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바이오뱅크 분석 결과, 모든 원인 사망·심혈관계 사건 위험 감소
中연구팀 "경구 피임약에 대한 대중 인식 변화시킬 수 있을 것"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경구 피임약이 심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연구마다 상반된 결과를 보고한 가운데, 오히려 생존 혜택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바이오뱅크 기반 코호트 연구 결과, 경구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에서 심혈관계 사건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구 피임약 복용 기간이 길수록 얻을 수 있는 순이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경구 피임약의 안전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던 만큼 이번 연구 결과로 대중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팀 기대다. 연구 결과는 JAHA 8월 1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경구 피임약 안전성, 연구마다 다른 결과 보고

경구 피임약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지 여부는 중요한 과학적 이슈 중 하나다. 경구 피임약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또는 심혈관질환 위험 상승과 연관됐는지 평가한 연구마다 다른 결과를 보고했기 때문이다.

경구 피임약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약간 높인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심혈관질환 및 사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도 혼재한다. 게다가 일부 연구에서는 경구 피임약이 장기적으로 모든 원인 그리고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단, 경구 피임약이 심혈관질환 발생과 연관됐다는 결론을 내린 연구들은 주로 2세대 약제에서 제한적으로 위험을 확인했고, 3세대 약제는 명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중국 광저우 남방의대 Huijie Zhang 교수는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들의 규모에 한계가 있으며 결과도 결정적이지 않다"며 "또 일반인에서 경구 피임약 사용과 심혈관질환 및 사망 간 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 전향적 연구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경구 피임약 장기간 복용하면 순이익 얻을 수도 

이번 연구는 전향적 코호트인 영구 바이오뱅크를 이용해 경구 피임약과 심혈관질환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간 연관성을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등록 당시 심혈관질환이 없고 경구 피임약 복용 여부를 보고한 여성 16만 1017명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평균 나이는 53.5세였고 호르몬 대체요법을 받는 여성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전체 여성은 경구 피임약 복용군(13만 1131명, 81.4%)과 복용력이 없는 군(비복용군)으로 분류됐다.

중앙값 11.8년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경구 피임약 복용군은 비복용군보다 심혈관질환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경구 피임약 복용군의 위험은 비복용군 대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8%(HR 0.92; 95% CI 0.86~0.99) △심혈관계 사건 9%(HR 0.91; 95% CI 0;87~0.96) △관상동맥심질환 12%(HR 0.88; 95% CI 0.81~0.95) △심부전 13%(HR 0.87; 95% CI 0.76~0.99) △심방세동 8%(HR 0.92; 95% CI 0.84~0.99) 유의하게 낮았다.

이 같은 사건 예방 효과는 경구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한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 경구 피임약으로 순이익(net benefit)을 얻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P for trend<0.001). 

단, 경구 피임약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간에는 의미 있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Zhang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경구 피임약이 일반 여성의 심혈관질환 및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또 생식수명(reproductive life span) 동안 경구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망에 대한 보호요인을 가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연구 결과는 중요한 공중보건적 통찰을 제공한다. 가임기 여성이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경구 피임약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었던 만큼 이번 연구는 대중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향후 경구 피임약과 심혈관질환 발생 간 용량 반응 연관성을 평가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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