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곽철 교수

서울대병원 곽철 교수(비뇨의학과)는 ARTA 제제와 마약성 진통제 동시처방이 가능하게 돼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곽철 교수(비뇨의학과)는 ARTA 제제와 마약성 진통제 동시처방이 가능하게 돼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의 치료 환경이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자이티가(성분명 아비라테론),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 등 경구용 안드로겐 수용체 저해제(ARTA)는 2019년 5월부터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사용돼왔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mCRPC 환자가 선별급여로 ARTA 제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치료에 필요한 항암제를 비급여로 사용하거나, 처방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을 연장시킬 수 있는 최적의 치료옵션을 확보하고도 실질적인 사용이 막힌 셈이었다.

이런 불합리함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ARTA 제제 처방 시 마약성 진통제 사용 관련 질의응답을 내놓으면서 일단락됐다.

본지와 만난 서울대병원 곽철 교수(비뇨의학과)는 심평원의 질의응답이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평가했다.

- ARTA 제제인 자이티가를 mCRPC 환자의 1차 치료에 사용할 때 성적은 어떤가.

mCRPC 환자에서 자이티가와 위약을 비교한 COU-AA 302 연구 하위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이티가의 OS는 53.6개월로, 위약군에 비해 1년 정도 차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뼈전이 또는 내장전이가 발생하기까지 기간을 영상학적 진행으로 봤을 때 영상학적 진행이 없는 생존기간(rPFS)는 자이티가가 27.6개월로, 위약군 16.5개월에 비해 상당히 길었다.

환자들이 궁금해 하는 PSA 수치의 상승 속도도 자이티가 치료군이 대조군에 비해 두배가량 길었고,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기까지의 기간도 자이티가는 대조군에 비해 약 8개월 연장시키는 결과를 보였다.

- ARTA 제제는 마약성 진통제와의 사용과 관련해 이슈가 있었다.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ARTA 제제 처방이 불가능해 도세탁셀이나 가바지탁셀 등의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 카바지탁셀은 도세탁셀 만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이미 도세탁셀을 썼다가 병이 진행된 상황이다 보니 장기간 사용에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생존기간 연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에서 이런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질의를 계속 했고, 작년 12월 심평원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이 있었다. 

핵심은 두가지다. 선별급여기준의 투여 대상 중 통증이 없거나 경미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마약성 진통제는 어떤 것들이 해당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마약만 해당된다는 답변이 있었다. 여기에는 코데인, 옥시코돈 펜타닐 등은 해당되지만, 트라마돌 성분은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울트라셋과 같은 트라마돌의 과거력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두번째는 ARTA 제제와 마약성 진통제 동시 투여가 가능한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해졌다. 자이티가 복용 중 타과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는 경우 삭감이 될 위험성이 있었는데, 심평원은 질병 진행 여부는 PSA나 영상학적 진행 등 정확한 반응평가 기준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단순히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한다고 해서 질병이 진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질의응답 자체도 법적 효력이 있는 만큼 처방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 진료 현장의 반응은 어떤가.

국내에서 마약성 진통제로 분류되지 않은 진통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꽤 있는 상황이다. 골관절염이나 통증이 수반될 경우 트라마돌 성분 진통제를 처방해 통증을 조절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불합리한 규정 때문에 삭감 소견서를 검토하고 재심의를 거치는 동안 환자 치료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게 현실이다.

상황이 바뀌고 얼마 되지 않아 환자의 피드백은 없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심평원의 질의응답이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다른 의료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진료 현장의 반응은 매우 좋다. 학회의 숙원사업 중 하나가 해결된 것이기도 하고, 환자들도 대체로 만족하는 것 같다고 들었다.

- 임상적으로 필요도가 높은 또 다른 사안을 꼽자면. 

현재 호르몬 반응성 전이성 전립선암(mHSPC)에서 자이티가는 선별급여가 아닌 완전급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기에 사용할 경우 OS가 연장되기 때문에 급여 중요성은 더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최근 얼리다(아팔루타마이드), 엑스탄디(엔잘루타마이드) 등이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 

mHSPC 저위험군, 즉 골전이 개수, 내장 전이, 글리슨 점수 조건 등과 상관없이 전이성 전립선암 환자에게 치료효과를 보이는 치료제 옵션이 진료 현장에 도입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울러 유전자 변이에 효과가 분명한 PARP 저해제 급여 등재도 필요하다.

환자의 삶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가 빠르게 개발되는 현실과 달리 급여 등재는 다른 암종에 비해 더딘 경향이다. 환자들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한 시점이다.

- 향후 학회 활동도 궁금하다.

불합리한 암 환자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모학회인 대한비뇨의학회는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PSA 검사가 포함되길 요구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PSA 검사로 발견되는 게 대부분이기에 조기검진이 된다면 전이 단계에서 발견하는 걸 피할 수 있다.

한국의 PSA 검사율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낮은데다, PSA 검사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PSA 검사가 조기에,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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