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폐암 표적치료제]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폐암 치료 옵션 무궁무진

'개인맞춤의학(tailored personalized medicine)' 시대를 맞아 최근 임상연구와 신약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암이다.

2000년대 들어 암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이 등장하면서부터 특정 표적에만 선별적으로 작용하는 표적치료제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고, 분자유전학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암치료는 환자의 유전적 배열과 암세포의 특성을 고려해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여러 암종 중에서도 암사망률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폐암은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손꼽히는데,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사에서도 제네릭부터 차세대 신약에 이르기까지 폐암 표적항암제 개발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2015년 새해를 맞아 주목할 만한 폐암 신약과 향후 치료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1. 차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가 몰려온다

2. 연구단계에 있는 폐암신약만도 100여 개

3. "폐암 정복 멀지 않았다"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 인터뷰

 "불과 10여 년만에 폐암은 획기적으로 달라졌다. 폐암이 암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울산의대 이대호 교수(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는 연구분야로 주저없이 폐암을 꼽는다.

가장 앞서가는 암이기 때문에 폐암을 이해하면 기본적으로 다른 암종들의 치료전략을 섭렵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암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 이대호 울산의대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폐암이 암치료 분야를 주도하게 된 배경에 관해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발생자 수가 많은 동시에 사망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암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폐암은 미국을 비롯 세계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폐암으로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수만 22만명이 넘고 사망자수는 남녀를 합쳐 16만명에 육박한다.

위암이나 대장암과는 달리 효과적인 조기진단 방법이 개발돼 있지 않다 보니 3기나 4기 이상 진행된 단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유방암에서의 호르몬요법과 같이 별다른 대안도 없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절실해져 연구가 활성화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똑같은 폐암이라도 세부분류에 따라서는 특성이 제각각"이라면서 "유독 이질성(heterogeneity)이 높다는 폐암의 특성도 맞춤형 치료의 개념을 접목시키는 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금 당장에야 환자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쓸 수 있는 약제가 1세대, 2세대 EGFR TKI와 ALK 억제제 정도지만 진행 중인 임상연구 수를 따져본다면 이제 폐암 치료는 잠재적인 옵션이 무궁무진하다.

암환자가 내원했을 때 항암제 투여를 시작하기 전 환자의 암조직을 떼어내 유전체 분석을 의뢰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암세포의 특성을 스캔한 뒤 유형에 따라 치료전략을 결정하는 일. SF 영화에나 나올 법했던 이런 진료방식이 더 이상 꿈 같은 얘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검사를 진행하지만 고를 수 있는 약제 종류가 더 많아지게 되면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치료가 불가피하다"며 "10년이 채 걸리기 전에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보다 암치료가 선진화돼 있는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암환자에 대한 유전자검사가 대중화되어 있다. 임상시험의 종류가 워낙 많은 미국에서는 환자 한 명에게만 8~10가지 정도의 유전자검사를 시행하고, 프랑스는 국가에서 직접 지정한 26개 기관에서 검사를 실시하며, 독일은 주정부가 검사의 주체가 되는 등 각국의 환경에 따라 방식은 다양하다.

폐암의 EGFR, ALK, ROS나 유방암과 위암의 HER2, 대장암의 KRAS와 같이 지금까지는 하나하나의 분자표적을 일일이 찾아나가는 방식이었다면, 차세대염기서열(NGS)이나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기법 등의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발전속도는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암유전체아틀라스(TCGA)는 미국국립보건원(NIH)과 국립인간유전체연구센터(NHGRI)의 지원으로 시행된 대형 프로젝트의 결과 2012년 편평상피성 폐암과 2014년 폐선암종에 대한 전장유전체 분석을 완료했고 결과를 낱낱이 공개한 상태다.

그는 "맞춤형 치료나 약제개발 면에 있어서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미흡한 점은 많지만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밝혀진 유전정보들을 토대로 실제 임상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과 함께 3세대 EGFR TKI와 면역치료제의 개발에 적극 참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면역치료제는 암을 유발하는 특정 표적이 있는 환자뿐 아니라 암을 진행시키는 전반적인 환경에 관여하는 개념이어서 폐암에 국한되지 않고 흑색종, 신장암 등 다른 여러 암종에 확산될 수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교수는 "미국 데이터를 보면 2190년에 모든 암의 5년 생존율이 100%이고, 2050년만 되도 상당수의 암이 5년 생존율 9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암정복에 이를 날도 머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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