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근감소증·골대사·노인병학회 '근감소증 선별·진단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 발표
근감소증 선별검사부터 진단까지 과정 알고리즘으로 제시
근육량 정상·신체기능 저하·근력 감소 '기능적 근감소증'으로 정의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전문가들이 한국 임상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근감소증 진료지침을 개발하며 '기능적 근감소증(functional sarcopenia)'이란 새로운 정의를 제시했다.

대한근감소증학회·골대사학회·노인병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근감소증 진료지침인 '근감소증 선별 및 진단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을 대한노인병학회 학술지 AMGR 3월 24일자 온라인판을 통해 공개했다.

근감소증은 2016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세계 최초로 질병코드를 부여했고 우리나라도 2021년 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안에 질병코드로 등재하며 질환으로 분류돼, 근감소증에 대한 국내 의료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진료지침은 다양한 선별검사 시행을 허용하고 진단검사 선택 시 혼란을 줄여 임상에서 근감소증 조기 진단에 용이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1>한국형 근감소증 진료지침 개발…'기능적 근감소증' 새 정의 제시

<2>"국내 근감소증 진단 진료지침, 유럽·아시아보다 선진적"

근감소증 의심돼 선별검사 필요한 임상적 특징 제시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근감소증 선별검사부터 진단까지 과정을 알고리즘으로 제시했다.

2019년 발표된 아시아 근감소증 평가위원회(AWGS) 진료지침은 사례탐색(case finding)과 선별검사, 진단을 각각 분리해 복잡하고 임상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진료지침은 사례탐색 없이 선별검사를 바로 진행하도록 해 복잡한 초기 평가 과정을 간소화했다.

선별검사가 적합한 인구는 △65세 이상 △65세 미만의 폐경 여성 △근육 항상성에 영향을 주는 임상적 특징이 있거나 의심되는 젊은 성인 등이다. 근감소증이 추정돼 평가가 필요한 임상적 특징은 체중 감소, 만성 염증, 기분장애 및 인지장애, 다약제 복용 등 15가지를 제시했다.

진료지침 개발을 이끈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노년내과)는 "근감소증이 의심돼 평가가 필요한 임상적 특징을 진료지침에 와일드카드처럼 제시했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선별검사를 과잉진료로 판단해 삭감할 가능성이 있어 방어하고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이번 진료지침은 실제 임상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선별검사에는 △근감소증 자가진단 설문지(SARC-F) △종아리 둘레 △핑거링 테스트 △의자에서 일어서기 테스트 △악력 △보행속도(4m 또는 6m) △일어서서 걷기 테스트(TUG) 등이 포함됐다.

임상 또는 연구에 다양한 선별검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전문가 의견이 모인 것으로, 임상적으로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선별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임상적으로 근감소증이 의심된다면 선별검사를 생략하고 진단검사를 바로 시행하도록 권했다.

근육량·신체기능·근력 평가, 외국과 다른 권고안은?

근감소증으로 추정된다면 진단을 위해 △근육량 △신체기능 △근력 등을 평가하도록 주문했다.

▲대한노인병학회 학술지 AMGR 3월 24일자 온라인판 발췌. 메디칼업저버 재구성.
▲대한노인병학회 학술지 AMGR 3월 24일자 온라인판 발췌. 메디칼업저버 재구성.

근육량은 이중에너지방사선흡수계측법(DEXA)과 생체전기저항측정법(BIA)을 활용해 측정하도록 했다.

진료지침에서는 근육량 평가를 위해 2019년 AWGS 진료지침이 키의 제곱으로 근육량을 보정하도록 한 권고안을 반영했다. 이에 더해 비만한 경우 체질량지수(BMI)로 보정한 근육량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BMI로 근육량을 보정한 결과도 예후와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는 이유다. 

그는 "근육량을 키의 제곱으로만 보정한다면 정말 마른 사람만 근감소증으로 분류된다. 또 과거에는 근육량을 체중으로 보정했는데, 이는 비만한 사람만 근감소증으로 진단된다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비만은 성인병이지 근감소증이 아니다. 이를 절충한 것이 BMI로 근육량을 보정한 것으로, 본 진료지침은 AWGS와 달리 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단, 실제 근육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D3-크레아틴을 이용하는 방법을 국내에서 권할 수 없는 점은 진료지침의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그는 "DEXA와 BIA는 근육량이 아니라 제지방량을 확인하는 것으로, 실제 근육량 측정법은 D3-크레아틴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D3-크레아틴으로 근육량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지 않아 불법이다. 이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체기능은 간편신체기능검사(SPPB)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하면서 신체기능 저하를 판단하기 위해 최대 2가지 추가 검사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SPPB를 진행하기 어렵다면 보행속도 또는 TUG를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또 임상 상황에 따라 신체기능 저하를 판단하기 위해 △보행속도(4m 또는 6m) △TUG △의자 일어서기 테스트 △의자 일어서기 △400m 걷기 테스트 등 5가지 중 최대 2가지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유럽노인근감소증진단그룹(EWGSOP)과 AWGS 진료지침은 5가지 검사를 진행해 신체기능을 판단하도록 권고했다. 하나만 비정상이어도 신체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면서 "하지만 이는 근감소증 양성률이 크게 올리므로 부적절하다. 근감소증으로 진단되지 않으려면 모든 검사 항목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는 검사받는 모든 이들을 근감소증으로 분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 진료지침에서는 신체기능 검사를 다양하게 시행할 수 있으나 최대 2가지만 진행하도록 권고했다"면서 "임상 상황에 맞게 최대 2가지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근력 측정에는 악력과 무릎관절 토크(torque)를 모두 활용할 수 있지만, 주요 근감소증 진료지침에 따라 지역사회 거주민의 접근성을 고려해 근력 대리지표로 악력을 활용하도록 주문했다. 

외국 진료지침에 없는 '기능적 근감소증', 왜 등장했나?

근육량, 신체기능, 근력 등을 평가한 이후 최소 2가지가 진단기준에 부합한다면 근감소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진료지침에서는 진단검사 결과에 따라 근감소증을 세 가지로 세분화했다. 

먼저 근력이 낮지 않지만 근육량이 감소하고 신체기능이 떨어졌거나 또는 신체기능이 정상이지만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했다면 근감소증으로 분류한다.

근육량이 감소했고 근력이 낮으며 신체기능이 떨어졌다면 중증 근감소증에 해당한다.

주목할 내용은 기능적 근감소증 정의다. 진료지침에서는 근육량이 정상이지만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근력이 낮다면 기능적 근감소증으로 진단하도록 주문했다. 이는 근육량이 근감소증 진단에 중요한 매개변수(parameters)라는 외국 진료지침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외국 진료지침에서 제시하는 근감소증 진단기준. 메디칼업저버 재구성.
▲외국 진료지침에서 제시하는 근감소증 진단기준. 메디칼업저버 재구성.

EWGSOP2는 근력과 근육량이 함께 감소한 경우를 근감소증으로 정의하면서 신체기능도 떨어졌다면 중증으로 분류하도록 제시했다. AWGS는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력 또는 신체기능 중 하나가 악화됐을 때 근감소증으로 진단하고 세 가지가 모두 악화됐다면 중증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미국 근감소증 정의 및 결과 컨소시엄(SDOC)은 앞선 두 진료지침과 달리 근육량을 제외하고 근력과 신체기능이 저하된 경우만 근감소증으로 진단하도록 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근육량이 감소하지 않더라도 근력과 신체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임상 예후가 악화되므로 근감소증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연구 결과를 보면, 3가지 매개변수의 이상소견에 해당되는 개수가 증가하면 사망률이 높아졌다. 또 근육량이 정상이더라도 근력과 신체기능이 떨어지면 예후가 좋지 않았다"며 "SDOC에서는 근육량을 무시했지만, 본 학회는 이를 따라가기엔 부담이 있었다. 이에 근육량에 문제가 없더라도 근력과 신체기능이 떨어졌다면 근감소증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해 기능적 근감소증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근감소증으로 진단됐다면 노인포괄평가를 시행하도록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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