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팀, 군발두통 지연진단 연구
진단 지연될수록 두통 세지고 불안, 우울 등 정서적 악영향 커져

군발 두통 환자를 진료 중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
군발 두통 환자를 진료 중인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

[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군발두통은 아주 센 강도의 두통이 한쪽 머리에만 찾아오는 질환으로 한번 발생하면 15분에서 3시간까지 지속되며 하루에 8번까지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군발두통 환자들의 진단이 늦어지는 문제도 심각한데,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생체지표인 바이오마커가 없어서 의사의 병력청취 및 임상적 증상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조수진 교수(대한두통학회장, 신경과), 분당재생병원 김병수 과장(제1저자) 등 다기관 공동연구팀(한국군발두통레지스트리)은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 및 예측 요인(Diagnostic Delay and Its Predictors in Cluster Headache)'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진단 지연기간에 따라 전체 환자를 3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1그룹(발병 후 1년 내 진단) 135명, 2그룹(1~6년 내 진단) 148명, 3그룹(7년 이후 진단) 162명이 속했다.

분석결과 군발두통 발병 후 진단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7년으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 중 69%가 1년 이상, 36%가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됐다.

특히 젊은 군발두통 환자의 진단지연이 심각했는데, 청소년기(19세 이하)에 처음 군발두통이 나타난 환자의 90% 이상이 1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7년 이상 진단이 지연된 3그룹의 연령별 비율은 20세 미만이 60%를 차지하는 반면, 40세가 넘는 환자는 9%에 불과했다.

진단 지연기간이 늘어날수록 환자들의 정서적 측면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증가했다. 

1년 내 조기진단을 받은 환자군을 제외하고 3그룹에서 불안 및 우울 등 정신과적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의 비율이 점차 증가했다. 

자살충동과 두통영향지표(HIT-6)는 진단지연이 길어질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해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이처럼 군발두통의 진단지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국제두통질환분류 기준인 ICH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Headache Disoredrs)가 발표된 후 최근 10년 동안 진단지연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군발두통의 발병연령, 우울증(PHQ-9), 군발두통의 종류(단발성 및 만성)는 진단지연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조수진 교수는 "청소년 군발두통 환자들의 진단 지연이 심각한 것은 편두통으로 오진되기 쉽고, 어린 나이에 본인의 두통을 제대로 호소하지 못하거나 학부모나 교사들에게 학업스트레스 등으로 오인되는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도 군발두통의 진단 지연이 흔하며 군발두통 진단 지연기간이 늘어날수록 정신과적 동반질환의 비율이 높아졌는데, 뇌에서 통증을 처리하는 부위와 우울증 처리 부위가 공유하는 신경생물학 및 해부학적 위치 때문"이라며 "진단이 지연된 군발두통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정신과적 동발질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인 '프론티어 인 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인용지수(Impact Factor) 4.003) 2월호에 게재됐다.

한편 3월 21일은 전세계 '군발두통 인식의 날'로, 봄철 증상이 심해지는 군발두통 환자들의 고충을 공유하기 위해 영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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