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은 의료진 손배책임 미인정, 대법원은 판단 뒤집어
"의료진간 사고 공유 미흡, 뇌출혈 예상하고 조치 취해야"
담당 의료진 지속적 관찰 및 주의의무 미흡 지적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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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던 중 낙상사고를 당한 환자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원심과 대법원이 의료진 책임을 다르게 판단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A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받던 도중 식은땀을 흘리며 갑자기 뒤로 넘어졌다. 이후 응급실에서 입원을 기다리다 약 10초간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고 병원 의료진은 항경련제를 투약했다.

다음날 의료진은 A씨를 대상으로 뇌 CT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외상성 뇌내출혈, 경막하출혈 등이 발견됐고 수술을 통해 혈종 등을 제거했다.

그러나 A씨는 약 2주 후 외상성 뇌출혈과 뇌부종으로 인한 연수마비로 사망했다.

앞서 원심은 의료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의료진이 A씨 상태를 확인한 결과 머리손상이 의심돼 응급 CT 검사를 해야 할 상태는 아니었고, 경련 증상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봤다.

원심은 "의료진이 A씨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거나 수술의 필요성, 후유증에 대한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우선 대법원은 여러 명의 의사가 의료행위를 담당할 경우 먼저 환자를 담당한 의사가 이후 의사에게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흉부 엑스레이 촬영 이전 진료기록에는 A의 두피에 외상이나 부종이 있다는 기재가 없었지만, 이후 시행한 뇌 CT 결과지에는 두피에 부종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A의 머리 부종은 이 사건의 사고로 머리가 바닥이나 기계 등 물체에 부딪히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타 의료진에 사고 사실 전달되지 않았고, 주의 의무도 미흡"

A는 사고 발생 4시간 후 양쪽 팔다리에 경련 증상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통상적 의료수준에 비춰 의료진은 사고로 발생한 뇌출혈이 위와 같은 경련 증상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예상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즉 의료진은 A에게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하고, 사고 부위를 자세히 살피는 등 적절히 조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 담당 의사가 바뀔 경우 이전의 담당 의사가 이 사실을 전달해 경련 증상이 나타났을 때 뇌출혈을 예상하고 뇌 CT 검사를 시행해야 했다고 봤다.

양쪽 팔다리에서 경련이 나타났을 때 담당 의사는 뇌출혈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알코올 중단에 따른 금단성 경련으로만 파악해 항경련제만 투약했다.

이는 사고 사실이 담당 의사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고가 발생하고 19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뇌 CT 검사를 시행했다"며 "의료진에게는 사고 후 A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 위험을 방지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이 의료행위에 요구되는 주의의무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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