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서울아산병원 등 수도권 대학병원들 전공의 훈련 위한 임상술기센터 본격화
지방 대학병원은 인력과 비용, 교육 프로그램 부족으로 어려움 겪어
세브란스병원 정현수 교수 "역량 갖춰진 의사들이 환자를 만나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 센터 모습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 센터 모습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안 그래도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 조만간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에서 수련받은 전공의들의 실력도 차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환자 안전이 중요해지면서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수도권의 주요 대학병원은 임상술기센터(의료시뮬레이션센터)를 만들고, 이곳에서 전공의들을 교육· 훈련시키고 있다. 

2009년 의료시뮬레이션 센터를 개소한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센터를 확장하고, 각 연차별로 필요한 교육을 강화했다.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교육받는 VR 콘텐츠와 PC, 모바일로 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개발해 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SMART 시뮬레이션센터를 오픈한 분당서울대병원은 가상의 복강 내부에서 각종 술기와 수술을 연습할 수 있는 복강경 시뮬레이터를 갖췄다. 

복강경 시뮬레이터는 모니터에 복강 내부 환경을 보여주고, 수술과 동일한 무게감, 떨림 등 실제와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어 직접 수술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SMART 시뮬레이션센터를 오픈하고 전공의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  SMART 시뮬레이션센터를 오픈하고 전공의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첨단 IT 기술 등을 결합해 실제 임상과 흡사한 훈련을 시키고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전공의 훈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방 대학병원들은 걸음조차 떼지 못한 곳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시뮬레이션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도훈 교수(소화기내과 교수)는 이제 의사가 환자를 통해 훈련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환자 안전을 위해 충분히 준비된 의료진만 환자에게 시술, 수술할 수 있는 제도를 모든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임상술기센터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관심 가져야"

전문가들은 지금 상태로 계속 가면 수련받은 곳에 따라 전공의들의 술기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문제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정부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브란스병원 임상술기센터장인 정현수 교수(응급의학과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지금이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전공의들이 훈련받을 때 단순한 술기만 하는 게 아니다. 주변을 시끄럽게 하거나 어수선하게 만드는 등 술기 환경에 여러 변수를 줘 실제 임상 현장과 가장 비슷하게 해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비기술적 술기'라고 하는데, 이렇게 1년차부터 4년 동안 수련받는 전공의와 그렇지 않은 전공의들의 술기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교육 프로그램, 장비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이 문제에 관심을 갖은 것은 교육부가 먼저였다. 

2021년 교육부가 지방 국립대학병원에 임상교육훈련센터 구축을 위해 지원을 시작해 2025년까지 187억원 정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병원들이 센터를 설립 중에 있다. 문제는 임상술기센터만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전공의들을 교육할 수 있는 의사, 교육 프로그램, 모형 등 시스템이 갖춰져야 훈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실습에 사용되는 모형은 몇 백만 원에서 몇 억원을 호가하는 수입품들이다. 병원 경영진도 선뜻 구입하기엔 고가라 어려움을 겪는다"며 "모형을 통해 전공의에게 교육할 수 있는 의사도 부족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아산병원 김도훈 교수는 충분한 전공의 교육 시간 확보, 강사진에 대한 충분한 리워드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들이 업무에 쫓기지 않고, 충분히 배울과 자기 실습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간 확보가 중요하다"며 "전공의 술기 인증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전공의들을 가르치는 강사진 또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인정도 같이 따라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술기센터, 병원인증평가 기준에 넣어야 할 만큼 중요"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정현수 교수 

세브란스병원 임상술기센터장 정현수 교수(응급의학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임상술기센터장 정현수 교수(응급의학과 교수)

- 병원 내 임상술기센터 활동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동안 전공의들에게 임상 술기를 교육할 때 주로 강의나 주입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환자 안전이 중요해지면서 이제 그런 방법으론 전공의들을 훈련시킬 수 없다.

임상 현장에서 이뤄지는 것을 미리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하고 예측하는 등의 훈련을 시켜야 한다. 이제 역량이 갖춰진 의사들만 환자를 만나야 한다. 

- 지난해 임상술기센터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지난 해 우리 병원을 비롯해 서울아산병원, 고려대병원 등이 참여하는 의료시뮬레이션센터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컨소시엄을 통해 전국의 임상술기센터를 표준화하고, 각 센터별 장점들을 나눠 더 안전한 진료를 하기 위해서다.

 - 병원들이 임상술기센터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임상술기센터에 투자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큰 비용이라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병원 문화를 크게 움직인 것은 병원인증평가라 할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복지부가 의료기관평가인증에 이 항목을 추가하면 환자, 병원, 전공의 모두에게 좋을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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