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부정맥학회 11일 '하트리듬의 날 기자간담회' 개최
전 세계적으로 대형제약사 퀴니딘 생산 중단해 자가치료용으로 전환
기존 약가 100정에 5만 1000원→393만원 75배 급등

▲대한부정맥학회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1월 11일 하트리듬의 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김진배 정책이사, 박희남 보험이사, 최기준 이사장, 현명철 회장, 김성환 홍보이사, 차명진 위원.
▲대한부정맥학회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1월 11일 하트리듬의 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좌부터)김진배 정책이사, 박희남 보험이사, 최기준 이사장, 현명철 회장, 김성환 홍보이사, 차명진 위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심실성 부정맥 치료제인 '퀴니딘 황산염(이하 퀴니딘)' 생산 중단에 따라 환자들의 건강 수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형 제약사에서 퀴니딘 생산을 중단해 자가치료용으로 전환된 상태다. 이에 다량 구매가 불가능하고 환자가 개별적으로 신청해 구매하는 것만 가능하다.

이로 인해 퀴니딘은 기존 약값 100정에 5만 1천원에서 30정에 115만원, 100정에 약 383만원으로 약 75배 뛰어 부정맥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도 가중된 상황이다. 

이에 대한부정맥학회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1월 11일 하트리듬의 날 기자간담회'를 개최, 심정지로부터 환자 생명을 보호하는 필수 약제인 퀴니딘 생산 중단 사태의 문제점을 알리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 퀴니딘 재고 100여 개 불과

▲대한부정맥학회 김진배 정책이사.
▲대한부정맥학회 김진배 정책이사.

퀴니딘은 조기 재분극 증후군, 브루가다 증후군 등 희귀질환 환자의 심실성 부정맥 치료에 대체 불가능한 약제다. 퀴니딘을 복용하지 못하면 심실세동이나 심정지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커진다.

학회 김진배 정책이사(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퀴니딘은 심장마비가 오는 여러 질환 중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환자를 지키는 필수 약제"라며 "그동안 퀴니딘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자가치료용으로 전환됐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100여 개 밖에 재고가 남지 않은 데다, 앞으로 대량구매가 안 돼 환자가 직접 신청해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퀴니딘 재고가 적고 소진 시 다시 수입하려면 최소 4주 이상 소요돼, 퀴니딘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게 학회 설명이다.

학회는 정부와 제약사, 해외 학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학회 박희남 보험이사(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제약사는 이윤이 남지 않으면 약을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약 품귀현상으로 인해 생명을 잃은 사례가 있었다"면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우선 약값이 상당히 올랐기 때문에 국가보조금이라도 지원해달라는 방향으로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 정책이사는 "식약처 등 정부 도움을 받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제네릭 의약품으로 퀴니딘을 생산하는 제약사가 있는데 국가가 요구하는 표준에 맞는지 확인 중이다. 퀴니딘이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는 부정맥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증상 심방세동 진단 위해 '심전도 검사' 건강검진에 포함해야

대한부정맥학회 차명진 위원.
▲대한부정맥학회 차명진 위원.

이어 학회는 고령 환자에 대한 심전도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전도 검사는 2008년 국가건강검진에서 제외됐다.

학회 차명진 위원(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부정맥 중 심방세동 유병률은 고령에서 증가세를 보이며 무증상이 흔하다. 많은 환자가 무증상으로 지내다 뇌경색, 혈전색전증, 치매 등 심각한 뇌혈관질환이 발생한 이후에 심방세동을 진단받는 상황"이라며 "심전도 검사는 저렴할 뿐만 아니라 부정맥 등 질병 확진도 가능하다. 수십 가지 다양한 종류의 부정맥을 심전도 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전도 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서 제외된 이유는 결과가 잘못 나왔을 때 무리하게 불안감을 형성하거나 오판독으로 인해 과잉진단·치료로 이어질 수 있고 비정상적 결과로 침습적 검사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 발전에 따라 오판독으로 인한 질환 진단은 전문가 판단을 적용해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AI) 등 판독 보조진단법의 기술이 발전해 비정상적 결과가 반드시 침습적 검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학회 의견이다.

이 같은 우려를 넘어 심전도 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심방세동 환자가 조기 진단된다면 뇌혈관질환 등 치명적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학회는 65세 이상은 기회적 선별검사를, 75세 이상이거나 뇌졸중 고위험군은 체계적 선별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회적 선별검사는 다른 이유로 진료받는 환자에서 심방세동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를, 체계적 선별검사는 일정 연령 이상의 모든 사람 또는 특정 집단에서 시행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차 위원은 "부정맥 전문의 입장에서 폭넓은 연령대의 국민에게 저렴하면서 효율이 높은 심전도 검사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국가건강검진 목적이 심혈관질환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연령과 질환에 대해 학회에서 고민해 이같이 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회 최기준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은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심전도 검사를 하면 좋겠지만, 젊은 층에서 검사에 따른 득이 실을 크게 앞서지 않는다"며 "그러나 65세 이상에서는 심전도 검사의 득이 크기에 선별검사 시행 나이를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질병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는 최소 50세의 무증상 성인에서 심방세동 선별검사의 혜택과 위험의 균형(balance)을 평가하기에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차 위원은 "미국에서는 무증상 성인에 대한 심방세동 선별검사가 불필요하다기보단, 권고하기에는 진단 및 경제적 측면에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뇌졸중 등 질환 발생 후 치료하는 것은 환자에게 치명적이고 절망적인 일이다. 선별검사가 필요한 환자를 구분해 치명적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국가건강검진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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