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美앰닐 FDA 승인 반려...디앤디파마텍, 통계적 유의성 확보 실패
국내 제약, AI∙CGT∙이중항체 등 자체 플랫폼으로 신약 도전
의료진들 “상용화까지는 시간 필요해”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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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기존 약물의 제형 변경 파킨슨병 치료제가 승인 불발, 임상 실패로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디지털 기기 , 이중항체 등 자체 개발 플랫폼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제약사 앰닐이 개발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 ‘IPX203’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이 거절됐다. 

이는 3월 애브비가 FDA로부터 피하주사제로 개발 중인 'ABBV-951’의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후 올해만 두번째 허가 도전 실패다. 

국내사도 임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디엔디파마텍과 펩트론은 임상에서 1차 목표점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애브비 이어 앰닐도 FDA 문턱서 좌절...국내사도 임상 난항

앰닐이 개발 중인 IPX203은 레보도파, 카르비도파 성분 경구 서방형 제제다. 

레보도파는 파킨슨병의 주 원인으로 지목되는 도파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다. 카르비도파는 레보도파가 말초에서 도파민으로 변화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어 병용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말초에서 도파민으로 변화되면 뇌혈관장벽(BBB)를 통과하지 못해 레보도파가 중추에서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 

이에 두 복합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FDA는 자료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FDA에 따르면 레보도파는 약동학 연구를 바탕으로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립했지만, 카르비도파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앰닐에 앞서 애브비도 3월 FDA 허가 도전에 성공하지 못했다. 애브비 ABBV-951은 임상3상에서 '듀오도파'(성분명 카르비도파·레보도파) 대비 고질적인 이상운동증을 수반하지 않으면서 약효 발현 시간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개선했다.

다만, FDA는 ABBV-951과 함께 쓰이는 운동 보조 장치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능이나 안전성 등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브비는 서류를 보완해 다시 신약승인신청(NDA)을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펩트론 등 국내 바이오 벤처들도 임상에 실패하고 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기전인 디앤디파마텍 NLY01은 임상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1차 목표점으로 설정한 총 36주 투여 후 증상 개선에서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투약 후 24주 시점 NLY01 투여군과 위약군 간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지만, 24~36주 사이에는 NLY01보다 위약군에서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펩트론 역시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내 임상2상에서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PT320’ 유효성 확보에 실패했다. 

임상 결과 1차 목표점인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을 평가하는 지표(UPDRS part 3 score)에서 PT320 2.0mg의 경우 위약군과 차이가 없었고 PT320 2.5㎎ 투여군에서는 증상 개선 효과가 확인됐으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는 못했다(p=0.7355).

이대서울병원 윤지영 교수(신경과)는 “환자 상태에 따라, 처방하는 의사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항파킨슨제 처방은 대부분 유사한 약제, 분복 방식으로 처방되고 있다”며 “이는 야간 근무를 비롯한 환자의 생활 방식과 개인 특성 등을 반영하기 어려워 동일 처방을 해도 환자마다 다른 반응, 부작용과 만족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항파킨슨제가 대부분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질병조절치료제(disease modifying agent) 개발을 통해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이중항체∙디지털 플랫폼, 파킨슨병 신약 개발 대안될까?

이에 기존 치료제간의 조합이 아닌 신규 개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에이비엘바이오, 바이엘 등은 AI, 이중항체, 디지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바이엘은 임상1상에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했다. 바이엘과 바이엘 자회사 블루락 테라퓨틱스와 스트라이브스터디 플랫폼을 이용해 벰다네프로셀(BRT-DA01)을 개발 중이다. 

스트라이브스터디 플랫폼은 애플 워치를 통해 환자의 다중 증상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캡처하며 원격으로 모니터할 수 있다.

아이폰 및 애플 워치 앱을 통해 신체 활동, 수면 패턴, 생체 신호뿐만 아니라 이상 운동증, 진전, 보행, 낙상 등 질환에 따른 증상도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다.

바이엘은 임상1상서 벰다네프로셀의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된 만큼, 임상2상에도 본격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 미국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1상은 에이비엘바이오가, 임상2상부터 상업화까지는 파트너사 사노피가 진행한다.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Grabody-B)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파킨슨병 발병 원인인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의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를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전달, 치료 효과를 높인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그랩바디-B 플랫폼은 IGF1R을 타깃해 다양한 중추신경계(CNS) 질병에 대한 치료제 후보물질의 BBB 침투를 극대화한다.

대웅제약은 한올바이오파마와 AI 플랫폼 가능성을 확인 중이다.

미국 파킨슨병 신약 개발사 빈시어 바이오사이언스에 공동 투자한 양사는 AI 플랫폼을 활용한 협력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빈시어는 지난 2018년 파킨슨병의 권위자인 스프링 베루즈(Spring Behrouz) 박사가 설립한 바이오 기업으로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활용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후보물질은 체내 미토파지(Mitophagy) 활동을 강화시켜 건강한 미토콘트리아의 비율을 높이고, 파킨슨병의 진행을 저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토파지는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되거나 수명이 다하면 세포가 이를 제거하는 현상이다.

양사는 신약개발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해 기존의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접근방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높게 판단했다. 

윤 교수는 “파킨슨병의 다양한 병인에 초점을 맞춰 여러 플랫폼을 활용한 신규 후보물질이 연구되고 있다.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면 획기적인 개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개발되는 플랫폼들이 근본적인 파킨슨병 치료를 타깃하고는 있지만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동성심병원 김여진 교수(신경과)는 “세포치료제, AI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여러 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먼 얘기”라며 “AI를 통해 기존에 몰랐던 것을 발견하거나, 약물 조합을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다면 의약품 개발 기간 단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직접적인 치료제 개발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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