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니∙멕시코∙브라질 거점 삼아 국내사 대거 도전장
국내에서 승승장구 하는 제품들도 해외 매출 실적은 미미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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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파머징 마켓(Pharmerging Market)에 도전장을 던지는 국내 제약사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판매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머징 마켓은 ‘pharmacy’와 ‘emerging’의 합성어로 ‘떠오르는 제약 시장’ 즉 신흥제약시장을 일컫는다. 

제약업계는 미국, 유럽에 이어 중국에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이에 브라질, 인도 등의 브릭스(BRICs) 국가와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의약품을 판매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기술수출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해외 허가 수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그간의 실적이 미진하다는 평가에는 각 지역 핵심 국가로의 진출을 통해 저변 확대를 위한 초석다지기라는 분석도 있다. 
 

신흥 국가 공통점...'인구수 1억 이상∙고속 성장률'

베트남∙인도네시아∙브라질∙멕시코 부각

파머징 지역의 경제 성장에 따른 의료 수용의 증가, 적은 임상 개발 비용,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 등은 신흥국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새롭게 거론되는 파머징 국가인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멕시코는 중국, 인도처럼 10억명 이상의 인구 수는 아니지만 1억명 이상 인구와 함께 의약품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등이 진출에 매력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베트남에선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을 비롯해 대웅제약, 종근당, JW중외제약, HK이노엔, 신풍제약 등이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최근에는 삼일제약, 동성제약, 삼진제약 등이 이 행렬에 가세했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 7000만명의 인구로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대웅제약, 종근당, 일동제약 등이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당 국가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0조 9800억원 수준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서 가장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 현지 최초로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구축하여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을 위한 제2의 거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종근당은 자국에 생산 설비를 갖춰야 시장 진입을 허용한다는 인도네시아 법령에 따라 생산시설 현지화 전략을 선택했다.

멕시코에는 HK이노엔, LG화학, 한미약품, 보령 등 1000억원대 품목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모두 진출해 있다.

멕시코 인구 수는 1억 3000만명에 이르고 의약품 시장은 중남미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다.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또 지리적으로 미국과 국경을 맞닿고 있어 북미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브라질 역시 대웅제약, HK이노엔, 셀트리온헬스케어, GC녹십자, 동아에스티, SK바이오팜 등 다양한 국내사들이 진출해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1년 브라질 제약 시장은 약 22조 규모다. 특히 비만, 고혈압 환자가 전 국민의 20% 이상 되는 등 국내사들이 강점을 보이는 만성질환 환자 수가 많다. 

 

K-신약, 허가국 수 증가세지만 실적은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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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내사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실적은 부진하다.

국내에서 많이 판매되는 카나브(피미사르탄), 로수젯(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케이캡(테고프라잔), 제미글로(제미글립틴) 등도 마찬가지다. 

수익성 개선과 외형 성장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기술 수출 이외에 해외 판매 실적은 부족했다.

국내에서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는 암로디핀, 이뇨제 등을 더해 카나브패밀리를 구성해 국내서 1000억원 매출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만, 중남미, 동남아, 중동 지역 등에 진출한 카나브패밀리의 해외 실적은 국내 규모를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카나브패밀리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10억원가량의 수출 실적을 냈다. 그 이후 꾸준히 1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된 상태다. 

단일 품목으로 1000억원대 처방 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HK이노엔 케이캡도 마찬가지다. 케이캡은 2021년에 이어 작년에도 1000억원 대 국내 매출을 기록한 대형 품목이다. 

케이캡 역시 해외 실적은 국내를 쫓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해외매출은 1억 6700만원에 그쳤다. 현재 케이캡은 해외 35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고 한국, 중국, 필리핀, 몽골, 멕시코, 싱가폴, 인도네시아 7개국 허가를 완료했다. 

회사 측은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 실적 개선에 나서 2000억원 대 매출을 위해 준비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의 제미글로패밀리 역시 국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제미글로 제품군의 지난해 총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 증가한 총 1330억원을 기록했다.

제미글로는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뿐만 아니라 멕시코 등에 중남미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하지만 눈에 띄는 해외실적 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한미약품 로수젯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북경한미약품을 세운 한미약품은 올 1분기에만 1000억원 매출을 넘으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이외 국가에서는 실적이 미진하다는 평가다. 

선제적 시장 개척 목적... 장기적 관점에서는 투자

다만, 실적이 당장 부진해도 국내 제약사의 북중미, 남미 진출은 시장 개척을 위해 필수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와 우수한 오리지널 의약품을 갖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반면, 동남아나 중남미 시장의 경우 현지 제약사들과의 경쟁 혹은 협업을 통해 시장 개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임상 문턱∙시장 경쟁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은 경쟁구도가 심하고 중국은 성장세가 어느 정도 둔화됐다. 블루오션에 목마른 국내 제약사들의 신규 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현재 수익이 나지 않지만 선제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제약사들의 현재 해외 진출 상황을 평가해 보면, 각 지역의 핵심 국가들(브라질,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삼아 주변지역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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