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임석아 교수(혈액종양내과)

서울대병원 임석아 교수는 재발이 잦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중 잔존암을 가진 환자들도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임석아 교수는 재발이 잦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중 잔존암을 가진 환자들도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유방암 환자의 특징은 40대 유병률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이는 조기 검진, 진단, 치료 뿐 아니라 치료 후 회복과 재발률 감소를 위한 획기적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사실 표적치료제가 등장한 이후 조기 유방암은 높은 치료율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중 30~40%는 수술 전 보조요법에도 불구하고 완전관해를 달성하지 못한 채 침습적 '잔존암'이 나타난다. 

잔존암이 발견된 환자는 다른 환자에 비해 재발과 전이 위험이 높고 5년 생존율은 36.3%, 10년 생존율은 52.5%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로슈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는 2019년 탁산 및 트라스투주맙 기반 수술 전 보조요법을 받은 후 침습적 잔존 병변이 있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 치료제로 국내에서 적응증을 추가하며 주목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건강보험 급여는 무소식인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임석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정부는 조기 유방암 환자도 치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기와 전이성의치료 목표는 어떻게 다른가. 또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의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가.

조기 유방암은 수술로 해결하지 못하는 전이성 또는 진행성 유방암과 달리 대부분 유방이나 겨드랑이 림프절에 암이 국한돼 있어 수술 등 국소치료로 완치된다. 조기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완치이며, 전이나 재발 없이 장기 생존하는 게 목적이다.

조기 유방암은 수술도 진행하지만, 수술 전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수술을 진행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나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일부에서는 수술 후에도 잔존암이 남아 있다는 점이 문제다. 잔존암이 있는 경우 재발과 전이가 빠르다는 미충족 수요가 있다.

- 잔존암이 있는 조기 유방암 환자 치료와 관련,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국내 실정의 간극도 있나. 

한국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의학적 치료를 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추천하는 치료제를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대표적인 간극이다.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에 캐싸일라를 Category1로 권고하고 있다. 또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 역시 잔존암이 있는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Grade A로 캐싸일라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건강보험제도에 따라 캐싸일라를 보험급여로 사용하지 못한다. 환자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도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라 표준치료를 하고 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약제 간 차이가 있어 보험급여 기준에 따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캐싸일라는 허셉틴과의 비교연구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수술 전 보조요법 치료 후 침습성 잔존암이 확인된 HER2 양성 조기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KATHERINE 임상3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캐싸일라 단독군은 허셉틴 단독군에 비해 1차 목표점으로 설정한 침습성무질병생존율(iDFS)을 유의하게 개선하며 재발 위험을 50%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iDFS도 캐싸일라는 88.3%로, 허셉틴에 비해 11.3% 개선했다. 이런 효과는 하위그룹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재발 없이 오래 살 수 있는 기간, 즉 무질병생존율의 연장이다. 쉽게 말하면 조기 유방암 환자가 암환자가 아닌 정상인으로 살아가는 기간을 연장했다는 걸 의미한다.

- 그동안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에 보험급여가 집중됐다. 

예를 들어 이들은 생존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면 가시적으로 볼 때 생존기간이 2~3배 연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환자도 정부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반면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이후 건강한 완치자가 됐고 제대로 후속 치료를 하면 건강하게 생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가 집중된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한국의 조기 유방암은 40~50대 환자가 대다수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이들이 재발 없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이득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에도 한계라는 게 있다보니 선택적 지원이 이뤄지는 것 같다.

- 조기 유방암 치료제도 급여권으로 진입하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나.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언제라도 급여권에 진입해도 이상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은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전 세계보다 몇년이나 늦었고, 풀베스트란트도 세계에서 표준치료가 된지 18년이 지나서야 급여권에 포함됐다.

약제마다, 허가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또 경제성평가, 약가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혜택을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 본인부담율를 높이는 등 보다 유연한 선택급여 정책을 통해 환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다.  

그리고 그 날이 온다면 현장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사용할 것이라 전망한다.

-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의료진들은 의학적,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의약품을 건강보험 제도권 안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약을 도입하는 데 있어 학회를 비롯한 의료 전문가들이 정부에 소견서를 제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도 해줬으면 한다. 

일부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여러 민간요법을 찾으시는데, 왜 동아줄을 놔두고 지푸라기를 잡겠다는지 모르겠다. 제대로 된 치료를 의료진과 상의해 적극적으로 받았으면 한다. 암 극복은 환자의 의지, 의료진과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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