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 의사 주의 의무 위반 인정…질병 특성 참작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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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강수경 기자] 8세 남아의 충수염을 오진해 환자가 수술 지연으로 사망한 사건을 두고 법원이 주치의의 손해배상책임을 50% 수준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이는 재판부가 충수염을 오진한 의사의 책임을 인정하지만, 질병 특성상 소아 급성 충수염이 비전형적인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며 초기 오진율이 높다는 점을 참작한 결과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환자의 유가족이 A병원 소아청소년과 주치의와 수술을 집도한 C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병원 소아청소년과 담당의의 책임을 인정하고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A병원 주치의는 유가족에게 2억 9246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2019년 12월경 환아는 복통과 구토로 A병원 응급실을 내원해 조치 후 귀가했다. 지속된 증상으로 다음날 A병원에서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한 결과, 환자에게서 정상 충수가 관찰됐다. 

이에 담당의는 환자를 위장염과 결장염으로 진단하고 입원 치료했다. 

A병원 주치의는 증상이 호전된 환자를 퇴원시켰으나, 외래진료에서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자 진료 소견서를 작성해 줬다. 

다음날 환자는 B병원 소아청소년과를 내원해 천공된 충수염을 진단받고, 소아외과가 있는 C병원으로 옮겨 곧바로 충수절제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원고 측은 A병원 주치의가 의사로서 업무상 주의 의무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A병원 담당의는 2차 입원 당시 환자의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에서 장폐색 등 이상 소견이 관찰됐음에도 추적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진료를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병원 주치의가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해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법원은 “환자가 약물치료(정맥주사)에도 증상이 계속됐고, 입원 기간 동안 충수염으로 의심되는 배꼽 아래 복부 통증을 호소했으며 혈액검사 결과도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며 “통상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라면 단순한 결장염이 아닐 수 있음을 의심할 만한 상태였음에도 증상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태했다”고 A병원 주치의의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이후 A병원 주치의가 외래진료에서도 활력 징후 만으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상급병원으로 전원하거나 응급진료를 받도록 지도·설명해야 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수술을 집도한 C병원이 수술 이후 농양의 배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경과만 관찰하며 신속한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의료행위상 주의 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C병원 측은 ”발병 후 48시간 이내 70% 확률로 천공이 발생하는 충수염은 지체 없이 수술해야 하지만 환자는 최초 증상이 발현된 일자로부터 9일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고, B병원에서 전원 당시 복강 내 거대 농양과 복막염이 관찰됐으며 합병증이 유발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진은 의식을 회복한 환자에게 금식을 주의했음에도 환자가 물을 음용했고, 이를 기점으로 배액 양상이 달라졌는데 응급 판독에서 재천공 여부가 확인되질 않아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환자에게 심각한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합병증이 동반된 상황에서 체액 배액 관련한 C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초기 검진에서 충수가 정상적으로 관찰된 사정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감정한 ‘충수염은 소아에서 급성 장염과 증상이 유사하고, 12세 미만 충수염 초기 진단 오진율은 28~57%로 보고됨’ 등을 고려해 피고 A병원 주치의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현재 A병원 해당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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