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이상열 교수팀, 건보공단 데이터 토대로 항당뇨병제 심방세동 위험 비교
메트포르민, 단독·병용요법 심방세동 예방 효과 나타나…TZD 병용 시 위험 20%↓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국내 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 환자에게 심방세동 예방 혜택이 있는 최적 항당뇨병제가 제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항당뇨병제의 심방세동 위험을 평가한 결과, 메트포르민 복용 시 심방세동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는 메트포르민 단독요법뿐 아니라 다른 항당뇨병제와의 병용요법에서도 확인됐다.

특히 메트포르민+티아졸리딘디온(TZD) 병용요법 시 심방세동 위험을 가장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메트포르민을 복용 중인 심방세동 고위험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이 적절하지 않다면 TZD를 치료옵션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희대병원 이상열 교수(내분비내과)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 3월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항당뇨병제-심방세동 위험 연관성 불분명

당뇨병 환자는 심방세동 위험이 비당뇨병 성인보다 40~55% 높다고 보고된다. 이는 당뇨병이 심방세동의 독립적 위험요인임을 시사한다. 

학계에서는 항당뇨병제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을 낮추는지 중점을 두고 연구가 이뤄졌지만, 심방세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는 적었다. 즉, 항당뇨병제와 심방세동 위험 간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

이번 연구는 항당뇨병제의 심방세동 예방 효과 차이를 평가해 가장 효과적인 약제를 확인하고자 진행됐다.

메트포르민+TZD, 메트포르민 단독보다 심방세동 위험 16.4%↓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건보공단 데이터베이스에서 2009~2012년 건강검진을 받았고 심방세동 과거력이 없는 당뇨병 환자 251만 5468명 데이터가 포함됐다. 전체 환자군의 평균 나이는 62세였고 60%가 남성이었다. 

항당뇨병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51.9%를 차지했다.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 병용요법을 처방받은 군이 가장 많았고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설포닐우레아 단독요법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알파 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AGI) 3제요법 △메트포르민+DPP-4 억제제 병용요법 △설포닐우레아+TZD 병용요법 △인슐린 단독요법 △메트포르민+TZD 병용요법 등이 뒤를 이었다.

1차 목표점은 2009~2018년 추적관찰 동안 발생한 심방세동으로 정의, 항당뇨병제 조합에 따른 위험을 비교·평가했다. 추적관찰 동안 8만 9125명이 새롭게 심방세동을 진단받았다.

항당뇨병제를 복용하지 않는 군과 비교한 결과, 심방세동 위험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시 약 4% 유의하게 감소했다(HR 0.959; 95% CI 935~0.985). 

다양한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일관되게 심방세동 예방 효과가 관찰된 항당뇨병제는 메트포르민(HR 0.977; 95% CI 0.964~0.99)과 TZD(HR 0.926; 95% CI 0.898~0.956)였다.

특히 메트포르민과 다른 항당뇨병제를 병용했을 때 심방세동 위험이 비복용군 대비 의미 있게 감소했다.

주목할 만한 병용요법은 메트포르민+TZD였다. 항당뇨병제를 복용하지 않는 군과 비교해 메트포르민+TZD 병용요법 시 심방세동 위험은 약 20% 유의하게 줄었다(HR 0.802; 95% CI 0.754~0.853).

이 외에 메트포르민을 기반으로 한 항당뇨병제 병용요법의 심방세동 위험은 △설포닐우레아 8% △DPP-4 억제제 12% 감소했다. 아울러 설포닐우레아+TZD 병용요법 시 심방세동 위험이 13%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3제요법 중에서 메트포르민+설포닐우레아+AGI만 심방세동 위험을 7.9% 의미 있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과 다른 항당뇨병제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됐다. 특히 메트포르민+TZD 병용요법은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대비 심방세동 위험을 16.4% 유의하게 낮췄다(HR 0.836; 95% CI 0.785~0.890).

이와 함께 하위분석에서 심방세동 예방 효과는 메트포르민 단독요법뿐 아니라 메트포르민+TZD 병용요법도 나이, 성별, 치료기간, 당뇨병 중증도 등과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심방세동 고위험 당뇨병 환자, 혈당 조절 부적절하면 TZD 고려 가능"

이번 연구는 진료지침에서 당뇨병 1차 치료제로 권고하는 메트포르민과 다른 항당뇨병제의 심방세동 예방 효과를 조사한 광범위한 리얼월드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메트포르민+TZD 병용요법이 혈당강하 외 어떤 기전으로 심방세동 위험을 크게 낮췄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인슐린 저항성 감소, 혈관 내피세포 기능 개선 등 TZD가 가진 고유한 약리적 장점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TZD는 당뇨병 환자의 심부전 악화와 연관된 것으로 파악돼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블랙박스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요구받은 바 있다. 이는 임상에서 TZD 처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심부전 위험이 높지 않은 당뇨병 환자는 TZD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상열 교수 설명이다. 

이상열 교수는 "심부전과 심방세동의 병태생리는 구분된다고 생각한다"며 "심부전 위험이 높지 않은 당뇨병 환자에게 TZD는 심방세동 발생을 억제하는 등 도움이 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과에 따라 반드시 심방세동 고위험 당뇨병 환자에게 TZD를 투약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들 환자의 혈당 조절이 부적절하다면 유용한 치료옵션으로 TZD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혈관 안전성 또는 혜택이 입증된 GLP-1 수용체 작용제와 SGLT-2 억제제가 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연구 한계점으로 꼽힌다. 최근 개발된 두 약제는 다른 항당뇨병제보다 늦게 국내에 도입되면서 이번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 SGLT-2 억제제의 심방세동 예방 혜택에 대한 학계 기대감이 크다.

이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심방세동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기전을 밝히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SGLT-2 억제제와 TZD 조합 역시 심방세동 예방에 유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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