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참여 중인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김동익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김동익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김동익 교수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2018년 질병코드(XT9T)를 부여했을 정도로 노화는 인류에게 커다란 숙제임에 틀림없다. 

2000년 초반부터 노화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불붙기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40여 곳 이상의 기업이 '노화 역전(reverse aging)'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 김동익 교수(혈관외과)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노화 역전 연구팀'이 노화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혈관외과 의사인 김 교수는 버거씨병, 및 동맥경화증에 의한 하지동맥폐색증 등 줄기세포 치료 권위자인다.

현재 김 교수는 조혈모줄기세포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특히 적혈구를 타깃으로 하는 노화 역전 연구를 하고 있다.  

- 연금술사라는 뜻을 가진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이 프로젝트는 산자부가 10~20년 후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핵심원천기술 개발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 현재 △노화 역전(고령화 대응) △ 초실감 메타버스 시각화(초현실) △생체모방 탄소 자원화(탄소중립) 등을 주제로 연구팀이 경쟁하고 있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이 세 가지 주제 중 한 가지를 선정해 5년 동안 40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리 연구팀도 이 프로젝트에 선정되기 위해 연구 중이다. 

-혈관외과 의사가 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지금까지 노화는 하나의 생리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WHO도 발표했듯 이제 노화는 질환이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질환을 차지하게 됐다.

오랫동안 혈관외과 교수로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나이든 사람들에게서 적혈구(RBC)에 문제가 있을 때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인에게빈혈이 많은 것도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노인 환자 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지는 사람이 많고, 이런 환자들은 상처가 잘 아물지 않거나, 수술 후에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5~6년 전부터 이곳에 포커스를 두고 연구를 하다 보니 적혈구와 노화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화 연구를 한다고 해서 치매가 해결되거나 혹은 고지혈증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즉 노화를 역전시킨다는 것은 우리 몸 전신을 균등하게 젊은 방향으로 이동시킨다는 것인지, 어느 장기 하나를 좋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노화 역전과 산소는 밀접한 관련을 갖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노화와 산소와의 관계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진 상황이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10가지 필수적 요소가 있는데, 이를 영양소, 수분, 산소로 줄일 수 있다. 이중 나의 관심은 산소다.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는 각각의 기능을 발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ATP'라는 에너지가 꼭 필요하다. ATP는 해당작용(glycolysis)과 인산화작용(phosphorylation) 등의 대사과정에서 발생한다.

특히 해당작용은 산소가 필요없고, 인산화작용에는 반드시 산소가 필요하다. 이때 산소가 없으면 포도당 한 분자에 ATP 2개, 산소가 있으면 30~32개의 ATP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연구팀은 노인에게서 인산화작용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노인에게서 인산화작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면 노화 역전의 숙제를 풀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하고 있다.   

- 산소와 적혈구 그리고 노화 역전까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가? 

헤모글로빈(Hb)을 운반하는 적혈구는 가운데가 움푹 패인 둥그런 원반모양의 형태로 표면적을 넓혀 가스교환이 유용한 구조로 산소를 운반한다. 1개의 적혈구에는 약 10억개의 산소분자가 결합할 수 있다. 적혈구가 말초혈관을 지날 때는 동그랗게 모양을 변형해야 한다. 

그런데 노인이 되면 이 탄력성이 떨어져 혈관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이로 인해 빈혈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은 적혈구를 만드는 조혈모줄기세포가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조혈모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혈액을 만들어 내는 원천 줄기세포다. 노인에게서 적혈구 수가 부족하면 빈혈이나 전신 노화가 발생하고,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 자반증, 면역수치가 감소하면 면역질환, 유전자 변이가 생기면 혈액암 등이 생긴다. 

-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조금만 공개한다면. 

인산화 과정에서 필수 요소가 산소라는 것을  규명했다. 좀 더 설명하자면, 노화된 세포는 저산소 환경이고, 이 환경에서 키운 세포는 세포 분화능력 등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들 세포에게 산소를 공급하면 분화능력과 조직 활성도 등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우리 연구팀은 노화 역전을 풀 수 있는 만능키가 조혈모줄기세포라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인자를 찾고 있다. 

후보물질 100개 중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5개로 정리할 계획이다. 그렇게 찾은 인자 중 하나를 결정하고, 이를 갖고 약물 개발을 하면 된다.  

최근 우리가 진행 중인 연구가 혹시 다른 연구팀이 특허를 갖고 있을 수도 있어 특허법인에게 조사를 의뢰했고, 곧 최종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그런 과정이 끝나면 5년 안에는 발굴된 인자를 갖고 최종 후보를 정하고, 그 인자가 노화 역전이 일어나는지 연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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