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천연물안전관리원 설립 추진...규제개선 의지도 언급
동아에스티·종근당·제넨셀 등 천연물의약품 개발사 주목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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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규제 기관의 지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천연물 의약품의 부활이 이뤄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천연물 의약품은 지난 2010년대 중반까지 스티렌(성분명 애엽95%에탄올연조엑스) 등이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약물로, 합성신약에 비해 개발 비용도 적게 들고 천연 성분으로 이뤄져 안전성도 높았지만, 유효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렸었다.

또 코로나19(COVID-19) 펜데믹이 심화되면서 천연물 의약품 협의체 등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천연물 의약품에 대한 지원 및 규제 개선 의지를 규제기관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작용 덜한 천연물 의약품…시장 성장 가능성 ↑

2010년대 초반까지 국내 천연물 신약 개발 붐이 일어나며 제품들이 우후죽순 발매됐지만 안전성,  유효성 논란과 함께 개발 열풍이 줄었다.

동아에스티의 스티렌 중심으로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 검출, 유효성 미진 등이 주된 이유였다.

애엽(쑥) 성분으로 만든 스티렌은 출시 후 꾸준히 700억원 이상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수년간 동아에스티의 실적을 뒷받침했지만 2013년 개량신약 출시, 유효성 이슈로 인해 위염 예방의 급여가 삭제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15년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벤조피렌이 검출되면서 매출이 급격하게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플로팅 기술을 적용한 스티렌투엑스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2018년 특허 무력화로 인해 제네릭이 대거 출시되는 등 매출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때 매출 1000억원을 육박했던 스티렌의 2021년 매출은 19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규제 기관이 적극 천연물 의약품에 대한 지원을 시사하면서 부활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천연물의약품 및 추출물 시장은 연평균 18.3%의 성장률로 2025년 약 2730억달러로 예상되며 아시아권이 최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합성 화학 의약품의 부작용 및 항생제 내성에 대한 우려, 건강한 삶 등에 대한 관심증가로 천연물에 대한 선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은 심각한 고령화로 인해 천연물 관련 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고, 서구권은 박테리아 의약품 내성으로 부작용이 덜한 천연물의약품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천연물 의약품의 부활을 위해 규제기관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 달 21일 새롭게 부임한 권오상 차장이 천연물에서 유래한 의약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신설할 '천연물안전관리원' 설립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권 차장은 천연물안전관리원이 차질 없이 설립될 수 있도록 업무 추진 현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안전·건강과 직결되지 않은 절차적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는 등 천연물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천연물 의약품 생산업체 조아제약 현장 방문에서 권 차장은 “천연물의약품이 미래 먹거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천연물의약품 특성에 맞게 허가제도를 개선하고 제조품질관리 체계를 합리화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이 신속히 개발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식약처는 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안전·건강과 직결되지 않은 절차적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는 등 천연물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수혜 후보는 누구?

천연물 의약품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면 해당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 계획이 있는 제약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은행잎 추출물 성분 뇌기능 개선제를 갖고 있는 SK케미칼의 기넥신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의약품은 혈액점도저하, 혈관확장, 혈류 개선의 3대 혈액순환작용을 통해 우리 몸의 말초동맥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는 약물이다.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현기증 등을 개선시키는 주요 효능을 갖고 있다.

특히 주요 뇌기능 개선제들이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고 있는만큼 대체제로서도 부각되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 천연물 의약품 시장 강자 동아에스티도 주목할만 하다. 해당 제약사는 스티렌, 스티렌투엑스, 모티리톤(현호색·견우자(5:1)50%에탄올연조엑스)뿐만 아니라 천연물의약품 당뇨병성신경증치료제 'DA-9801’도 개발 중에 있다.

DA-9801는 동아에스티가 지난 2018년 미국 제약사 뉴로보에 라이센스아웃(L/O)한 바 있다. 뉴로보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신경과학 기반의 천연물 의약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회사로 현재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종근당은 최근 품목 허가를 받은 지텍(육계건조엑스)을 통해 천연물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텍은 녹나무과 육계나무의 줄기 껍질을 말린 약재인 육계에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신규추출법을 적용해 위염에 대한 효능을 최초로 입증한 천연물 의약품이다.

전임상에서 항염증 효과와 위에서 점액분비를 촉진시키는 방어인자 증강작용 등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임상에 착수해 임상2상에서 위약 및 기존 합성의약품, 천연물의약품 대비 우수한 위염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감염병 예방·치료 신약 개발 기업 에이피알지는 천연물 용아초 추출물과 오배자 추출물을 혼합한 'APRG64'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토대로 인플루엔자 A, B형에 사용되는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다. 경구용 치료제를 타깃으로 하고, 코로나와 변종 바이러스까지 대처할 수 있을 것 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 해 국내 임상2상을 승인받은 제넨셀은 최근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후보 물질 ‘ES16001’에 대한 임상2/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인도의약품관리국(DCGI)으로부터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ES16001은 담팔수 잎에서 추출한 신소재 기반 물질로, 제넨셀은 해당 물질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치료 효과에 대한 특허도 획득한 상황이다.

이번 임상은 다국가 형태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된다. 임상2상은 국내와 인도 등에서 약 400명을 대상으로 위약 대조 등의 방식으로 유효성을 검증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합성신약보다 개발 비용이 적게들고 천연물 성분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안전성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며 “천연물 의약품이 안전성∙유효성만 입증할 수 있다면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제약사에게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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