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 17~18일 개최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 비만 치료를 위한 디지털치료제 소개 및 미래상 발표
디지털치료제, 크지 않은 체중 감량 효과·추가 비용 지불 한계
VR·AR 등 기술이 장기간 비만 치료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는 17~18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Overview of Digital Therapeutics for the Management of Obesity'를 주제로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는 17~18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Overview of Digital Therapeutics for the Management of Obesity'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디지털치료제는 인지행동요법에 기반을 두고 환자의 생활습관 변화를 유도해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비만 치료에 디지털치료제가 갖는 한계점은 분명하다. 기대만큼 크지 않은 체중 감량 효과와 디지털치료제 사용 시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등이 대표적 제한점이다. 

그럼에도 디지털치료제는 기술 발전에 따라 장기적으로 비만 치료에 유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가정의학과)는 17~18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대한비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Overview of Digital Therapeutics for the Management of Obesity'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디지털치료제, 절대적 체중 감량 효과 크지 않다?

디지털치료제는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치료 순응도를 높일 수 있으며, 초기 개발 비용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후에는 추가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환자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용이하다. 

디지털치료제 효능을 평가한 연구들은 대부분 긍정적 결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대다수가 연구기간을 12주로 짧게 설정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2020년 JAMA에 실린 디지털치료제로서 온라인 체중 관리 프로그램의 1년 효과를 평가한 무작위 연구에서는 온라인 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일반적 체중 관리를 함께 받은 비만한 성인의 체중 감량 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JAMA 2020;324(17):1737~1746).

이 연구는 체질량지수(BMI)가 27~40kg/㎡이고 2형 당뇨병 또는 고혈압을 동반한 성인을 모집, 온라인 체중 관리 프로그램만 활용해 체중을 조절한 군과 일반적 관리만 받은 군, 그리고 두 가지를 모두 진행한 군 등 세 개 군으로 나눠 1년 시점의 체중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온라인 체중 관리 프로그램만 활용한 군의 1년째 체중은 1.9kg, 일반적 관리만 받은 군은 1.2kg 줄었지만 두 가지를 모두 진행한 군은 3.1kg 감량됐다. 

1년째 체중 감량 정도만 본다면 일반적 관리를 받으며 온라인 체중 관리 프로그램을 병행했을 때 체중이 가장 많이 줄었다. 그러나 이 같은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고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권 교수는 "비만치료제 관련 무작위 연구를 보면, 위약군을 대상으로 일정한 주기로 체중 감량 상담을 하면서 주당 150분 이상 중강도 이상 운동을 하고 하루 필요한 에너지양보다 500kcal 적게 먹도록 하면 체중이 2~3kg 빠졌다"며 "연구에서 일반적 관리만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 온라인 체중 관리 프로그램 병행 시 체중이 조금 더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절대적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체중 관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체중 감량 효과를 평가한 20개 논문을 메타분석한 결과, 체중 관리 모바일 앱 사용 시 체중이 1.78kg 줄었다(Nutrients 2020;12(7):1977). 즉, 절대적 체중 감량 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은 디지털치료제가 가진 제한점으로 꼽힌다.

디지털치료제, 비만 관리 사회경제적 불평등 유발한다?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
▲서울대병원 권혁태 교수.

이와 함께 모바일 앱 형태 디지털치료제로 체중을 관리하는 사용자는 추가 기능을 활용하길 원할 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 불만족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모바일 헬스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소비자들의 모바일 앱을 통한 체중 관리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3.8점으로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초기 사용은 무료인데 괜찮은 기능을 추가로 사용하길 원할 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 불만족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디지털치료제 접근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만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디지털치료제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할 때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치료제는 비만 관리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더 유발할 수 있다. 

그는 "디지털치료제가 대면치료와 비교했을 때 확실히 우월한지 논란이 있다. 디지털치료제가 일반적 관리를 대체한다기보단 병행했을 때 효과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디지털치료제를 장기간 활용했을 때 체중 관리에 효과적일지 그리고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디지털치료제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VR·AR·챗봇, 장기간 비만 치료에 도움 될 것

이러한 디지털치료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술이 장기적으로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대표적 기술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다. 이 기술은 현재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그는 "VR과 AR을 비만 치료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예로 VR 장비를 착용한 환자를 맛있는 음식이 있는 환경에 노출시켜 환자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또 AR을 이용해 체중이 줄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보여줘 환자의 체중 조절 의지를 북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사용자 동의 하에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필요한 순간에 맞춤형 개입을 제공하는 '적기 맞춤형 개입(Just-In-Time Adaptive Interventions, JITAIs)'이 가능하다.

챗봇(chatbot)도 비만 관리에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는 "청소년 비만 관리에 챗봇을 활용한 연구 결과, 81%가 챗봇과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대다수가 체중 관리 및 당뇨병전단계 관리에 도움 됐다고 응답했다"며 "챗봇 활용 시 따로 시간을 내 병원에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비만클리닉에서 챗봇을 활용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디지털치료제나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면 생활습관 교정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며 "비록 연구에서 확인한 체중 감량 정도는 크지 않지만, 새로운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이나 머신러닝을 활용한 기술은 장기적으로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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