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2023년 3~4월 중입자치료 예정
암 정밀 타격으로 치료 부작용 및 치료 횟수 줄여 ... 비용 4000~5000만원
임상근거 부족한 점은 한계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기 모습
연세의료원 중입자치료기 모습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연세의료원이 내년 3~4월경 새로운 암 치료법인 중입자치료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방사선종양학과 의사들은 중입자치료기의 강점은 인정하지만, 약 4000~5000만원인 비용이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암 치료 최전선에는 양성자치료가 포진하고 있다. 수소이온을 가속해 암을 치료하는 양성자치료는 삼성서울병원과 국립암센터가 양성자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양성자치료에 대적하는 선수가 등장했다.

탄소이온을 가속해 암을 치료하는 중입자치료가 그것이다. 현재 독일, 이탈리아, 호주, 일본, 대만, 중국 등이 중입자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입자치료기 모습
중입자치료기 모습

국내에는 내년 초에 연세의료원, 2027년에는 서울대병원이 중입자치료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연세의료원이 선보이는 중입자치료기는 도시바 제품으로 고정형 1대와 회전형 2대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며 중입자를 조사해 어느 방향에서든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중입자치료기의 장점은 '브래그 피크(bragg peak)'다.  

X-선은 피부에서부터 암세포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생체조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없다. 

그런데 중입자치료기는 신체 표면에서는 방사선량이 적고, 암조직에서 대부분 에너지를 발산하는 특징이 있다. 이 특성을 브래그 피크라 한다.

정상조직에 영향을 덜 주고, 암조직에만 정밀타격하기 때문에 암치료로 인한 부작용과 치료 횟수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중입자치료기, 양성자치료기에 덜 반응하는 환자도 효과 기대

세브란스병원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은 중입자치료기는 양성자치료에 덜 반응하는 환자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센터장은 "중입자치료의 브래그 피크 특성으로 암 치료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며 "암세포에 정밀 타격할 수 있어 치료 횟수도 12회로 줄일 수 있는데, 이는 X-선과 양성자치료의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산소가 부족한 환경의 암세포는 치료하기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중입자치료기는 산소와 무관하게 치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단국대병원 최상규 교수(방사선종양학과)도 중립자치료기가 브래그 피크와 산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점은 굉장한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암 치료에서 정상 장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부작용을 적게 생기게 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치료 기간을 짧게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가야했던 환자들 국내 치료 가능   

국내에서 중입자치료센터가 운영되면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가야했던 환자들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센터장은 "일본에서 중입자치료를 받기 위한 비용은 1억~2억 정도로 알려졌다. 그런데 중입자치료 적응증이 안 돼 일본에서 다른 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사례도 종종 있다"며 "연세의료원이 중입자치료를 시작하면 이런 사회적 비용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도 "우리나라 암환자들이 일본에서 중입자치료를 받는 사례가 많은데, 연세의료원이 치료를 시작하면 비용도 절감하고, 환자 데이터도 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 준비 장면(사진 제공, 삼성서울병원)
양성자 치료 준비 장면(사진 제공,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기센터를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삼성서울병원 박희철 양성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은 국내 암치료에서 아직 '언맷니즈(Unmet Needs)'가 존재하고, 그 측면에서 중립자치료기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양성자치료와 중립자치료 간 대결보다는 환자를 치료하는 옵션이 더 생겼다는 것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며 "중립자치료가 시작되면 연구와 리서치 등도 활발해지고, 암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 임상근거 부족은 단점

중입자치료의 단점을 찾자면 비싼 비용을 꼽을 수 있다.

현재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중립자치료 비용은 약 4000만원~5000만원이다. 일본보다 저렴한 비용이지만 환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양성자치료가 만 18세 이하 소아종양, 방사선 치료 부위 재발암, 두경부암 등에서 급여가 인정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비용은 환자 입장에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양성자치료계획 1회 약 370만원, 2~3회는 약 190만원, 양성자방사선치료시 1회당 50만원이다.

일각에서는 임상시험이나 임상 근거 등이 부족하다는 점도 중입자치료의 한계라는 의견도 있다. 

박 센터장은 독일, 이탈리아 등 6개 국가에서 중입자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임상시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일본은 양성자치료 및 중입자치료를 모두 실시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무작위대조군 시험은 없다"며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비교 임상시험을 했을 때 양성자치료와 중입자치료 효과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중입자치료가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자리잡으려면 임상시험 및 무작위대조군 연구 등 근거가 필요하고, 치료법이 표준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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