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심포지엄서 대장암 검진권고안 개정 관련 논의

▲ 19일 서울대병원에서 대장암검진권고안 개정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2004년부터 국가검진 프로그램으로 도입된지 10년만에 새로운 대장암 검진권고안이 나왔다.

대장암검진권고안 개정위원회(위원장 정승용)는 19일 심포지엄을 열고 "45~80세 성인에게 1~2년마다 분변잠혈검사를 기본적인 대장암 선별검사로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권고등급 B)"는 내용의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9월부터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대장항문학회 등 8개 학회에서 추천을 받은 18명의 전문가들이 철저한 문헌고찰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멀어보인다. 기본적인 선별검사로서 유일하게 권고항목에 포함된 분변잠혈검사는 검진주기가 정해지지 않았고, 현재 이차검사로 분류돼 있는 대장내시경검사는 시행을 할지 말지 도리어 불확실해졌다.

10년이라는 기간만큼 근거가 쌓였어야 하지만 쓸만한 국내 데이터가 없고, 검진의 질관리가 미비했다는 게 위원회의 입장인데, 향후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에의 적용과 관련된 논쟁도 여지없이 반복됐다. 대장암 검진권고안이 발표됐던 19일 심포지엄 현장을 들여다봤다.


분변잠혈검사 '검진간격' '위음성률' 과제로 남아

이전까지 공개토론회가 진행됐던 5개 암종과 달리 대장암은 검진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데이터 수집 과정이 더욱 복잡했다. 위원회는 '근거중심'이라는 대원칙 아래 대장내시경, 분변잠혈검사, 이중조영바륨관장술, CT 조영술의 4개 검진방법 각각에 대해 이득과 위해, 시행주기 및 연령과 관련된 지침 및 문헌을 일일이 검토했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방대한 양의 학술문헌을 총망라해 과학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는데, 그럼에도 검진간격을 1년과 2년 중 확정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을 남겼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유경 교수(순천향대부천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분변잠혈검사가 대장암 특이사망률을 14% 낮추는 것으로 나왔고, 기존 국가암검진에서도 시행되던 항목이기 때문에 선별검사로 제시된 것이 당연하다고 보지만 검진주기를 정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면서 향후 비용효과성과 국내 실정 등을 꼼꼼히 따져 확정지을 것을 주문했다.

다음으로는 분변잠혈검사의 높은 위음성률이 문제가 됐다.

앞서 가톨릭관동의대 임환섭 교수(국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분변잠혈검사는 잘 디자인된 무작위대조연구들에서 근거평가의 중요한 결과변수가 되는 대장암 특이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췄음에도 위음성률이 21.4~50%로 높아 근거수준을 'moderate'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가정의학회 이경식 교수(분당제생병원 가정의학과)는 "검진센터에서 환자들의 상담을 주로 맡고 있는 의사로서 분변잠혈검사 결과 음성 소견이 나왔을 때 과연 암이 없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암검진에서는 분변잠혈검사 이상 소견 시 대장내시경검사 또는 대장이중조영검사의 추가시행이 가능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빠졌기 때문에 자칫 분변잠혈검사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극단적으로는 국가암검진을 받았음에도 대장암 발견을 놓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예방의학회 주영수 교수(한림대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분변잠혈검사가 현재 에비던스로서 가장 명확하다면 전문학회들이 모여 위음성이 발생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분변잠혈검사의 수검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장내시경검사 "권고등급 B vs. C"

분변잠혈검사의 표준화와 질관리 문제는 자연스럽게 대장내시경검사 권고 여부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개정안에서는 "평균 위험군에 대해 대장내시경을 기본적인 선별검사로 시행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면서도 "개인별 상황에 따라 권고를 고려할 수 있다(권고등급 C)"고 언급했다.

대장내시경이 대장암 사망률을 낮추는 이득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천공, 출혈, 사망 등과 같은 위해와 그로 인한 사후대책도 고려돼야 하므로 이득의 크기를 'small'로 평가했다는 게 그 이유인데, 어떤 대상에게 검사를 하라는 건지 확실치 않아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석환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는 "분석과정에서 대장내시경검사의 합병증 위험이 지나치게 증폭된 것 아니냐"면서 "국민들의 수검행태와 국가에서 발표하는 권고안 간 괴리가 너무 클 경우 파장이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소속으로서 이번 개정작업에 직접 참여했다고 밝힌 엄준원 교수(고대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도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는 50세 이상부터 5년에 1번씩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이대로 국가암검진권고안이 나오게 되면 기존보다 후퇴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염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권고안이면서도 향후 국가암검진으로의 도입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게 이 모든 논쟁의 근원인 셈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박창영 원장(삼성성인내과)은 "대장내시경은 분변잠혈검사의 위음성률을 보완할 뿐 아니라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어 훨씬 더 직접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국가암검진의 1차검사로 대장내시경을 포함시켜야 함을 강력히 주장했다.

박 원장은 "현재로서는 국내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대장내시경을 시범사업 형태로 실시해 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편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김진오 교수(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는 "10년 전보다 권고등급이 낮아졌다는 것은 결국 질관리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대장내시경의 질관리와 의료사고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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