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 2023] TRAVERSE, 성선기능저하증 남성 대상 심혈관 안전성 평가
테스토스테론군, 위약군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 증가하지 않아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을 둘러싼 심혈관 안전성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고위험인 성선기능저하증 남성 대상 연구 결과,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이 위약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 

TRAVERSE로 명명된 이 연구는 201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의 심혈관 안전성 우려를 제기하면서 진행됐다.

당시 FDA는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등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승인된 테스토스테론 제품 라벨에 심장발작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경고하는 안내 문구를 추가토록 제조사에 명령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5~18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내분비학회 연례학술대회(ENDO 2023)에서 공개됐고 동시에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상연구에 참여한 대규모 참가자 수와 긴 추적관찰에 따라 유효성 평가는 올해 말 발표될 예정이다. 

1차 심혈관 목표점 발생률, 테스토스테론군 7.0% vs 위약군 7.3%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TRAVERSE는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비열등성 연구로,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고위험이며 성선기능저하증 증상이 있고 2회 공복 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00ng/dL 미만인 45~80세 남성 5246명이 모집됐다.

평균 나이는 63세였고 절반 이상이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었다. 이전에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을 받은 환자는 15명에 불과했다. 

전체 환자군은 경피 테스토스테론 1.62% 겔 제제 1일 1회 치료군(테스토스테론 농도가 350~750ng/dL로 유지되도록 용량 조정, 테스토스테론군) 또는 위약군에 무작위 배정됐다.

1차 심혈관 안전성 목표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등의 첫 발생으로 정의했다. 2차 목표점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첫 발생 또는 관상동맥 재개통술 시행 등으로 설정했다. 

1차 및 2차 목표점은 사건-시간분석(time-to-event analysis)으로 평가했다. 비열등성은 테스토스테론 또는 위약을 최소 1회 치료받은 군에서 위험도(hazard ratio)에 대한 95% 신뢰구간(CI) 상한이 1.5 미만인 경우로 정의했다. 평균 치료기간은 21.7개월,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33.0개월이었다.

분석 결과, 1차 목표점 발생률은 테스토스테론군 7.0%(182명), 위약군 7.3%(190명)로 조사됐다. 1차 목표점 발생 위험도는 두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테스토스테론군은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했다(HR 0.96; 95% CI 0.78~1.17; P<0.001 for noninferiority).

테스토스테론 또는 위약 중단 이후 여러 시점의 데이터를 평가한 민감도 분석에서도 결과가 유사했다. 각 1차 목표점 평가요인 또는 2차 목표점 발생률도 두 군이 비슷했다.

추적관찰 동안 전립선암 위험도 증가하지 않았다. 전립선암 발생률은 테스토스테론군 0.5%, 위약군 0.4%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P=0.87). 효능 측면에서도 테스토스테론군은 위약군 대비 1년 동안 전체 성활동(P=0.011), 성적 증상(P<0.001)을 유의하게 개선됐고 효과가 2년간 유지됐다.

뿐만 아니라 등록 당시 빈혈 여부와 관계 없이 테스토스테론군의 빈혈 발생률이 낮아 빈혈 교정 및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당뇨병 전단계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된 비율은 두 군간 차이가 없었고, 등록 당시 당뇨병이 있었던 테스토스테론군에서 혈당 조절이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 심방세동, 급성 신손상, 폐색전증 등 발생률은 테스토스테론군이 더 높았다. 폐색전증 발생률은 테스토스테론군 0.9%, 위약군 0.5%로, 이는 혈전색전증이 있었던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는 현재 가이드라인을 뒷받침한다.

중재술이 필요한 비치명적 부정맥 발생률은 테스토스테론군 5.2%, 위약군 3.3%(P=0.001), 심방세동은 각 3.5%와 2.4%(P=0.02), 급성 신손상은 각 2.3%와 1.5%(P=0.04)로, 테스토스테론군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단, 이번 결과는 테스토스테론이 결핍되고 증상이 있는 남성에게만 적용되며 정상 수준인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 시행에 주의해야 한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Michael Lincoff 교수는 "테스토스테론 결핍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아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의 심혈관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의료진과 환자의 치료 결정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번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은 심혈관에 안전했을 뿐만 아니라 고령 남성의 성기능 개선 및 빈혈 교정 효과를 보였다. 이를 근거로 성선기능저하증 중년 및 고령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의 잠재적 혜택과 위험을 고려함으로써 치료 결정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공동저자인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Shalender Bhasin 교수는 "테스토스테론 결핍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많은 중년 및 고령 남성이 이러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움 받길 원한다"며 "TRAVERSE 결과는 성선기능저하증 환자에게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을 사용할지를 두고 환자와의 위험-혜택 논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상외 결과…테스토스테론군에서 골절 위험이?

주목할 결과는 예상외로 테스토스테론군에서 골절 위험이 증가한 것이다. 이전 연구에서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이 고령 남성과 중증 성선기능저하증 환자의 골질(bone quality) 관련 요인을 개선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임상적으로 확인된 골절은 테스토스테론군 91건, 위약군 64건으로 테스토스테론군의 골절 위험은 1.43배 의미 있게 높았다(HR 1.43; P=0.03). 

골절 관련 결과를 발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Peter J. Snyder 교수는 "성선기능저하증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전 테스토스테론 대체요법 관련 연구는 효과를 평가할 만큼 규모가 크지 않거나 추적관찰 기간이 길지 않았다"며 "골절 위험이 높아진 메커니즘을 추측할 수 있으나,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않았기에 메커니즘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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