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연구회 10주년 동계 심포지엄 15~16일 개최
KAMIR-NIH-LIPID 결과, LDL-C 너무 낮으면 사망 위험 높아져
조경훈 교수 "목표치보단 기저치 대비 감소율 평가가 더 좋을 수 있어"

▲전남대병원 조경훈 교수(순환기내과)는 15~16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심근경색연구회 10주년 동계 심포지엄'에서 KAMIR-NIH-LIPID 연구 결과를 선공개했다. 
▲전남대병원 조경훈 교수(순환기내과)는 15~16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심근경색연구회 10주년 동계 심포지엄'에서 KAMIR-NIH-LIPID 연구 결과를 선공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시 특정 목표치 미만으로 낮추기보단 기저치 대비 50% 이상 줄일 때 예후 개선 혜택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심근경색연구회가 주관한 KAMIR-NIH-LIPID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LDL-콜레스테롤이 낮아질수록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과 사망 위험이 감소하다 특정 수치 미만에서는 오히려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

이와 달리 기저치 대비 LDL-콜레스테롤이 50% 초과 감소 시 MACE와 사망 위험 모두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후향적 연구라 결과 해석에 신중해야 하지만, 국내 심근경색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전략은 서양과 달라야 하며 이를 확인하는 무작위 연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남대병원 조경훈 교수(순환기내과)는 KAMIR-NIH-LIPID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출판되기에 앞서 15~16일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심근경색연구회 10주년 동계 심포지엄'에서 결과를 선공개했다. 

유럽, LDL-C 강력 조절 권고…국내 적합한지는 근거 부족

유럽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이전보다 강력하게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016년 유럽심장학회·동맥경화학회(ESC·EAS) 가이드라인에서는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은 70mg/dL 미만 또는 기저치 대비 최소 50% 이상 강하 △고위험군은 100mg/dL 미만 또는 기저치 대비 최소 50% 이상 강하를 제시했다.

그러나 2019년에는 각 55mg/dL 미만 그리고 기저치 대비 최소 50% 이상 강하, 70mg/dL 미만 그리고 기저치 대비 최소 50% 이상 강하 등으로 변경하며 강력한 조절에 무게를 뒀다.

지난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도 유럽과 마찬가지로 급성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 환자는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과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를 동시에 도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권고안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인에게 적합한지는 근거가 부족하다. 

우리나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근거 측면에서 타당한지 명확하지 않다. 또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보다 기저치 대비 최소 50% 이상 낮추도록 하는 지침이 경제적 및 임상적으로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조경훈 교수는 "서양 가이드라인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시 고정된(fixed) 목표치와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강하 등 두 가지 전략을 함께 달성하도록 권한다"면서도 "그러나 가이드라인에서 이같이 권해도 실제 진료현장에서 받아들이기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심장학회 회원 4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KAMIR-LIPID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명 중 1명이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로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를 포함하지 않은 55mg/dL 미만 또는 70mg/dL 미만을 선택했다.

또 새로운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인 55mg/dL 미만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35.6%가 '한국인에서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J Korean Med Sci 2023;38:e419).

▲대한심장학회 회원 4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KAMIR-LIPID 설문조사 결과. 대한의학회지 12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 발췌(J Korean Med Sci. 2023 Dec 25;38:e419)(https://doi.org/10.3346/jkms.2023.38.e419).
▲대한심장학회 회원 4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KAMIR-LIPID 설문조사 결과. 대한의학회지 12월 12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 발췌(J Korean Med Sci. 2023 Dec 25;38:e419)(https://doi.org/10.3346/jkms.2023.38.e419).

이에 따라 KAMIR-NIH-LIPID 연구는 국내 심근경색 환자의 최적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설정하고자 진행됐다. 국내 심근경색 환자에게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55mg/dL 미만이 효과적인지 또는 70mg/dL 미만으로도 충분할지와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만으로도 적절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연구가 출발했다. 

 

LDL-C와 사망 위험, U-형태 그래프 나타나
기저치 대비 50% 초과 감소 시 MACE·사망 위험 낮아져

▲전남대병원 조경훈 교수.
▲전남대병원 조경훈 교수.

KAMIR-NIH-LIPID 연구에서는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하는 국내 20곳 3차병원에 등록된 급성 심근경색 환자 6248명을 분석했다. 18개월까지 평균 LDL-콜레스테롤을 계산해 수치에 따른 예후를 평가했다.

등록 당시 평균 LDL-콜레스테롤은 111.5mg/dL이었고 첫 번째로 확인한 6개월째 수치는 73.7mg/dL로 기저치 대비 34% 감소했으며 5년의 추적관찰 동안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적관찰 동안 LDL-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55mg/dL 미만군 △55~70mg/dL군 △70~90mg/dL군 △90mg/dL 이상군 등 네 개 군으로 분류했다. 이들의 기저치 대비 LDL-콜레스테롤 감소율은 △55mg/dL 미만군 49% △55~70mg/dL군 37% △70~90mg/dL군 28% △90mg/dL 이상군 5%로, 55mg/dL 미만군의 LDL-콜레스테롤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를 토대로 조사한 MACE 발생률은 △55mg/dL 미만군 10.8% △55~70mg/dL군 9.3% △70~90mg/dL군 10.0% △90mg/dL 이상군 13.2%였고, 사망률은 각 6.5%, 4.2%, 3.9%, 6.0%였다.

즉 LDL-콜레스테롤 90mg/dL 미만 시 MACE 발생률이 감소하다 55mg/dL 미만부터 다시 높아져, LDL-콜레스테롤과 MACE 발생률 간 선형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사망 위험 평가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어 시간가중평균(Time Weighted Average)에 따라 추적관찰 동안 연속적인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예후 간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MACE 위험은 LDL-콜레스테롤이 낮아질수록 감소하다 60~70mg/dL에서 정체 상태를 보였다. 사망 위험은 LDL-콜레스테롤이 낮아질수록 감소하다 75.6mg/dL 미만에서 다시 높아졌다.

혜택이 나타나기까지 시간(lag period)인 1년을 제외하고 예후를 계산했을 때 MACE 위험은 LDL-콜레스테롤이 낮아질수록 감소했다.

그러나 사망 위험은 LDL-콜레스테롤이 낮아질수록 감소하다 73.8mg/dL 미만에서 다시 높아졌다. 이 같은 결과는 성별과 관계없이 비슷하게 관찰됐다.

이와 달리 LDL-콜레스테롤 50% 이하 감소와 50% 초과 감소를 비교한 결과, MACE와 사망 위험 모두 50% 초과 감소 시 낮아졌다. 특히 기저치 대비 LDL-콜레스테롤 감소율이 높아질수록 MACE와 사망 위험이 크게 감소하는 관계가 관찰됐다. 이는 혜택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인 1년을 제외하고 예후를 평가했을 때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또 성별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따른 MACE 감소 효과 및 70mg/dL 미만 조절 시 추가 이득 여부를 확인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없는 가운데, 이번 후향적 연구는 우리나라에 맞는 권고안을 제시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LDL-콜레스테롤이 많이 감소할수록 환자 예후가 좋아지다가 특정 수치부터는 예후와 U 형태(U-shape)의 그래프가 나타났다"며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고정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도달 여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감소율을 평가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결론을 내린다"고 밝혔다.

"등록연구 한계…자신 있는 조절 목표 제시에는 조심해야"

다만, 이번 연구에서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이 낮아졌기 때문에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며 주의가 요구됐다. 

L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군에는 노쇠 또는 사망 직전이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후향적 연구이기에 결과를 신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서울병원 한주용 교수(순환기내과)는 "한국인 또는 아시아인만 LDL-콜레스테롤을 낮출수록 예후가 좋게 나오지 않는 결과를 신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연구는 무작위 연구가 아니므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연구라는 점에서는 가치 있지만, 등록연구에 의미를 부여하면 진료현장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자신 있는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후향적 연구 결과를 실제 진료현장에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작위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 광명병원 이상엽 교수(순환기내과)는 "국내 의료진 설문조사 결과, 의료진은 심근경색 환자에게 새롭게 제시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아직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국내 대규모 등록연구에서는 목표치보다 LDL-콜레스테롤 감소 폭을 달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주제와 관련해 추가로 잘 관리된 무작위 배정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상대병원 황진용 교수(순환기내과)는 "유럽인과 아시아인은 먹는 것도 체중도 다른데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동일하게 설정해야 할지 의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 주제와 관련한 무작위 연구가 이뤄져야 하며 비용 효과적인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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