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심혈관질환 고위험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를 낮췄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최근 대한심장학회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 제5판을 선공개하며 △관상동맥질환 △표적장기손상이나 3개 이상의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55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기존 진료지침에서는 70mg/dL 미만을 제시했지만, LDL-콜레스테롤을 낮출수록 임상적 혜택이 커진다는 'The lower is the better'이 학계 정설로 자리 잡아 국내 학계도 이를 받아들였다.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의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따른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는 IMPROVE-IT, FOURIER 등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목표는 바뀌었다. 하지만 최적 이상지질혈증 관리를 막는 장벽은 달라지지 않았다. 

학회 '2020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6~2017년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 조절률은 41.3%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서 강하된 목표치를 적용하면 조절률은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목표치 도달을 위해 스타틴에 이어 에제티미브 그리고 PCSK9 억제제 병용을 고려하는, 기존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진료현장에서는 환자가 강력한 치료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상지질혈증 1차 치료제인 스타틴의 이상반응을 걱정하는 환자가 있는 상황에서 더욱 강해진 치료에 환자는 불안감을 느껴 치료를 주저할 수 있다. 

게다가 의료진도 스타틴 용량을 늘리는 것과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에도 불구하고 조절되지 않을 때 다른 치료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한다.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의학적 치료를 조절하지 않는 의료진의 임상적 관성(clinical inertia)은 목표 도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스타틴,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에 이어 새로운 기전의 지질저하제들이 개발되고 있어 향후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달성은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기가 많을지라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적극적 치료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두려움은 패배 요인이 될 것이다. 

이제는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조절 필요성에 대한 환자와 의료진의 공감대를 만들어 치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학회는 LDL-콜레스테롤 강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임상적 혜택과 이를 위한 치료가 필요한 이유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으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개정된 진료지침은 의미 없는 참고서에 불과하다. 고심 끝에 내린 학회의 결단이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예방의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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