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 이승환·여의도성모 김미경 교수팀, 건보공단 데이터 6년 추적관찰
항당뇨병제 개수·인슐린 투약·당뇨병 유병기간·동반질환 등으로 중증도 점수화
중증도 점수 높을수록 활동성 결핵 위험 증가…가장 높은 군 위험 2.62배↑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중증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를 중심으로 결핵 선별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근거가 제시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이승환(내분비내과)·여의도성모병원 김미경(내분비내과)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당뇨병 환자를 추적관찰한 결과, 중증도가 높을수록 활동성 결핵 위험이 증가했고 중증 환자에서 결핵 위험이 가장 높았다.

결핵의 주요 위험요인인 당뇨병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당뇨병 중증도를 파악해 결핵 선별검사를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는 Respiratory Research 4월 1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Respir Res 2023 Apr 11;24(1):110).

모든 당뇨병 환자 대상 결핵 선별검사 진행 어려워

당뇨병은 흡연, 과음, 영양실조 등과 함께 결핵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당뇨병과 동시에 발생하는 새로운 결핵 발생률은 1990년 11.4%에서 2017년 21.9%로 늘었고 2050년에는 3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J Glob Health 2019;9(2):020415).

그러나 당뇨병과 결핵을 동반한 대다수 환자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은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 중 활동성 결핵 선별검사가 필요한 대상군을 파악해 의료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미경 교수는 "당뇨병은 결핵의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발생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모든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결핵 선별검사를 할 수 없다"며 "이에 결핵 선별검사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의 임상적 특징을 파악하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다섯 가지 요인으로 당뇨병 중증도 평가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당뇨병 중증도가 활동성 결핵 위험과 연관됐는지 확인하고자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2009~2012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당뇨병 환자 248만 9718명을 2019년 말까지 추적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당뇨병 중증도를 다섯 가지 요인으로 평가했다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연구에서는 △경구용 항당뇨병제 치료(3개 이상) △인슐린 투약 △당뇨병 유병기간(5년 이상) △만성 콩팥병 동반 △심혈관질환 동반 등에 각 1점을 부여해 0~5점으로 당뇨병 중증도를 파악했다.

당뇨병 중증도 점수를 구성하는 요인은 혈액검사가 필요하지 않아 자원이 한정된 곳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특정 시점에 확인한 당화혈색소 수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동 가능성이 있어 당뇨병 중증도를 추정하기엔 제한적이라는 점을 반영했다. 

아울러 1~2개 항당뇨병제로 혈당 관리가 어려운 당뇨병 환자는 3개 이상을 투약하거나 인슐린 치료가 필요할 수 있음을 고려했다.

김 교수는 "당뇨병 중증도 평가 지표가 아직 없고, 중증을 어떻게 정의할지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며 "연구에서 활용한 당뇨병 중증도 점수는 일반적으로 당뇨병 합병증이 있거나 인슐린 치료를 시작하고 유병기간이 길며 투약하는 항당뇨병제 개수가 많을수록 중증이라는 점을 반영해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중증도 점수, 활동성 결핵 위험 증가와 연관

추적관찰 6.8년(중앙값) 동안 활동성 결핵은 2만 1231건 발생했다. 분석 결과, 당뇨병 중증도 점수의 각 요인은 활동성 결핵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모두 P<0.001).

인슐린 치료는 활동성 결핵 위험과 가장 관련된 요인으로,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군 대비 인슐린 치료군의 위험은 1.47배 높았다. 만성 콩팥병 동반군은 비동반군보다 활동성 결핵 위험이 1.30배 높다고 조사됐다.

아울러 3개 이상 경구용 항당뇨병제 치료군은 3개 미만군보다 활동성 결핵 위험이 1.28배, 당뇨병 유병기간이 5년 이상군은 5년 미만군보다 1.25배, 심혈관질환 동반군은 비동반군보다 1.14배 높았다. 

활동성 결핵 위험은 당뇨병 중증도 점수가 높아질수록 점차 증가했다. 교란요인을 보정한 이후 점수에 따른 활동성 결핵 위험은 0점군과 비교해 △1점군 1.23배(95% CI 1.19~1.27) △2점군 1.39배(95% CI 1.33~1.44) △3점군 1.65배(95% CI 1.56~1.73) △4점군 2.05배(95% CI 1.88~2.23) △5점군 2.62배(95% CI 2.10~3.27) 유의하게 컸다.

연령, 성별, 비만 여부에 따른 계층화 분석에서는 65세 미만과 체질량지수(BMI) 25kg/㎡ 이상에서 당뇨병 중증도 점수와 활동성 결핵 위험 간 연관성이 강하게 나타났고 성별에 따라서는 비슷했다.

공복혈당과 활동성 결핵 위험은 J커브 형태를 보였다. 공복혈당 127~129mg/dL을 기준으로 활동성 결핵 위험은 △100mg/dL 이하 1.37배 △101~115mg/dL 1.25배 △116~126mg/dL 1.19배 △130~134mg/dL 1.06배 △135~140mg/dL 1.13배 △141~149mg/dL 1.19배 △150~165mg/dL 1.27배 △166~199mg/dL 1.45배 △200mg/dL 이상 2.04배 등 증가했다.

김 교수는 "공복혈당이 낮을수록 결핵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확실히 설명할 수 없다"면서 "공복혈당이 낮은 성인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간기능이 나빠 다른 질환을 동반해 결핵 위험이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당뇨병 중증도 점수 높다면 결핵 선별검사 고려할 수 있을 것"

연구에서 높은 당뇨병 중증도 점수는 활동성 결핵 위험과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당뇨병 중증도 점수가 높은 환자가 결핵 선별검사 대상군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향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당뇨병과 결핵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긴 어렵다. 당뇨병 중증도 점수가 높으면 활동성 결핵 위험이 높다는 관련성을 본 연구"라면서도 "그럼에도 임상에서는 당뇨병 중증도가 높다면 결핵 위험이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선별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이번 연구가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의료 환경이 좋지 않은 저소득 국가에서는 혈액검사 없이 인슐린 치료 여부나 동반질환, 유병기간 등을 확인하는 몇 가지 질문만으로 당뇨병 중증도를 파악할 수 있다"며 "본 연구에서 활용한 당뇨병 중증도 점수가 의료 환경이 좋지 않은 국가에 유용할 것이다. 중증도 점수가 높은 당뇨병 환자라면 결핵 선별검사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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