으며, MR 교육 목적의 강의라고 하면서도 주제별로 의료진을 선정하지 않고 일단 선정 후 강의 주제는 자율에 맡긴 점 등이 교육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강의는 영업사원 300명이 2개월 수강한다는 것을 전제로 강의당 300만원으로 책정됐는데, 의사들의 강의 편수·방법 등이 각 병의원마다 달라 동아제약이 가용 예선을 감안해 지급했으며 실제 지급액은 계약서와 달랐다고 지적했다.

강의를 제작한 의료진은 수강을 통한 이익의 80%를 개발비로 지급 받는 것으로 돼있는데, 제작한 의료진은 수강 인원을 파악하지도, 이익의 80%를 산정하지도 않고 컨설팅 업체가 주는 금액을 그대로 받았다는 것.

특히 동영상 강의에는 신분이 그대로 노출되는데 계약 내용도 확인 안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려우며, 이는 피고인의 주된 목적이 강의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약협회 윤리경영지침 세부운영기준에 따르면 사업자는 보건의료전문가에게 1일 지급 강연료로 100만원을 초과지급 할 수 없는데, 의료진이 동영상 강의에 상당히 공을 들였더라도 지급받은 강의료는 일반적으로 주어지는 강의료로는 고액이라고 덧붙였다.

"형식적인 설문조사, 활용처 없어"

재판부는 설문조사도 동아제약 MR이 관여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급된 금액은 과다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문조사가 1일당 19만5000원, 조사기간 1.5개월을 잡아 병의원당 약 653만원 선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프로젝트 운영자 인건비 등이 예산에 잡혔지만 의료인이 설문조사를 위해 별도 직원을 고용하지 않았고 장소도 진료실에서 이뤄져 엠리서치에 들인 노력에 비해 고액의 설문조사료가 지급됐다고 밝혔다.

설문 내용도 환자들이 체크한 부분은 성별, 나이, 내원기간, 처음 방문시 만족도 등으로 내용이 지나치게 빈약하고 형식적이어서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동아제약이 설문조사 결과를 MR에게 교육해 영업전략의 기준을 만든다고 하지만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누구를 위한 설문인지,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불분명하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도 동아제약은 모 솔루션 업체를 통해 병의원 홈페이지에 배너광고를 올리게하고 광고비 명목의 돈을 지급했는데 정작 병의원 홈페이지가 없는 경우도 있었으며, 솔루션 업체는 무작정 광고료를 지급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일부 의료진은 광고료가 본인 계좌로 지급된 줄 몰랐다고 주장했는데 당장이면 몰라도 장기간 동안 이를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처방량이 증가하지 않아 판매촉진이 아니라고 하는데, 판매촉진은 기존 처방약물을 줄이지 말고 그대로 지속해 달라는 요구, 불가피한 사유로 줄이더라도 폭을 최소한으로 해달라는 것에도 해당한다"며 "강의료·설문조사료·광고료를 받을 당시 동아제약이 판매촉진으로 제공한 금전이라는 것은 모두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자문 내용이 있어 리베이트가 아니라는 MR의 말을 믿고 동영상 강의에 참여했다는 일부 의료인의 주장에는, MR 설명만 신뢰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해당 법률사무소가 그렇게 밝혔는지 근거가 무엇인지 추가 조회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매과장이 TV, 컴퓨터 받은 곳 무죄"

또 재판부는 동아제약 측이 TV 한 대와 컴퓨터 다섯 대를 제공했지만 이를 의료진이 직접적으로 알지 못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구로 모 병원은 개인병원이지만 본관 10층에 행정직원 등 비의료인만 70여 명이 근무하는 큰 병원인데, 해당 병원 구매과장이 MR에게 컴퓨터와 TV가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동아제약 측은 이를 제공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기소된 의료인이 TV와 컴퓨터를 동아제약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사실을 알고 있는지 증명하기 어렵고, 구매과장도 법정에서 동아제약 측으로부터 컴퓨터와 TV를 제공받았다고 총무부장 등에게 보고했지만 해당 의료인에게 사실을 보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89명에게 벌금과 추징금을, 1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벌금은 50만원부터 400만원, 추징금은 최대 1311만6600원 선으로 결정됐다.

송영복 재판장은 "양형 사유는 기존 고등법원 사건 등을 참작했다"며 "강의를 성실히 준비했는지, 미필적 고의였는지 등을 중요한 요소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편 소송을 진행한 법무법인 청파 관계자는 "고등법원 판결이 영향을 많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처분은 보건복지부가 하는 것이지만 벌금이 500만원 이하이기 때문에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기준으로 2개월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기존 고등법원 판결에서 추징금이 약 1500만원 수준일 때도 선고유예인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은 벌금 50만원이 최소 양형이었다"며 "양형은 재판장의 재량이지만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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