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적응증 기반 약가제도' 재차 제안 나와
정부 "적응증별 약가 차등 공감하지만..."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면역항암제의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적응증에 기반한 약가 결정제도(IBP)를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주최로 열린 '면역항암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주장이 다시 나왔다. 

면역항암제는 여러 암종에서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부상하고 있고, 글로벌에서는 환자의 생존 혜택을 기반으로 표준치료로 자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 약제가 적응증 추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비소세포폐암 분야를 보면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가 이뤄진 2017년을 기점으로 환자 생존율에서 차이를 보인다.

면역항암제 건강보험 급여 이전 전이성 폐암의 5년 생존율은 6.7%에 불과했지만, 2017년 이후에는 12.1%까지 높아졌다. 

반면, 면역항암제 급여가 이뤄지지 않은 전이성 위암 분야의 생존율은 같은 기간동안 5.9%에서 6.6%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세암병원 라선영 교수(종양내과)는 "전이성 위암, 삼중음성유방암 등 신약의 혜택으로부터 오랫동안 소외된 암종에 있어서는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가 더 필수적"이라며 "확실하게 환자의 생존 혜택 개선을 입증한 약제라면 중복되고 소모적인 건강보험 급여 절차를 개선해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동덕여대 약대 유승래 교수는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ICER값이 가장 높게 산출되는 적응증의 건강보험 급여 가격이 나머지 적응증에까지 적용될 경우 재정 절감 측면에서는 가장 유리하다. 하지만 적응증 별로 다른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적응증 기반 약가 제도는 이미 영국, 호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는 적응증별 비용효과성이나 사용량을 고려해 제도를 운영 중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여러 이유로 도입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약품의 적응증 확대 시 사후관리 제도 중 기등재 의약품의 사용범위 확대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 면역항암제가 속한 위험분담제 계약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와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을 거쳐 비용-효과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에 공급자 입장, 환자 접근성 측면, 재정관리 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승래 교수는 "한국은 건강보험 급여에 가장 먼저 등재되는 적응증의 가격이 해당 약제의 전체 급여 등재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며 "약가제도 기본 운영원리를 준수하면서 환자 접근성과 합리적인 재정 지출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최초 등재와 급여 확대 시 가치기반, 근거기반 평가의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적응증별 가치에 따라 약가, 예상 청구금액, 위험분담제 차등화를 제안했다. 

반면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를 도입한 스위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을 보면 정부 고시 가격은 동일하게 표기하지만, 각 적응증별로 환급률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표시가격 100만원인 약제의 A 적응증의 환급액은 20만원, B 적응증은 60만원인 식이다. 
  
그는 "위험분담제 급여 확대 시 비용효과성 원칙, 적응증별 추가재정 분담, 확대 소요기간 단축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행 상병코드에 특정 내역 구분 코드를 개발하고 환급 조건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운영 중인 '다년도 다적응증 관리 계약(MYMI)'도 제안했다. 추가적인 임상적 가치와 예상 치료수요를 고려해 가중평균가를 계산하고, 다년도 허용예산을 설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政,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정부도 적응증별로 약가를 차등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전제는 명확했다. 

건보공단 정혜민 약제관리실장은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는 적응증별로 환급률을 달리 운영하는 만큼 단일보험 체제인 국내에서는 별도의 상병코드가 부여돼야 하고 환자에게도 별도의 환급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건보공단은 제도 도입 이전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 실장은 "적응증 기반 약가 결정 제도를 도입하면 암종별로 환자 본인부담이 다를텐데 이를 환자들이 받아들일지, 위험분담제 만료 후 약제 가격이 불투명한 점은 어떻게 합의할 것인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평원 김국희 약제관리실장은 "새로운 치료옵션이 등장하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최근 신약은 임상시험 기간이 짧고 소수의 환자만 대상으로 하는 등 한계가 명확해지고, 불확실성은 커지는 상황"이라며 "조속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만큼 업계가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할 제약업계의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암종을 위주로 급여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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