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업저버 강수경 기자] 만성신장병 악화에 특정 유전자 변이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국내 다기관 만성신장병 코호트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간단한 유전체 마커 검사로 만성신장병 악화를 조기 예측·진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대병원은 신장내과 오국환 교수·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수경 교수 공동연구팀이 다기관 만성신장병 코호트 환자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DB를 통해 신장병 악화 및 예후 관련 유전체 마커를 탐색해 활용하는 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만성신장병의 신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5~10년에 걸쳐 악화된다.

이 때문에 만성신장병 초기에 진행 악화 및 투석 위험성이 큰 환자군을 조기예측하고 진단해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이 필요하다.

만성신장병 발병률은 유전적 요인과 관련 있다고 알려졌지만 어떤 유전적 마커가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 없어 현재까지 정확한 진단 시스템이 부재했다. 

연구팀은 만성신장병 진행 척도로 eGFR(추정 사구체여과율) 감소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식별하기 위해 2011년 구축해 최장 10년간 추적하고 있는 한국 다기관 만성신장병 코호트(KNOW-CKD)를 통해 만성신장병 환자 1738명을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연관분석연구(GWAS)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 eGFR 연간 변화를 나타내는 eGFR 기울기가 만성신장병 환자 예후와 관련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코호트 환자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DB를 바탕으로 신장병 악화 및 예후인자인 eGFR 기울기와 관련된 유전체 마커를 탐색했다. 

그 결과 두 개의 새로운 유전자좌인 TPPP 및 FAT1-LINC02374에서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단일염기다형성)의 특정 변이 패턴이 신장병이 빠르게 악화된 군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연구팀이 발견한 TPPP 및 FAT1-LINC02374 유전자가 만성신장병 환자 예후와 관련된 SNP 마커임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유럽인과 아프리카계로 구성된 만성신부전 코호트(CRIC) 연구에서 만성신장병 환자 2498명을 대상으로 eGFR 기울기와 관련된 P<10^-6로 선택된 SNP에서 인종 간 재현성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여러 발현 양적 특성 유전자좌(eQTL) 연구, 경로 농축 분석, 후성유전학적 구조의 탐색 및 전사인자 결합부위 억제 예측을 통해 유전자좌의 잠재적인 생물학적 영향을 조사했다. 

eQTL 연구에서는 재현성이 확인된 SNP가 신기능과 관련된 여러 유전자의 발현 수준을 조절한다는 것을 밝혔다. 

해당 SNP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인핸서 영역 근처에 위치해 전사인자의 결합을 방해한다. 

이 결과는 TPPP 및 FAT1-LINC02374 유전자좌 변이가 eGFR 기울기와 연관됐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 중 독립적으로 유의한 상위 22개 SNP를 사용해 전사인자의 결합을 방해해 eGFR 감소를 나타내는 다중유전위험점수(PRS)를 도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만성신장병 환자의 신기능 급속 악화 및 말기신부전으로 악화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다중유전위험점수(PRS)를 구축해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

오국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TPPP 및 FAT1-LINC02374 유전자좌의 SNP 마커가 만성신장병 환자의 악화 예측 마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기반으로 다중유전위험점수를 활용하면 만성신장병 환자 가운데 신기능이 빠르게 악화될 위험이 큰 환자군을 조기 예측·선별 가능해져 적시에 집중 관리와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신장학회지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