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뇨병과 소아 ADHD에서 의사가 앱 처방
국내는 의료법 위반 등으로 아직 첫발도 못 떼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의사가 앱을 처방하는 시대가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핏빗 등 지금까지의 건강 관련 소프트웨어(앱)는 다이어트나 건강증진 등에 집중해 왔다. 문제는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시장이 정체돼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당뇨병 등 만성질환 치료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앱이 개발되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앱을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라 부르는데,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할 수 있는 앱을 말한다.

이 단어를 처음 쓴 곳은 2010년 미국 당뇨병 관리서비스 회사인 Welldoc이다. 제2형 당뇨관리 모바일 앱 'BlueStar'를 시판하면서 제품 홍보를 위해 디지털 치료제란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앱 처방은 물론 수가까지 해결

디지털 치료제는 과거 앱과 다르다. 약물과 같이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고, 미국 식품의약처( FDA) 허들을 통과해야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Pear Therapeutics의 'reSET'
Pear Therapeutics의 'reSET'

첫 번째 디지털 치료제로 평가받는 제품은 Pear Therapeutics의 'reSET'이다. 약물중독 치료를 위한 앱인데, 2017년 9월 FDA 허가를 획득했다. 무작위 임상시험을 했고, 외래 상담치료와 병행했을 때 치료효과가 22.7% 향상된다는 임상적 근거를 자랑하고 있다.

병원에서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reSET'을 환자에게 처방하고, 환자는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면 된다. 환자는 약물사용이나 유발인자 등을 실시간으로 입력하고, 인지행동치료에 기반한 온라인 서비스를 받는다. 

소아 ADHD  치료용 비디오 게임 'AKL-T01'
소아 ADHD 치료용 비디오 게임 'AKL-T01'

또 다른 디지털 치료제는 Akili Interactive Lab의 소아 ADHD  치료용 비디오 게임 'AKL-T01(Project: Evo)'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소아 ADHD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게임이다. 환아가 외계인을 조정하는 게임을 하면, 그사이 특정 신경회로에 자극이 가하는 치료 알고리듬이 작동하는 디지털 치료제다.

당뇨병, 심혈관, 조현병 등에서 앱 개발 활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은 만성질환과 신경정신과질환 분야에서 활발하다. 

당뇨병에서는 ▲Omada Health의 예비당뇨병,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관리 ▲Canary Health / Better Choice, Better Health의 셀프관리 기반 만성질환 관리 ▲Blue Mesa Health /Transform의 원격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 등이 있다. 

수면장애 분야에서는 ▲Big Health의 Sleepio가 독보적이다. 이 앱은 수면장애 치료  온라인 상담 프로그램으로 임상시험 결과 플라시보 시험 대조 치료효과 확인했다. 
조현병 분야에서는 ▲일본 오츠카 제약 + Proteus Digital Health/ Abilify MyCite System의 복약센서 탑재 아리피프라졸 디지털 알약과 웨어러블 패치 및 모바일 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 참여자 74%가 꾸준히 약을 복용했고, 67%는 2시간 이내 약을 복용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계 시장 전망은 밝은데, 국내는 글쎄 

디지털 치료제 시장 전망은 장밋빛이다. 2017년 Grand View Research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7.4억 달러에서 연평균 20%로 급성장해 2025년에는 약 87억 달러 규모로 시장 규모가 5배가량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디지털과 의료의 만남, 디지털 치료제' 보고서를 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승민 연구원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 디지털 치료제의 우수한 비용 대비 효과성, 헬스케어 통합 및 환자중심 치료에 대한 요구 등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이유"라며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기존 시스템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던 부분을 저렴한 비용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 전망
디지털 치료제 시장 전망

미국이 규제를 풀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요인이다. 2017년 미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액션플랜과 Pre-Cert 프로그램(Digital Health Software Precertification Pi-lot Program)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의료용 소프트웨어는 제품 단위가 아니라 개발사 단위로 규제한다는 것. 

국내 시장은 아직 시작도 못 한 단계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최근 디지털헬스케어 전문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가 암 경험자 자가 건강관리 서비스 앱인 '에필 케어'를 출시했을 정도다. 
앱을 개발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휴레이포지티브 최두아 대표는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진단한다. 

최 대표는 "미국은 앱을 처방하는 사례도 많고, 수가로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앱을 처방하면 의료법 위반"이라며 "에필 케어가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통과하면 그때 의사가 환자에게 앱을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앱으로 환자를 관리하는 업체들이 신의료기술을 신청해야 할지를 두고 시장에서 논의가 한창"이라며 "지금까지 앱을 처방하는 사례가 없어서 쉽지 않을 것이고, 첫 사례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