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6곳-환자 1200명 평가결과로 전국 확대 여부 결정…'반쪽짜리' 시범사업 비판론 대두

긴 논란 끝에 정부가 16일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델을 공개했다.

서울 송파와 강원・충남・경북・전남 등 전국 9개 시군구에서 보건소 5곳과 동네의원 6곳・교도소 등 특수지 시설 2곳을 참여시켜, 1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6개월간 실시한다는 것이 골자.

이는 당초 정부 계획에 비해 대폭 축소된 것으로, 사업의 실효성・신뢰성 여부를 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시범사업 규모 대폭 축소…신뢰도 논란 자초

원격의료 시범사업 주요 내용

- 사업지역
  서울 송파, 강원, 충남, 경북, 전남 등 전국 9개 시군구
- 참여기관
  의원 6곳, 보건소 5곳, 특수지 2곳 등 총 13곳
- 대상환자
  1200명(실험군・대조군 각 600명)
  고혈압・당뇨로 기존 해당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왔던 재진환자
- 사업내용
  원격의료모니터링 중심/ 원격진료 추후 시행
-사업기간
  2014년 9월~2015년 3월(6개월)

보건복지부는 16일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모델을 공개하고,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일단 시범사업 지역은 서울 송파와 강원 등 전국 9개 시군구로 정해졌다. 이는 당초 계획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원격의료 시범사업 착수 계획을 밝히면서, 서울과 부산 등 3개 광역시와 3개 중소도시, 목표와 신안 등 3개 도서지역 등에서 광범위하게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 단위에서 일부 지역 단위로, 그 범위가 크게 좁아진 셈이다.

사업의 내용도 기존 안보다 제한적이다.

9월 시행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원격의료 기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그에 따라 원격의료 상담을 진행하는 ‘원격의료 모니터링’으로 진행된다. 과거 산자부 중심으로 진행했던 스마트케어 사업과 유사한 형태.

당초 정부는 원격 진단과 처방을 포함하는 ‘원격진료’까지 시범사업에 포함시켜 안전성과 유효성을 짚어나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원격진료는 이번 1차 시범사업에서는 최소화 했다.

정부는 추후 준비과정을 거쳐,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추가한다는 방침이지만 진단과 처방이 원격진료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참여 없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참여 기관 수, 대상 환자 수도 예상에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 참여기관이 의원급 6곳과 보건소 5곳, 교도소 등 특수지 2곳이라고 설명했다. 의원 6곳에서의 사업 성패로, 2만 5000곳이 넘는 전체 동네의원으로의 사업 확대 적용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셈.

시범사업 대상 환자 또한 고혈압・당뇨로 기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던 재진환자 등 1200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밝혔던 원격의료 대상자 847만명의 0.01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의원 6곳 사업결과로 전국 확대 점치겠다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제대로 끌고 갈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배경을 생각할 때, 모델 자체가 턱없이 허술하다는 얘기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원격의료 사업의 전국 확대 적용을 전제로 한 일종의 시험대로 고안됐다.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이에 반대하는 의료계와 시민사회・야권을 설득하기 위한 카드로 시범사업이 계획된 것.

정부의 입장에서는 시범사업을 성공시켜 반대여론을 설득해야 최종 목적지인 원격의료 전면 시행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인데, 이 같은 형태의 시범사업으로 사업의 효과성을 증명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야당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이 정도 모델이라면 굳이 시범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면서 “의원 6곳, 1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의 성패로, 전국 2만 5000곳에 이르는 동네의원, 847만명에 이른다는 원격의료 대상자에 사업 확대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서울 송파 등 정부가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지역은 이미 원격의료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이라며 “사업 시행을 위해 요식행위로 하는 시범사업이라면, 절대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평가위원 구성도 '안갯속'…"보여주기식 시범사업 안될 일"

정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꾸려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초 정부는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의료계와 정부 동수로 중립적 평가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었다. 대한의사협회와 복지부가 공동으로 평가인력을 꾸림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의협의 참여가 불발로 그치면서, 평가위원회 구성 또한 복지부 몫이 됐다. 정부가 시행한 시범사업의 평가를 정부가 단독으로 구성한 평가단이 평가하게 된 셈이다.

복지부는 "고혈압·당뇨분야 임상전문가, 임상시험 및 통계 전문가, IT 전문가 등 10여명으로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위원회를 구성하며, 의료계의 추천을 받아 의료계 인사도 평가위원회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의협은 "복지부 단독으로 추진하는 시범사업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참여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무시한 채 정부 입법의 타당성만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 졸속책"이라며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전문가인 의료계의 입장을 무시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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