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내과학회 Keynote Session서 변화된 관리전략 다뤄

▲ 27일 세계내과학회 연례학술대회(WCIM 2014)에서 '과민성장증후군 치료의 발전'을 주제로 Keynote Session이 마련됐다.

과민성장증후군(IBS) 환자 관리전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다학제적인 접근방식이 강조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생활습관 개선을 필두로 한 비약물요법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세계내과학회(WCIM) 제32차 연례학술대회 기간 중인 27일 Keynote Session에서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최신 치료'의 주제 강연을 맡은 호주 뉴캐슬의과대학 Nicholas Talley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 대한 일차치료전략으로 식이요법, 운동요법 및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사용의 3가지를 내세웠고, 특히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게 저포드맵식이요법의 우선 시행을 권고했다.

이는 지난 2011년도에 발표됐던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가이드라인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사안으로 근거수준이 약했던 3년 전과 비교해 최신 데이터가 보강된 것이다.

다만 일차치료 이후 치료옵션의 선택에 있어서는 지속되는 증상을 바탕으로 질환의 세부 유형에 따라 적절한 약물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환자에게 지속되는 증상에 따라 변비 증상이 있다면 삼투성 완화제(osmotic laxative)와 리나클로타이드(linaclotide)를 사용하되 골반저근 기능이상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직장검진을 시행할 것을, 설사 증상이 반복된다면 고용량 로페라마이드(loperamide)와 담즙산결합제(bile acid binder)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복부팽만감 등 복부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변비치료와 함께 비흡수성 경구용 항생제인 리팍시민(rifaximin)을 투여하도록 했다. 이날 세션에서 발표됐던 내용을 중심으로 과민성장증후군의 치료전략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식이·운동·프로바이오틱스 요법 먼저

과민성장증후군이란 기질적인 원인 없이 배변 양상의 변화와 복통, 복부 불편감 등을 호소하는 기능성 위장관질환을 의미한다. 즉, 대장내시경검사나 복부 X선검사를 시행해도 별다른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으며 만성적이거나 반복적인 양상의 소화기 증상들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인 특징이다.

ROME III 기준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적어도 한 달에 3회 이상의 복통이나 복부 불쾌감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배변 후 복통이나 불쾌감 완화 △증상과 함께 배변빈도 변화 △증상과 함께 대변이 단단해지거나 묽어지는 대변 형태 변화의 3가지 중 2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 과민성장증후군으로 진단하도록 돼 있다(Gastroenterology 2006;130:1480).

여기에서 복부 불쾌감은 통증과는 다른 불쾌한 느낌을 의미하는데, 병의 상태에 대한 생리학적 연구나 임상 연구에서는 주 2일 이상의 아픔, 불쾌 증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통상적으로 배변 형태에 따라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IBS-C)과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IBS-D), 혼합형(IBS-M) 또는 분류 불능형 과민성장증후군(IBS-U)으로 분류하는데, 발병 빈도는 각각 3분의 1 수준으로 유사하다.

진단기준만 보더라도 암이나 심혈관계질환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문제는 환자가 겪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나 그로 인한 삶의 질 저하가 매우 심각하고,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는 데 있다.

Nicholas Talley 교수(뉴캐슬의과대학)는 "과민성장증후군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진경제나 지사제, Polyethylene glycol(PEG) 등 증상완화에 초점을 맞춘 약물치료가 행해져 왔다"며 "기존 치료는 대부분 근거의 질적 수준이 낮고 오히려 삼환계항우울제(TCAs)와 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SSRI) 등 저용량 항우울제가 위장관운동 증가 및 삶의 질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루텐이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유발한다는 보고에 따라 식습관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신체활동이 증상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나마 약물요법 중에서는 구아닐산고리화효소(guanylate cyclase)-C 작용제인 리나클로타이드가 복통 등을 포함한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장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Gastroenterology 2010;139:1877-1886), 루비프로스톤(lubiprostone)이 위약 대비 변비 증상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미국소화기학회(ACG)에서는 각각을 높은 근거수준과 중등도 근거수준으로 권고한 바 있다(Am J Gastroenterol. 2014;109 Suppl 1:S2-26).

Talley 교수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으로 인한 효과에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며, 비피도박테리움 인판티스(Bifidobacterium infantis)와 같은 프로바이오틱스가 1차 치료요법으로 고려되고 있다"며 "이러한 치료에도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들에게 차후 약물요법을 시도할 것"을 강조했다.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 저포드맵식 근거 획득
-변비형 환자에서 식이섬유 섭취 혜택은 제한적

▲ 호주 뉴캐슬의과대학 Nicholas Talley 교수

Talley 교수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주목받고 있는 식단으로 설사형 유형(IBS-D)의 환자에 대한 '저포드맵식이(low FODMAP diet)'를 강조했다.

포드맵이란 발효된 당,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polyol)에 속하는 짧은 체인을 가진 당류를 일컫는 말로서 한마디로 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당 성분을 의미한다. 이들은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이동해 삼투압에 의해 대장의 수분 배출 및 대장 관강을 확장시키고, 박테리아에 의해 신속하게 발효돼 가스를 생성시키므로 기능성 장질환의 증상 유발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다.

식이습관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은 일찍이 과민성장증후군의 증상을 유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고려돼 왔는데,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적절한 식이와 영양상태의 유지는 영양결핍을 예방하고 증상을 조절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질환의 아형(subtype), 즉 환자가 호소하는 주증상과 평소 식습관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흔히 과민성장증후군 환자들은 특정 음식에 의해 증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과거에는 증상 유발 가능성이 높은 음식물의 섭취를 제한하는 방법이 증상경감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면서 제한식이요법에 힘이 실렸다(Scand J Gastroenterol. 1995;30:535-41).

특정 음식을 섭취한 후 혈청 IgG 농도가 증가한 음식을 제한하면 과민성 장증후군의 증상을 줄일 수 있다는 보고가 대표적인 예다(Gut. 2004;53:1459-64).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식이제한으로 인한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으며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상반된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고(Neurogastroenterol Motil. 2006;18:595-607), 기존에 시행됐던 연구들이 대부분 대조군이 없어 위약효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제한식이요법은 권고수준 2C 등급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2011년도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는 음식의 종류에 관계 없이 규칙적으로 다양한 식품군을 복용하되 충분한 양의 수분을 섭취할 것이 우선적으로 권고됐다(Digestion 2009;79:196-201).

저포드맵식이가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증상호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역사가 길진 않은데(Am J Gastroenterol 2013;108:707-717), 일반적으로 사과, 배, 망고, 수박, 체리와 같은 과일류와 마늘, 양파 등의 채소, 콩류, 유제품 등이 포드맵 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알려진 대표적 식품군이다. 따라서 이러한 식품들에 대해서는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서 다량 섭취 시 주의할 것이 요구된다.

이에 Talley 교수는 25명의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에게 2주동안 포드맵 성분이 높은 음식을 제한하도록 했을 때 약 80%의 환자에서 증상이 완화됐다는 연구 결과(Clin Gastroenterol Hepatol. 2008;6:765-71)를 근거로 들어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3분의 2에서는 저포드맵식이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1일 동안 전통적인 호주 식단과의 비교를 시행한 연구(Gastroenterology 2014;146:67-75)에서는 저포드맵식이를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 환자의 일차치료요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IBS-C) 환자에게는 대장운동을 촉진시켜 대장 통과시간을 단축시키고 대변경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할 것을 권장했는데, 상대적으로 식이섬유의 증상개선 효과에 대한 근거는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