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인슐린에 GLP-1 제제와 SGLT-2 억제제 추가 두고 논쟁
임수 교수 "GLP-1 제제, A1C 강하 및 체중 감소 효과 뚜렷"
김신곤 교수 "SGLT-2 억제제, 21세기 스타틴으로 불릴 정도로 비용 대비 효과적"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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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인슐린을 사용하는 2형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와 SGLT-2 억제제 중 어떤 약제를 추가해야 할까?

이 뜨거운 주제를 두고 12~14일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내분비내과)와 고려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가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임 교수는 GLP-1 제제의 강력한 혈당 강하 및 체중 감소 효과를 강점으로, 김 교수는 SGLP-1 억제제는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장점을 강조하며 격론을 벌였다. 

인슐린에 GLP-1 제제를 추가해야 하는 이유

현재 GLP-1 제제는 바이엘 바이에타(성분명 엑세나타이드), 사노피 릭수미아(릭시세나타이드), 노보 노디스크 빅토자와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 릴리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노보 노디스크 오젬픽, 라이벨서스(세마글루타이드) 등이 있다. 

임 교수는 미국당뇨병학회와 세계적 학자들이 GLP-1 제제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에서 환자의 혈당이 높을 때 인슐린보다 GLP-1 제제를 먼저 추가하라고 권고했다는 것이다. 

12~14일 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가 인슐린에 GLP-1 제제를 추가했을 때 장점을 발표했다.
12~14일 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임수 교수가 인슐린에 GLP-1 제제를 추가했을 때 장점을 발표했다.

임 교수는 "ADA가 100년 된 인슐린보다 GLP-1 제제를 먼저 권고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라며 "GLP-1 제제를 쓰고도 환자의 혈당이 떨어지지 않으면 그때 인슐린을 처방하라고 했다. 이는 GLP-1 제제에 대해 세계적 학자들이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GLP-1 제제는 혈당 강하 및 인슐린 저항성 개선, 염증을 줄이고 아디포넥틴(adiponectin) 향상, 심부전, 만성신질환 개선 등에 근거를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에서 두각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인슐린에 GLP-1 제제를 추가하면 당화혈색소(A1C) 감소 효과가 있다"며 "증량했을 때 체중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는데, 식사 시 투여하는 인슐린(bolus)를 대조군으로 한 연구에서 이를 증명했다. 따라서 체중 감소를 고려한다면 GLP-1 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임 교수가 주목한 약물은 사노피 솔리쿠아(아이글라릭시, 란투스/릭수미아), 노보 노디스크 줄토피(아이덱리라, 인슐린 데글루덱/삭센다), 릴리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등이었다. 

솔리쿠아는 환자가 2~3회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불편함을 1회로 줄였다는 특징과 A1C 및 체중 감소에 효과를 보이는 약물이다. 

솔리쿠아와 GLP-1 제제를 비교한 연구 결과 26주차에 솔리쿠아군 11%, GLP-1 단독군 4% 감소로 A1C가 감소했고, 통계적 유의성도 확보했다.

체중은 각각 1.7kg 상승, 1.4kg 감소했고, 특히 베타세포(β-cell) 기능개선 효과와 식후 혈당 증가에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임 교수는 "솔리쿠아 치료 시 공복 및 포도당 섭취 후 인슐린 분비는 GLP-1 제제보다 감소했고, 베타세포 글루코스 민감도는 3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줄토피도 A1C 및 체중, 저혈당 감소 효과를 강점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2019년 일본에서 진행된 DUAL Ⅱ Japan 연구에서 A1C는 줄토피군 1.95%, 인슐린 데글루덱군 0.65% 감소했고, 체중은 각각 0.7kg 감소, 0.70 증가했다. 저혈당은 두 군 간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 고정된 용량으로 만들어져 인슐린 조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트루리시티는 AWARD-9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는 트루리시티(1.5mg)/란투스와 란투스를 증량했을 때 A1C와 체중감소 등을 비교한 연구다.  

임수 교수는 체중 감소를 고려하는 당뇨병 환자라면 GLP-1 제제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수 교수는 체중 감소를 고려하는 당뇨병 환자라면 GLP-1 제제를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A1C는 트루리시티군 1.44%, 란투스 증량군 0.67% 감소 등의 유의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였다. 

임 교수는 "이 연구 결과 누가 봐도 인슐린을 증량하는 것보다 GLP-1 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라며 "인슐린을 증량하다 보면 60단위 100단위까지 할 수 있는데, GLP-1 제제를 추가했을 때 인슐린 양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또 "현재 0.75mg, 1.5mg을 사용하고 있는데, 용량을 올린 3.0mg, 4.5mg을 곧 쓸 수 있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SGLT-2 억제제, 21세기 스타틴? 

고려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는 인슐린에 SGLT-2 억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는 인슐린에 SGLT-2 억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내분비내과)는 GLP-1 제제가 뛰어난 혈당 강하 효과를 보이는 약제지만, 그렇지 않은 논문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인슐린/인슐린, 인슐린/ GLP-1 제제, 인슐린/SGLT-2 억제제 복합제를 1:1:1로 무작위 배치해 비교한 BEYOND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 결과, A1C가 인슐린/ GLP-1 제제 추가 시 0.6%, 인슐린/SGLT-2 억제제 추가 시  0.7% 감소했다. 또 혈당 조절률은 각각 28%, 27%로 큰 차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주목할 점은 총 인슐린 사용량인데, GLP-1 제제 추가군은 하루 27유닛, SGLT-2 억제제 추가군은 21유닛으로 오히려 더 적었다"며 "인슐린(bolus)을 사용하고 있다면 유병 기간이 매우 오래된 환자들이고, 베타세포 기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GLP-1 제제 상당수 연구가 GLP-1 제제 효과를 더 보기 위해 연구 디자인에서 C-펩타이드 0.8 미만인 사람을 배제시켰다"고 말했다. 

장기 보호 효과와 사망률 데이터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48%가 인슐린을 사용했던 EMPA-REG 연구에서 인슐린 사용 유무에 상관없이 사망률이 일관됐고, CANVAS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SCORED 연구에서도 1차 목표점인 심혈관 사망률을 26% 감소시켰고, 인슐린 사용 유무에 상관없이 효과가 있다는 서브 그룹 데이터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GLP-1제제 연구에서 서브그룹 데이터를 보여주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장보호 효과도 GLP-1 제제보다 SGLT-2 억제제가 앞선다는 주장을 하면서, 신장 효과에 포커스한 DAPA-CKD 및 CREDENCE 연구를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DAPA-CKD 연구에서 eGFR 50% 감소, 만성신질환(ESRD), 신부전과 심혈관으로 인한 사망을 감소시켰다. 또 신장에 대한 1차 목표점도 40% 충족했고, 특히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31% 줄였다"며 "CREDENCE 연구에서 신장 1차 목표점을 30%, ESKD, SCr 두배, 신장이나 CV로 인한 사망 감소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GLP-1 제제를 대상으로 신장기능을 평가한 REWIND 연구에서 eGFR 30% 감소를 보였지만, 이것은 P 값이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나오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GLP-1 제제의 신장보호 효과는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김신곤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GLP-1 제제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주장했다.
김신곤 교수는 SGLT-2 억제제는 GLP-1 제제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좋은 의사는 약 처방 뿐만 아니라 환자의 지불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GLT-2 억제제는 한 달 처방 비용이 2만원~2만7000원 정도지만, 트루리시티는 약 8만~13만원 즉 GLP-1 제제가 3~6배 비싸다는 얘기다.

2021년 NEJM에 SGLT-2 억제제와 GLP-1 제제를 대상으로 저소득 중간소득 국가에서 비용대비 효과를 보기 위한 연구 결과, SGLT-2 억제제는 17.4% 가격을 줄이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만 GLP-1 제제는 현재 가격의 98.3% 줄여야 가능하다. 

김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현장에서 더 많이 처방된다는 사실만으로 답은 이미 나와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교수는 "항상 답은 임상 현장에 있다"며 "지난해 처방 비율을 보면 SGLT-2 억제제 9.6%, GLP-1 제제 0.6%로 SGLT-2 억제제가 16배 처방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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