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약 접근성 제고위한 약가제도 개선 현장 체감 낮아
보장성 강화됐지만 신약 접근성 퇴보
위험분담제 통한 절감된 재정 중증질환 치료에 환원 필요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는 암 질환 및 희귀질환 치료를 위한 보장성 강화 정책과 함께 신약 접근성 제고를 위한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장성 강화 정책과 신약 접근성 제고를 위한 약가제도 개선에 대해 의료현장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 약가제도 개선에 대해 체감하기 힘들며, 과거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신약 접근성은 퇴보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지는 신년기획으로, 의료행위 및 치료약제 관련 건강보험정책에 대한 의료현장 전문가들의 솔직한 의견을 논의하는 지상 토론의 장인 'M-AGORA'를 마련했다.

이번 M-AGORA는 '암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Unmet Needs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강진형 교수(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와 김열홍 유한양행 R&D 사장(前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학과 강진형 교수(사진 오른쪽), 유한양행 R&D 김영홍 사장.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학과 강진형 교수(사진 오른쪽), 유한양행 R&D 김영홍 사장.

Q. 지속가능한 건강보험과 고가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과 별도의 기금 재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별도 기금 조성은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안다. 정부가 고가 신약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을 위해 위험분담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위험분담제를 통해 절약된 재정은 일반 건보재정과 함께 사용해서는 안된다. 중증질환 및 신약에 써야 한다.

재정 전문가들은 별도 기금 재원으로 1조원 규모를 마련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1조원이 마련돼 중증 암 환자나 희귀질환자 환자의 치료를 위해 지출만 이뤄진다면 몇 년 가지 못해 기금은 고갈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기금 운영이 필요하다.

정부가 관리하면 또 다른 규제가 생겨날 것이다. 중증질환 및 고가 신약 도입을 위한 별도 기금 재정은 정부의 규제보다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다.

중증질환 및 고가 신약 도입을 위한 기금 재원은 제약사의 과징금 또는 환수금으로 충당하면 된다. 대신, 기금이 지속가능 하려면 수입과 지출에 대한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 미국 및 유럽 등은 진료 문턱이 매우 높다. 진료비도 비싸다.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진료비 인상과 의료전달체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국

민들은 정서상 중증질환에 재원을 더 투입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겠지만, 지금까지 누리고 있는 의료혜택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반감이 있을 수 있다.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Q. 신약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선급여, 후평가 제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 항암 신약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암질환심의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 건정심 의결을 복지부의 약가 고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선급여 후평가 제도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급여, 후평가를 도입하게 되면 후평가 단계에서 제약사들이 정부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해결하고 평가는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전 시범사업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글로벌 제약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 한국에서 낮은 약가를 받을 경우 시장 규모가 큰 국가 약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이런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려를 감안해 표면 약가와 실제 약가에 차이를 두는 위험분담제를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약가협상에서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한국시장을 포기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딜레마가 있다. 선급여, 후평가는 을의 입장이었던 제약사가 갑의 위치로 변화되는 효과가 있다. 환자들이 볼모가 될 수 있어 정부로서는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성모병원 강진형 교수
서울성모병원 강진형 교수

- 문재인 정부가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보편적 보장은 강화시켰지만, 신약 접근성은 오히려 퇴보시켰다고 본다. 사견이지만, 암 환자 중에서도 정말 약을 써야 하는 절박한 암 환자가 있는 반면, 1기 암 환자 등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다.

유방암 1기 또는 폐암 1기 환자에 대해서 MRI 및 CT 등 검사를 자주할 필요는 없다. 암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수가를 차등화 했으면 한다.

모든 암 환자에 대해 5%의 산정특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선택과 집중 측면에서 더 중한 암 환자에게 집중해야 한다. 신약 및 신의료기술 역시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더 제공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질환 환자들처럼 만성질환은 치료보다 관리가 중요해 집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1차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유도가 필요하다. 종합병원은 중증환자 및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

- 환자 개인에게 맞춤형 진료를 해야 한다. 상태가 악화되는 환자는 의료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런 분들에게는 진료비를 더 경감해줘야 한다. 수술로 끝날 수 있는 1기 암 환자의 경우는 의료비 부담이 중증환자 대비 크지 않다.

정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해 각 개인 환자에게 맞는 진료와 진료비에 대한 데이터를 산출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Q. 암질환심의위원회의 비용효과분석에 대한 의견은?

- 항암제는 특수하다. 항암제는 한가지 적응증으로 허가받아 경제성평가를 통해 보험급여 적용을 받으면, 제2, 제3 적응증도 허가받는 경우가 많다. 다른 적응증 허가받은 이후 보험급여 기준 확대는 비용효과분석인 경제성평가를 받지 않는다.

이런 항암제의 특성에 따라 누군가는 비용 효과성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암질심에서 비용효과성 판단 기능이 부여된 것이다. 예를 들어 면역항암제 첫 적응증은 흑색종이었다.

국내 흑색종 환자는 그 규모가 얼마되지 않는다. 이후, 폐암으로 적응증이 확대됐지만, 경제성평가를 하지 않고 보험급여가 적용됐다. 

- 한국다이이찌산쿄·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가 최근 암질심을 통과했다. 엔허투에 투입되는 소요재정이 6000억 정도 된다고 들었다.

암질심 위원들은 엔허투의 의학적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6000억이라는 재정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바로 넘기기는 어렵다.

암질심에서 일차적인 논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암질심이 재정까지 신경써야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한정된 재원에서 효율적인 약가 관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이다. 

Q. 정부의 위험분담제 및 선별급여제 도입으로 의료현장 신약 접근성에 대한 체감은 어떤가?

-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관련 데이터가 있을 것이다. 신약의 허가부터 보험급여까지 걸리는 시간은 많이 줄어들지 않았다. 다만, 위험분담제가 제약사의 과도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기여한 것 같다. 그만큼 정부 관계자들이 열악한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Q. 정부가 암 진료 현장 의료진을 위한 지원 방안은?

- 암 질환은 특수 영역이며, 고난도 질환이다. 대형병원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는 세계 탑 수준이다. 암 환자에게 제일 좋은 치료 서비스는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암 관련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시행되는 곳은 서울이다. 보험급여도 많이 제공되고 환자 본인부담도 적은 편이다. 단지, 비정형적인 의료에 환자들이 많이 노출되고 있다.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증명되지 않고, 근거 없는 치료행위들이 있어 정부 당국의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 의료에 대해 정치 및 정부의 입김이 많이 관여되는 것 같다. 똑똑한 국민들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이 돼야 할 것 같다. 건강보험은 대통령이나 정부 관료나 공무원이 아닌 보험료를 내는 국민이 운영해야 한다.

또, 고령의 폐암 환자들은 5%의 산정특례를 받는다. 고령 폐암 환자들은 폐암 이외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도 동반하고 있다. 만성질환에 대한 약값까지 산정특례를 받기 위해서는 폐암치료를 받는 암 전문의에게 처방받기를 원한다. 그렇게 되면 처방하는 약제 갯수가 10개 이상으로 훌쩍 넘는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정말 고가신약이 필요한 중증환자들에게 돌아가야할 재원이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은 동네병의원에서 처방받으면 된다. 건보공단이 하는 공익광고에 '당뇨병, 고혈압 있는 암 환자는 정말 신약을 애타게 기다리는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해 동네병원에서 처방받으시라'는 광고를 해줬으면 한다.

이제까지는 의료진의 희생을 통해 국민들이 행복한 의료혜택을 받아왔다. 이제 이런 형태로는 지속가능한 건실한 보험재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건강보험의 큰 틀이 변화해야 한다. 국민의 인식도 전환돼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건강보험의 가장 문제는 정치권과 정부에 있다고 본다. 정치권과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감독을 충실히 한다면 건전한 자율성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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