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레이포지티브 최두아 대표

㈜휴레이포지티브 최두아
㈜휴레이포지티브 최두아

유비쿼터스 헬스케어, 스마트 헬스케어에 이어 수년 전부터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금융, 유통, 커머스 등 여타의 산업 이름 앞에 “디지털”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음에도 유독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합성어가 회자되기 시작한 데에는 메디컬, 헬스케어 영역이 여전히 아날로그 중심이라는 반증이기도 하겠다.

모든 산업 영역마다 특성이 존재하지만 헬스케어 영역은 규제, 이해 관계자의 복잡성 등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난이도를 높이는 특성을 지닌다.

PMF(product market fit)를 찾아 고객만 설득하면 해결되는 다른 비즈니스 영역과는 달리 ①헬스케어는 보건과 복지 사이의 회색 지대에 위치하고 있으며 ②보수적인 의료진이 서비스와 프로덕의 사용 여부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고 ③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대표되는 지불자는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헬스케어 영역에서 아날로그 데이터의 디지털화를 뜻하는 디지타이제이션은 어느 정도 진행됐고, 프로세스의 디지털화를 뜻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이제 진행 중인데 반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붙음으로 완성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의 시작은 이러한 업의 특성들을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환자만을 고객으로 상정하고 PMF를 찾아 서비스부터 런칭한 뒤에야 헬스케어 시장의 보수적 특성에 부딪혀 길을 잃는다.

연구와 개발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을 뜻하는 악마의 강(Devil River), 개발과 사업화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인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사업화와 산업화 사이의 장벽인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마다 헬스케어 사업만의 특성이 존재하므로 이를 숙고하여 대비하지 않으면 강, 사막, 바다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열나요”라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예시로 들어보자. 0~5세 영유아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열이 자주 나는데 초보 부모들은 대처법을 알기 어려워 무작정 병원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열나요”는 바로 이 지점에 착안하여 PMF를 찾아냈다. 체온 측정 빈도와 방법, 원인 분석, 올바른 해열제 복용법을 통한 체온 관리, 어떤 상황에서 병원에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식 전달하는 방식으로 부모들의 니즈를 만족시켰다.

이 과정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①메디컬 에비던스가 명확한 기존의 열관리 프로토콜 연구 결과물을 의료진을 거치지 않고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 가능한 형태인 웰니스 앱 서비스로 개발해여 악마의 강을 건넜고 ②입소문, 소아과 연계 마케팅, SNS 마케팅을 통해 육아 필수앱으로 자리 잡아 올해 초 기준 200만 다운로드, 30만 mau(monthly active user)를 달성했다.

이 충성스러운 고객 트래픽을 기반으로 수가나 보험자와 관계 없이 광고, 커머스, 데이터 판매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붙이며 데쓰 밸리를 넘고 있다. ③열 관리 프로토콜은 글로벌 공통이므로 같은 서비스로 북미 진출을 진행하고 있으며, 열 관리 외에 피부, 성장 등 0~5세 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다른 헬스케어 니즈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로도 확장하여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사업 영역에 따라 PMF, 기술력, 규제 적합성, 메디컬 에비던스,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경쟁력 요소 중 하나에 집중하여 풀어갈 수 있기도 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경우, 한 가지 경쟁력에 치중하기보다는 이 경쟁력 요소들 간 밸런스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업의 특성에 대한 선제적 이해 그리고 밸런스, 이 두 가지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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