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스프링클러 설치 유예기간 10년 요구
서영석 의원, 생명 살리는 의료기관에서 화재참사 걱정해서는 안돼
미설치 기관 513개 중 365개소 감염병 대응기관 지정안돼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병원 스프링클러 설치기간이 또 연장된 가운데, 병원계가 10년이 유예기간을 요구하고 있어 국회 차원에서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6월 기준 스프링클러를 의무설치해야 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총 2513개소에 이른다.

이 중 스프링클러를 포함해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은 1399개소이며, 스프링클러만 설치되지 않은 곳은 513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는 47명의 사망자와 100여명의 부상자를 낸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이후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판단하고 정부와 국회는 2019년 법령 개정으로 설치를 의무화 했다.

그러나, 법령 개정 당시 의무규정을 소급적용을 올해 8월 31일까지 유예했지만, 화재발생 이후 4년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설치의무 의료기관 5곳 중 1곳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법령이 개정되며 유예기간은 2026년 8월 31일까지 또 연장됐다.

주무과청인 소방청은 복지부,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유예기간 연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복지부는 기간없이 연장 의견을 피력했으며, 병원협회와 국립대형병원 등은 3년 연장 의견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협회는 최소 5~10년의 유예기간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병원의 정상진료를 위한 회복기간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영석 의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513개소 중 365개소는 호흡기전담클리닉, 전담병상 및 진료소 설치 등 코로나 대응 관련 기관 및 관리기관으로 지정된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대응으로 인해 설치가 어려웠다는 것도, 코로나 이후 병원의 정상진료를 위한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소방청은 최종적으로 유예기간을 4년 4개월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며, 연장의견을 제시했던 복지부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서영석 의원은 "의료기관에 관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기간을 제시하지 않고 연장의견만 낸 것은 비난이 두려워 몸을 사리는 보신주의에 빠진 채 직무를 유기하는 일"이라며 "유예기간 도래 전에 신속히 스프링클러 설치가 완료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치 등 공공의료 확충에는 반대하면서 비상 시 환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스프링클러 설치 기간을 5년에서 10년 연장하자고 하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며, 의료인의 모습인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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