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암환자 급증…미국에서 일부 병원 중심 확산 움직임 보여

국내에도 호스피탈리스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종양내과 호스피탈리스트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암환자들을 치료하는 일부 암센터와 통합진료센터를 중심으로 종양내과분과에 특화된 호스피탈리스트 모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는 것.

호스피탈리스트란 미국에서 입원환자 관리 및 당직을 전문으로 하는 내과전문의 제도다. 호스피탈리스트학회(SHM)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약 1만1000명이었던 호스피탈리스트 수는 2012년 기준 약 3만5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보편적이진 않지만 최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를 일반내과 전문의(generalist) 영역으로 확대, 신경과, 정형외과, 소아과, 일반외과, 종양내과 등 특정 분과로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암환자 치료가 점차 외래 기반으로 바뀌어 감에 따라 종양내과 전문의(oncologist)들이 외래환자에게 더 집중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지목한다.

미국클리블랜드대학병원에서 호스피탈리스트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Jonathan Wynbrandt 박사(MD)는 "종양내과 전문의들은 일반적으로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상대적으로 입원환자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적다"며 "진료의 연속성 측면에서 봤을 때 호스피탈리스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2010년 클리블랜드대학병원에서 1명으로 시작했던 호스피탈리스트 프로그램은 4년이 지난 지금 6명의 의사로 운영되고 있다. Wynbrandt 박사는 "내년 이맘 때에는 10명 혹은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종양내과 호스피탈리스트팀을 꾸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암환자들은 물론이고 암이 아닌 혈액질환 환자들까지도 포함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에 대한 종양내과 전문의들의 반발도 만만치는 않았다.

미국 MD앤더슨암센터에서 호스피탈리스트겸 조교수로 근무하는 Maria-Claudia Campagna 교수는 "종양내과 호스피탈리스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던 2006년 당시에는 종양내과 전문의들이 입원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포기하길 원치 않았고 매우 꺼려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 숙달된 호스피탈리스트의 가치를 깨닫게 됐고 협업이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Campagna 교수는 "현재 MD앤더슨암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종양내과 호스피탈리스트는 9명에 이르며, 이들은 주로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증과 동반질환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며 "협업 과정에서 종양내과 전문의들과 호스피탈리스트들이 지속적으로 환자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소통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들의 인력난이나 진료의 효율성, 질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종양내과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는 미국에서 2025년까지 신규 암환자수는 4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같은 기간동안 종양내과 전문의수는 28%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여 1487명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적으로 종양내과 의사 1명이 매년 약 300명의 신규 환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략 대략 45만명 정도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종양내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는 이러한 환자부하 문제를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7년 ASCO 연례학술대회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질 높은 진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워싱턴의대 A. E. Denes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공개되기도 했다(J Clin Oncol. 2007;25[18 suppl]:19630).

종양내과 호스피탈리스트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 환자 만족도가 유의하게 향상됐을 뿐 아니라 수련의들의 교육수준을 높여 졸업자들 사이에서 1년에 3~4명 정도에 머물렀던 종양내과 지원자수가 7~8명으로 늘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내과의들은 진료 스케줄을 유지하면서도 연구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보편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한편 Campagna 박사는 "임상 성과에 대한 실제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점을 한계점으로 지적하며 "진료현장에서의 경험이 쌓이는 만큼 임상적 혜택을 입증할만한 분석자료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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