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행정부,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26년부터 메디케어 약가협상
글로벌 제약업계 "혁신신약 개발에 악영향" 반발
이달 일부 제약사 의약품 가격 인상 전망...국내 영향은 미미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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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의약품의 완전 자율 가격제도인 미국도 가격 통제가 진행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에 서명하면서 오는 2026년부터 메디케어 매출이 많은 10품목 의약품이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이를 두고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가격협상을 대비해 이달 의약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본사에서 가격 인상 이야기가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반응이다.

 

2026년부터 미국도 의약품 가격 통제 돌입

지난해 8월 미국 상원은 메디케어 약가협상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미국도 완전 자율 가격제도에서 일부 의약품에 대해 약가협상을 진행하는 등 가격 통제를 받는 구조로 변하게 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보건, 청정에너지, 조세 등 3가지 핵심 분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보건 분야는 처방의약품 가격 인하, 보건 비용부담 완화, 제약업계 영향력 견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건강보험개혁법(ACA) 보험료 보조금 수혜 대상 및 지원 규모를 2025년까지 연장해 적용하고, 메디케어에 따라 환자가 처방의약품에 부담하는 금액을 2000달러로 상한선을 설정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인플레이션 보다 가격이 높은 의약품에 리베이트를 지불하도록 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의약품 가격협상이 도입된다는 점이다.

메디케어 프로그램에서 처방되는 의약품 가격을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제약사가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메디케어는 2026년부터 Part D(원외처방의약품)에 해당하는 의약품에 약가 협상을 시작하고, 2029년까지 6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2028년에는 Part B(원내처방의약품)도 협상 대상이 된다.

협상 대상 의약품은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이후 9년 동안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되지 않은 합성화학의약품, 13년 이상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하지 않은 바이오의약품이다.

업계는 2020년 매출을 기준으로 Part D 협상 대상 의약품에 엘리퀴스, 자렐토, 자누비아. 임부르비카 등을 후보로 보고 있다. 또 Part B 협상 대상은 키트루다, 아일리아, 프롤리아, 옵디보, 맙테라 등이 꼽혔다.

다만, 매년 협상 대상 품목 수는 HHS 장관 재량에 따라 조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기계적으로 운영되기보다 추후 약가 문제가 없다면 품목 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올해 가격 인상 조짐..."신약 개발에 저해"

글로벌 제약업계는 미국 내 의약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메디케어와의 협상으로 의약품 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아직 협상 대상이 되지 않은 의약품의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방어하겠다는 취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당시, 글로벌 제약업계는 반발했다.

화이자, 암젠, 애브비, BMS, 길리어드, MSD 등 글로벌 제약사는 "제약산업 연구개발 투자가 감소해 혁신신약 개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합성화학의약품은 자사 브랜드의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거나, 바이오의약품은 가격 협상에 앞서 바이오시밀러를 직접 발매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은 의도적 경쟁 회피, 독과점 등의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글로벌 제약업계가 의약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실제 의약품 정보업체 스리 액시즈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화이자, GSK, BMS,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등은 이달 350종 이상 의약품의 미국 내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화이자는 젤잔즈의 가격을 6%, 입랜스와 잴코리는 7.9% 인상할 계획이다. GSK는 싱그릭스의 가격을 7%, BMS는 아베크마, 브레얀지를 각각 9% 인상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타그리소, 파센라 등을 각각 3%씩 인상할 계획이며, 사노피도 14종에 달하는 백신 가격의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 투자와 임상적 가치, 시장 조건을 고려해 2026년 가격협상에 앞서 일찌감치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가격 높아지면 한국도 영향?..."본사 이익은 그대로"

글로벌 본사가 의약품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한국 시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에 업계는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은 글로벌 본사의 의약품 가격 인상 여부에 상관없이 정부와 계약을 맺는 만큼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에서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한국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되레 본사에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 한국 법인은 의약품 가격 인상으로 수입 금액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다. 

한국에서의 의약품 가격은 동일하지만, 공급 가격이 인상되면서 글로벌 본사의 이익은 그대로 보전되는 격이다.

이 관계자는 "본사의 공급 가격이 높아지만, 인건비, 생산비 등을 포함한 생산 원가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의약품 가격을 인상한 후 협상을 통해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본사 입장에서는 이익에 큰 영향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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