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응답하라 의료윤리
내가 생각하는 의사직업윤리

김이연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전임의
‘일이 재미있으면 인생은 천국이다. 일이 의무가 된다면 인생은 지옥이다.’
러시아 문호 막심 고리끼(Maxim Gorky, 1868~1936)가 한 말이다.
의사에게 그리고 의사가 아닌 이들에게 직업으로서의 의사는 어떤 해석과 지향을 가져야 할까. 철학과 종교의 역사성과 관련한 '직업윤리'의 가치 발달은 1)소명의식 2)천직의식 3)직분의식 4)책임의식 5)전문가의식 6)봉사의식으로 구성된다. 이에 의무기록(Medical Record)의 고식적(Conservative) 형태를 적용해 '의사직업윤리'를 서술해보았다.

의사직업윤리의 임상의학적 접근
Subjective = 위의 여섯 항 중 전반의 소명, 천직, 직분의식은 주관적(Subjective)인 의식으로서 행위자(의사)인 내가 나의 직업(의업)에 대해 갖는 생각 혹은 믿음을 말한다. 즉, 나의 일이 하늘의 부름을 받아 나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꼭 맞고, 사회와 타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믿는' 것이다.

Objective = 반면 책임, 전문가, 봉사 의식은 상대적으로 객관적(Objective)인 관점으로서, 의사로서 사회가 기대하는 책무를 다하고 전문적인 분야의 지식과 태도를 갖추며 공동체에 대한 봉사를 실천하는 모습이 '실제로 관찰'되는가의 측면이다.

Assessment = 의사의 직업윤리에 대해 내용적 구성을 지식 혹은 정보로서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의사의 직업 혹은 의사가 제공하는 업무인 의업의 본질에 근거(Evidence-Based)한 상태에서 이에 대한 적합한 평가(Assessment)가 가능할 것이다. 의업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화폐획득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될 때와 하늘이 부여한 소명이자 천직으로서 타인에게 책무를 넘어 이득을 주는 역할일 때의 평가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점은 '직업윤리'가 적용되는 순간 상기의 여섯 항들은 한두 가지만 선택할 수 있는 배타적 항목들이 아니라, 포괄성을 띠고 동시에 구현돼야 할 가치들이 된다는 것이다.

Plan = 오늘 우리가 속한 의료 환경 내에서 의사의 직업윤리는 어떤 이에게 '실재'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부재'한 모습이다.(증례로 2013년 말 의료계 내부의 자정작용을 촉구한 지도전문의의 여성전공의 성추행 사건을 떠올려보자.) 이전에 다룬 적이 없던 병리적 현상이라면 이에 대한 기준을 규정(Definition)하고, 표준화(Standardization)해 널리 적용해야 할 것이다. 재발 및 악화를 막기 위한 공인된 대처법(Guideline)을 구성하고 적용해야 한다. 어떤 행위가 위의 과정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로 대상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면, 전문가의 의견(Expert Opinion)으로 인정하기보다 비의료적(Non-medical) 혹은 반의료적(Anti-medical)인 것으로 판단해 퇴출시켜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이제 다시 처음 고리끼의 어구에서, 의사가 일에서 찾아야 할 지점을 더듬어본다. 다음과 같이 확장된 최근의 경구로부터, 의사의 직업윤리가 의업을 지옥이 아닌 지상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을 꿈꾼다.

하는 일을 천직(Calling)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대는 천국(Heaven)에 있을 것이다. 사회생활(Career)이라고 생각한다면, 지상(Ground)에 있을 것이다. 단지 보수를 받기 위한 의무(Job)일 뿐이라면, 그대는 지옥(Hell)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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