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호흡기계·정신건강·심혈관계 등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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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전례 없는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뜨거워진 지구가 직·간접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며, 기후위기는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할 21세기 최대 과제로 꼽힌다.

기후변화란 지구 규모 또는 지역적 기후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10년에서부터 수백만 년 동안 대기의 평균 상태 변화를 뜻한다.

현재 지구 평균 온도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인, 파리기후협정에서 온도 상승 제한 목표로 합의한 '1.5℃'에 임박했다. 

세계기상기구(WMO) '2022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15℃ 높았고 2023~2027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66%로 추정된다.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기후변화 종합보고서'에서는 2021~2040년 지구 평균 온도가 1.5℃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변화 시계가 빨라지면서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건강위기를 경고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주최한 회의에서 '기후위기는 건강위기'라고 경고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WHO의 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은 "긴급한 기후행동(climate action)이 필요한 이유는 미래가 아닌 현재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기후위기는 비전염성질환 발생률을 높이고 보건의료 인력과 인프라를 크게 위협할 수 있는 건강위기"라고 피력했다.

의학계도 2021년 대규모 공동 성명문을 발표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NEJM, The Lancet, BMJ 등 전 세계 200여개 보건의학 학술지는 "지구 온도 상승과 생물 다양성 파괴는 인류 건강에 치명적 위해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건강과 의료서비스를 위협하고 있다"며 "의사이자 공공의료 전문가들은 새로운 의료 요구를 예측하고 기후위기 원인을 제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지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살펴보고 의료계는 이 같은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점검했다.

<1> 빨라지는 기후변화 건강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2>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3> 기후변화 관심 필요 이유 "의사는 환자에게 해를 입히면 안돼"

호흡기계

기후변화는 대기오염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기후변화는 대기질을 떨어뜨려 호흡기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로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나타나는 산불과 황사 등은 미세먼지를 포함한 오염물질 농도를 증가시킨다. 흡입 시 오염물질이 폐 깊숙이 침투해 폐 기능을 떨어뜨리며 염증과 알레르기,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산불에 따른 화염과 열, 연기에 직접 노출되면 상기도가 자극돼 코막힘, 부비동염, 기관지염 등 급성 호흡기 염증이 나타나며,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폐기종 환자는 급성 악화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 

폭염으로 땅이 메마르면 가뭄 위험이 높아지는데, 가뭄으로 땅의 흙과 먼지가 공기 중으로 올라오면 대기질이 나빠진다. 이로 인해 대기오염과 황사가 증가해 호흡기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망 위험을 높인다. 

이 같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오염은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 만성 호흡기질환 발병 및 악화와 연관됐다. 매일 오존, 이산화질소, 이산화황에 단기간 노출되면 천식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및 입원 등으로 정의한 천식 악화 위험이 높아진다고 조사됐다(Environ Res Lett 2021;16(3):035020).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발생 시 곰팡이 감염이 늘면서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천식, 비염 등 호흡기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로 많은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전파된다면 새로운 감염병 및 팬데믹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병원체 및 질병 전염

기후변화는 벡터매개 질병(vector-borne diseases) 유병률·발생률과 이로 인한 사망률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2022년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벡터매개 질병 유병률이 증가했으며 기상이변, 강수량 변화, 극한 고온 및 저온현상은 계절적 감염병 노출 기간을 늘려 특정 벡터매개 질병 발생 및 확산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라 감염병 매개체 발생 분포가 북부지방으로 확대되고, 매개체들은 비풍토병 지역에서 서식지 이용률(habitat availability)을 높이고자 생태계를 변화시킨다. 이에 따라 매개체 및 병원체 번식률이 증가하면서 특정 벡터매개 질병 발생률이 높아진다.

대표적 질병이 강수량, 습도, 온도 등 단기 변화에 반응하는 계절성·유행성 감염병인 말라리아다. 콜롬비아와 에티오피아 고지대의 10년 동안 0.2℃ 기온 상승은 더 높은 고도에서의 말라리아 확산과 연관됐다고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라임병은 온난화에 따라 최근 북극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된다.

폭염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 등장 및 재출현과 연관됐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뇌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1937년 처음 발견된 뒤 약 50년간 거의 나타나지 않다 1990년대 말부터 유럽 지역에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재출현한 이유는 기후변화로 매개모기가 서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 유럽과 유라시아에서 확인된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 증가는 여름 폭염과 관련됐다고 조사됐다. 최근에는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가 독일 모기에서 겨울을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겨울은 온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및 통제 전략을 강화하지 않으면 향후 80년 동안 말라리아, 뎅기열, 라임병,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감염 유병률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신건강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문제가 대두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허리케인, 산불, 홍수 등을 겪은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기분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재난상황에 따라 대피 및 격리 등을 경험하고 생활환경이 여러 번 달라지면서 정서적 웰빙이 악화될 수 있다. 

폭염은 자살, 자해, 공격적 행동뿐 아니라 정신질환 환자의 심리적 문제 및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는 태아에서부터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으로 유발된 기후변화는 자궁 속 태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위해를 가한다고 조사됐다(N Engl J Med 2022;386:2303~2314). 기후변화와 연관된 더위는 정신건강 관련 응급실 방문 증가를 포함해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Am J Epidemiol 2018;187(4):726~735). 

최근 연구에서는 청년층에서 현재 및 미래 환경에 대한 걱정이 늘고 기후위기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조사된다. 호주, 브라질, 영국, 미국 등 10개국에서 16~25세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59%가 기후변화를 극도로 걱정하고 있었다.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에 따라 불안, 분노, 슬픔, 무력감, 죄책감 등을 느낀다고 보고했고, 45% 이상이 기후변화에 대한 감정이 일상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Lancet Planet Health 2021;5(12):e863~e873).

전문가들도 기후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 4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으며, 청년들이 기후위기에 따라 불안과 무력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므로 기후위기와 정신건강을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력 및 알레르기

미국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AAAAI)는 지난 2010년 기후변화가 미국 내 천식과 알레르기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위험을 경고했다.

1995~2011년 미국은 기온이 높아지면서 꽃가루 계절이 11일에서 27일로 길어졌다. 기온이 상승해 이산화탄소량이 늘면 식물이 여러 곳에서 오랜 시간 꽃가루를 생성한다.

꽃가루에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포함돼 천식 발작 위험과 중증도를 높이고 더 많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존이 꽃가루 확산 시기 동안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의 증상 중증도에 영향을 미쳤다(Environ Pollut 2020;263(Pt A):114526). 꽃가루 노출은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선천적 면역력을 약화시킨다고 조사된다. 

이와 함께 병원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더 강해지도록 적응하지만, 반대로 인간 면역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 기후변화에 따른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면 자가면역질환, 특히 류마티스관절염, 결합조직질환, 염증성 장질환 등 발생 위험이 약 10% 증가한다고 조사돼(RMD Open 2022;8(1):e002055), 기후변화와 자가면역질환 간 연관성도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심혈관계

기후변화는 심혈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직접적으로 폭염은 전신 염증과 과응고상태를 촉진하고 체온조절 과정을 바꾼다. 간접적으로는 극단적 기상현상과 산불, 2차 오염물질 등 기후변화에 따른 부산물에 노출되면서 심혈관계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심혈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폭염이다. 미국에서 여름철 폭염과 매달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폭염은 2008~2017년 여름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추가 사망 5958건과 관련됐다. 또 폭염이 매달 하루씩 추가될 때마다 월별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0.12% 증가했다(Circulation 2022;146(3):249~261).

2019년 KORA 심근경색 등록연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독일 도시 한 곳에서 더위 관련 심근경색 발생에 대한 상대적 위험(relative risk)은 1987~2000년 0.93에서 2001~2014년 1.14로 증가했다(Eur Heart J 2019;40(20):1600~1608).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과 이로 인한 대기오염은 허혈성 뇌졸중, 부정맥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된다. 또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된 소아청소년은 어린 나이에 심폐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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