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구로병원 김애리 교수, 모친 신정순 교수 평전 발간
NMC 첫 한국인 마취과 과장과 서구식 전공의 수련과정 도입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김애리 교수(병리과)는 최근 모친인 국내 첫 마취과 전문의인 신정순 교수의 평전을 발간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김애리 교수(병리과)는 최근 모친인 국내 첫 마취과 전문의인 신정순 교수의 평전을 발간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국내 첫 마취과 전문의는 누구일까?

1950년대 국내는 아직 마취라는 의학분야가 자리잡지 못하던 시기였다. 북유럽의 마취의학을 수련하고 국내 첫 마취과 전문의로서 삶을 살았던 한 여의사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다.

한국 최초의 마취과 전문의이자 대한마취과학회 첫 여성회장을 역임한 신정순 교수의 삶을 되돌아보는 신정순 평전이 출간됐다.

신정순 평전은 신 교수의 무남독녀인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김애리 교수가 3년 간 신 교수의 자료와 교류했던 인물들의 인터뷰로 구성됐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시기에 고려대 의과대학의 전신인 서울여의전에 재학 중이던 신정순 교수는 대학 졸업 후 의사 초년기를 미군병원과 스웨덴 적십자병원에서 근무하며 서구의 선진 의학시스템을 경험했다.

신 교수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외과의사가 되려고 했지만, 스웨덴 노던(Norden) 마취과 전문의를 보면서 외과와 밀접한 마취과를 선택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 우리나라에 의료지원으로 개원한 스웨덴 적십자병원의 철수에 이어 스칸나비아(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의 인적, 경제적 지원으로 아시아 최고의 국립의료원이 개원됐다.
 

국내 첫 마취과 전문의로, 국립의료원 개원 초기 안정화 기여

이 때 신정순 교수는 개원 초기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신 교수는 남성중심의 의료계에서 여성 의사로서 정체성을 지키면서, 1950년부터 마취 의사 양성을 위해 WHO가 지원, 운영됐던 덴마크 코펜하겐 마취의사 연수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마취과 의사로서의 삶을 살게 됐다.

김애리 교수는 이번 평전과 관련해 "딸이라는 입장과 의학 제자라는 입장의 두가지 시각에서 평가가 존재한다"며 "의학자이자, 마취과 의사로서 신정순 교수는 후배들과 동료들 사이에서 잔소리가 많은 집요한 마귀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한국전쟁 당시 국내 의료의 사회적 기반과 환경은 취약했다. 마취라는 생경한 의학분야에 몸 담았던 모친이 유럽의 마취의학을 국내 환경에 적용하고, 고위험 환자를 다루는 의료환경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이 집요함으로 발산된 것 같다"며 "이번 평전은 한국의 의료 역사와 함께한 모친에 대한 재평가와 모친의 본래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고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신정순 교수는 국립의료원 개원 초기 스칸디나비아 의료진과 국내 의료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병원 운영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의료원 한국인 최초 마취과장으로서 인턴·레지던트 등 서구식 수련프로그램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에 맞는 마취과 수련프로그램을 수립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국립의료원 각 임상과의 수련프로그램은 서울대의 미네소타 프로젝트에 따른 전공의 수련시스템과 함께 한국 전공의 수련프로그램 한축을 이루게 됐다.

신 교수는 국립의료원 의료시스템의 주춧돌로써, 스스로도 마취과 전문의로서 한층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끊임없는 모교 사랑과 의학발전 헌신

김애리 교수는 "2010년 타계하실 때까지 개인적 명예보다 병원 내 환경 개선과 의학발전을 위한 후배들의 장학사업을 진행하셨다"며 "모친은 모교와 소속병원, 제자들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모친은 묵묵히 본인의 일에만 집중하셨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신정순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 안산병원, 여주병원(현재는 폐원) 개원 당시 3개 병원의 수술실, 중환자실 등의 시스템을 확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신 교수는 1993년 은퇴할 때까지 마취과 교실에서 후진 양성과 고려대의료원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고려대 의대가 좋은 교육기관으로 성장하길 바랬으며, 특히 마취과에 대한 수련과 교육이 제대로 자리잡길 희망했다는 것이다.

김애리 교수는 "모친께서는 죽어 다시 태어나도 마취과 의사를 하겠다고 항상 말씀하셨다"며 "환자만을 생각하고,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열정과 헌신의 삶을 사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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