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적 요인 평가로 예방·치료·예후 개선 가능

과민성장증후군(IBS)은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회적 질환으로 5~15%의 유병률을 보인다. 더욱이 해당 환자들은 낮은 삶의 질과 더불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안고 살아가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대개 IBS는 임상적으로 결장에 국한돼 있지 않고 기타 장기로도 번질 수가 있으며, 소화불량증, 위식도역류질환(GERD), 간질성 방광염, 섬유근육통, 만성피로, 불면증, 두통 및 편두통, 심리불안 등 다수의 공존질환까지 동반하기 십상이다.

때문에 IBS는 다차원적 관찰이 요구되는 기능성 질환으로 인식돼 환자관리는 다학제적인 접근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IBS 환자의 치료와 관련해 복합병태생리 모델을 평가하고, 수용체 타깃 신약들의 안전성을 비교했다.

IBS는 기능성위장장애(FGID)의 범주에서 주요 위치를 점한다. 이는 IBS가 가장 흔한 발병이 보고되는 위장관계 질환 중 하나지만 특정 바이오마커의 부재로 병태생리 기전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차 분분한 상황이다.

하지만 IBS의 정의는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개선되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로마기준은 현재 Ⅳ차 분류가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다.

IBS는 기질적 질환 없이 복통 혹은 복부 불편감이 배변습관의 변화를 동반해 발생한다. 이는 명확한 단일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닌 여러 원인인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질환이 유발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원인인자로는 소화관 운동의 변화, 내장 과민성, 유전적 요인, 장내 세균총의 변화, 뇌-장관 상호 연관성,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이상, 영유아기의 학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연관성을 보이며 증상을 초래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에 건국의대 성인경 교수(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는 "IBS의 치료목표는 다양한 병태생리를 고려해 가장 불편한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것"이라며 "이때 '경고 증상'의 유무를 살펴봐야하는데 체중감소, 직장 항문 출혈, 대장암이나 난소암의 가족력, 배변습관의 변화가 60세 이후에 발생해 6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빈혈, 복부 종괴, 직장 종괴 등이 의심될 수 있어 기질적 질환을 찾기 위한 적극적 노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2006년 개정된 로마기준 Ⅲ의 정의에 따르면 IBS는 배변형태에 따라 아형을 변비형 과민성장증후군(IBS-C), 설사형 과민성장증후군(IBS-D), 혼합형 과민성장증후군(IBS-M), 분류 불능형 과민성장증후군(IBS-U)으로 분류했다.

이와 관련 현재 사용되는 여러 진단기준 평가 결과 1978년 발표돼 주요 특징을 6개 항목으로 구분한 매닝기준(Manning criteria)은 유효성과 정확성이 높은 반면, 로마기준 Ⅲ는 특히 임상시험에서 유효성이 떨어져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염증성장질환 따로 떼어 봐선 안돼
정통적으로 IBS와 염증성장질환(IBD)은 별개 질환으로 구분하려는 경향이 있다. IBD는 전형적인 기질적 질병으로, IBS 경우 기분에 의한 장관계의 기능장애로 간주하는 것.

그러나 최근 공개된 연구에서 두 질환이 일부 원인인자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증거를 봐도 IBD와 IBS 모두 유전적, 미생물학적, 면역학적, 상피성 요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두 질환은 이러한 요인들이 상당부분 중복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IBD에서 '뇌-장관 축(Brain-Gut axis)'의 기능장애를 포함, 크론병과 IBS는 TNFSF 유전자의 영향을 받고 비정상적인 미생물군 분포와 숙주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 IBS 환자에서 낮은 수준의 염증반응 관찰 및 IBD가 관해된 환자에서 IBS 증상의 진전이 대표적 사례다.

결국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혜택을 얻기 위해서는 IBD의 특정 징후에 기능적인 접근이 고려돼야 하고, IBS 환자에서는 장기(organ) 이상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연구자들은 중추신경계(CNS)와 장관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장내미생물군의 조성을 변화시킨다든지(실제 살모넬라균 감염 환자에서 IBS 위험도 8배 증가), 염증유발사이토카인(IL-10, 12, Th1 편향화)과 점막과 관련있는 T림프구와 비만(mast)세포의 증가로 인한 면역 활성화 기전 등에 주목하고 있다.

'생체심리사회적 모델'로 접근해야
앞서 엥겔(Engel)의 생체심리사회적 모델(biopsychosocial model)은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역할에 더해 신체적·심리적 요인들을 강조했다. 모든 질병은 정신-신체적 증상인 동시에 신체-정신적 증상으로 볼 수 있으며 심리 및 신체적 요소가 복잡한 상호 반향적 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IBS의 병인과 관련해 생물학적, 정신의학적, 사회적 인자를 아우르는 모델이 제시되면서 점진적 발전을 보이고 있다. 대만보훈병원 소화기내과 Full Young Chang 교수가 국제소화기학(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온라인판 5월 14일자에 게재한 논문에서 '생체심리사회적 기능장애 모델(biopsychosocial dysfunctional model)'은 IBS를 이해하는 데 그간 언급된 기전을 통합하는 하나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그림>.

IBS의 병태생리는 생물학, 화학, 물리, 환경, 경제, 문화, 도덕, 정신적 결함들이 한데 얽혀 해당질환으로 이행된다는 관점이다. 이 같은 기전은 생물학적 결함, 정신 및 사회적 영향의 크게 3가지로 구분지을 수 있다.

제시된 그림을 보면 삶의 초기 혹은 청소년기에 생체심리사회적 상호작용이 시작돼 IBS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위장관의 운동성, 소화, 감각, 내분비계, 분비, 면역기능과 신경조절 및 조정작용에서 유전적 혹은 환경적 요인에 의한 생물학적 결함으로 증상이 유발될 수도 있다. 

더불어 초기 남용, 스트레스, 사회적 학력 수준, 모방행동 등의 다양한 사회적 영향과 밀접한 정신학적 문제는 뇌-장관 축을 통해 신경면역반응을 촉발시키고 증상을 악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생체심리사회적 모델은 '양방향성 인과관계'와 피드백의 특징을 가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청소년기에 위 3가지 요인의 결함을 수정 및 보완한다면 성인기에 발병하는 IBS의 증상과 질병작용 및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 

특히 제시된 모델은 IBS와 함께 보고되는 많은 공존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접근법이 IBS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편두통 및 긴장성 두통, 만성 피로 증후군, 섬유근육통 등 다양한 통증관련 장애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학제적 치료약물, 치료 옵션 넓혀
관심 끄는 수용체표적 신약, 이상반응 보고로 차질

다양한 병인을 가진 IBS의 임상시험에서 위약군의 효과를 월등히 뛰어넘는 활성약물을 개발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제제가 위약 대비 효과를 40~50% 정도 높인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재 위약효과는 뇌의 기능적 신경영상 촬영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표>.

 

제시된 표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IBS 치료 옵션 목록이다.

우선 위장관의 평활근 세포에 존재하는 무스카린성 수용체와 칼슘채널을 차단하는 진경제는 지난 십여 년간 IBS를 치료하는 가장 오랜 약물로 해당환자에서 가장 빈번히 관찰되는 장관의 운동성과 복통에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진경제의 유효성과 권고근거에 있어 각기 다른 IBS의 정의, 제한된 케이스 수, 적합치 않은 연구의 종료점 및 평가법, 용량, 기간, 부작용 기록 등 임상시험에서 드러난 결점으로 인해 비교적 타당치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표에서 하이오신 부틸브로마이드(hyoscine butylbromide)는 사용되고 있고 전반적인 메타분석 결과 복통을 호소하는 IBS 환자에는 치료적 혜택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진경제가 오랜시간 시장판매로 인한 인지도 형성과 함께 IBS 환자에서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는 있지만 의료진은 항콜린제의 부작용을 인지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사제 중 로페라마이드는 초기 임상시험에서 이미 위약 대비 대변의 묽기 및 절박감, 복명, 복통에서 효과를 보여 급성 및 만성 설사에서 IBS-D 치료에 유일하게 추천되고 있다. 하지만 메타분석 결과 이 제제가 설사는 경감시키지만 환자에서 복통을 줄이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삼투성하제는 오랜 시간 IBS-C 환자의 변비를 치료하는 데 권고돼 왔지만 놀랍게도 관련 환자에서 유효성과 관련된 평가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기능성 변비 치료에 따른 대부분의 임상적 경험이 그대로 IBS 치료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분석했다.

단지 소규모 임상연구에서 폴리에틸렌글리콜이 위약대비 배변 빈도 개선을 확인했고 이 또한 IBS-C 환자에서는 복통을 개선하지 못했다. 이에 최근까지 IBS-C 환자에서 삼투성하제의 권고근거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한편 지난 세기말부터 IBS 치료에 약물학적인 효과를 입증한 수용체 타깃의 신약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5-HT 수용체 효현제와 길항제를 포함하는 관련 약물들은 효과를 바탕으로 대조군시험에서 위약을 뛰어넘는 효과를 입증하며 승인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상반응이다.

일례로 IBS-D에 사용된 알로세트론(alosetron)과 실란세트론(cilansetron)은 그 효과가 특히 여성 환자에서 명확히 확인됐지만 이런 계통의 약물을 처방할 때는 중증 변비와 허혈성 대장염을 포함 심각한 부작용 유발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라모세트론(ramosetron)은 동아시아에서 시행된 임상연구 결과 여성과 남성 IBS-D 환자 모두에서 복통과 복부 불편감, 배변습관에 혜택이 확인됐지만 부작용으로 딱딱한 변이 보고됐다.

IBS-C 치료제로는 테가세로드(tegaserod)와 프루카로프라이드(prucalopride)가 있다. 여기서 테가세로드는 심각한 심혈관 이상반응으로 인해 시장에서 퇴출됐다가, 2007년 미국에서 55세 이하의 여성및 심혈관 위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인 사용이 허가됐다.

반면 프루카로프라이드와 나로나프라이드(naronapride)는 심혈관 안전성 확보로 기대를 모은 상황에서, 프루카로프라이드가 기능성 변비 환자에 효과가 확인됐다고 해도 테가세로드처럼 IBS-C 환자 치료까지 효과적인지는 의문이 따른다.

렌자프라이드(renzapride)는 IBS-C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임상에서 제한된 효과를 보여 중단됐다.

이와 함께 루비프로스톤(lubiprostone)은 IBS 환자를 포함 변비를 적응증으로 미국 및 영국, 일본에서 새로이 승인된 신약이다. 이 제제는 변비 치료에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았지만 가장 빈번히 확인된 구토를 시작으로 설사, 복통, 복부팽만이 일부 부작용이 보고됐다. 또 드물게 호흡곤란과 허혈성 대장염이 관찰됐다.

이어 리나클로타이드(linaclotide)는 2012년 IBS를 포함 중증 변비 환자 치료목적으로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 제제는 루비프로스톤과는 다르게 장세포의 내강 표면에 GC-C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첫 약물로 내장통증도 감소시켰다. 임상에서 리나클로타이드는 IBS-C 환자에서 복통, 복부 불편감 및 팽만, 배변증상, 배변의 묽기를 개선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IBS 치료에서 운동성, 내장감각, 장관분비, 신경면역, 뇌-장관 축에 작용하는 특정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신약들이 다양하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질환의 병태생리, 경구용 제제의 효과적인 생체이용률, CYP 비의존 대사기전, 1일 1회 복용과 음식물 및 기타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적고 원치 않는 대사산물이 발생하지 않으며 약효의 장시간 지속 및 안전성이 높은 신약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항생제는 장내 미생물군의 불균형을 치료하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리팍시민(rifaximin)은 일부 비설사성 IBS 환자 대조군시험에서 전반적인 증상 및 복통과 배변 기능장애, 복부팽만의 개선을 보였다.

또 IBS-C 환자에서 네오마이신(neomycin) 치료는 전반적인 증상과 변비에 개선을 확인했지만, IBS가 만성적이고 재발성향이 강해 항생제의 장기간 혹은 반복적인 투약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 문제는 미결 과제이다.

치료제 안전성 비교 결과
위에 언급한 IBS 치료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것은 약물개발 과정에서 중요하다. 이에 제제의 안전성과 관련된 케이스 보고서 및 1상부터 4상임상까지의 논문을 재검토하고 평가를 진행한 연구를 간략히 소개한다. 평가된 약물은 기승인됐거나 허가를 위해 연구가 진행중인 약물이다.

연구결과(WJG doi: 10.1517/14740338.2014.902932), 보고된 이상반응은 가볍거나 중등증 수준의 장관 관련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설사는 리나클로타이드(상품명 린제스)와 렌자프라이드를 사용한 그룹에서 위약대비 유의하게 높았다. 변비는 라모세트론(상품명 이리보)을 사용한 환자에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또 낮은 체내 생체이용률을 가진 루비프로스톤(상품명 아미티자), 리나클로타이드, 리팍시민(상품명 노르믹스)은 보다 적은 이상반응을 나타내 환자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아시마돌린은 카파-아편수용체에 말초적으로만 작용해 CNS의 부작용과 관련이 없는것으로 나타났다.

루비프로스톤과 리나클로타이드는 용량 의존적 이상반응을 야기시켜 치료 시작 시 최소 유효용량이 권고됐고, 라모세트론은 설사형 IBS에서 안전성과 내약성, 유효성 평가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 리팍시민, 아시마돌린, 렌자프라이드는 여전히 안전성과 관련해 장기간 임상연구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