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출간
"정신과 영역에 더 많은 디지털 치료제 개발될 것"

[메디칼업저버 박선재 기자] "2016년 구글의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의 경기에서 이세돌 구단이 패하는 것을 보고, 인간의 무의식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를 출간한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정신건강의학과)의 말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구단에 승리한 이유는 딥러닝,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강화학습 등이지만 사실 대규모의 계산 능력이 가장 중요했다는 게 권 교수 진단이다. 

최근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를 출간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최근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를 출간한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이세돌 구단은 1초에 100가지 경우의 수를 추정할 수 있는데 반해, 알파고는 10만개 경우의 수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

본지는 권 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번 책 발간 의미와 앞으로 디지털치료제 등 정신건강의학과의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알파고, 이세돌 구단 그리고 이번 책 출판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 바둑은 인간의 가장 고위중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직관, 직감(intuition)이라는 능력이 가장 최고로 이용하는 게임이다. 직관이라는 것은 무수히 많은 같은 일을 반복해 생기는 전문가 기능, 즉 감 혹은 촉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만이 가지는 기능인데 주로 무의식과 관련 있다. 무의식은 정신 현상이나 정신과에서는 절대적 기초를 이루는 프레임이다.

인간의 피질이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고 사용하기 어려워 상당 부분 피질 하 구조물로 내려 보내고 꼭 필요한 정보만 의식에 저장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런 무의식이 서로 얽혀 있어 일부만 자극해도 연결된 정보라 기억이 짧은 시간 내에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파고와 이세돌 구단 경기 이후 무의식에 대한 경외심, 절대적 토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고, 단순히 피질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현상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동안 고민을 하게 된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다.

권준수 교수가 출간한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표지
권준수 교수가 출간한 '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표지

우울증을 도와주는 심리상담용 대화형 AI 챗봇은 물론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앱인 워봇 등 다양하다. 앞으로 정신건강 영역에서 AI 역할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 보는지 궁금하다? 

- AI는 앞으로 정신과 영역에서 활발히 사용될 것입니다. 현재 일어나는 디지털혁명이 정신과 영역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해 그동안 주관적으로 여겨지던 정신 현상이 객관화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치료제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 빅데이터, 전자 약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로봇 등 AI 기술로 인해 향후 상담도 가능해질 것이다.

실시간으로 정신 상태를 측정해 클라우딩을 통한 분석으로 피드백을 개인에게 주면서 스트레스 관리, 감정 관리 등이 가능해질 날도 올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이용해 어떻게 정신과 치료를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 정신과 면담이나 정신치료 등은 예민한 개인정보가 많아 특히 조심해 다뤄야 한다. 그래서 환자들이 병원에 오길 꺼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메타버스를 이용하면 실제 병원에 가지 않고, 가상의 병원에서 상담도 받고 여러 가지 진단과 치료행위도 받을 수 있어서 향후 정신과 영역에서 활발히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뇌심부자극술, 경두개자기자극술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시술이 실제 임상에서 많이 시행되는지 궁금하다.

-현재 뇌심부자극술이나 경두개자기자극술은 우울증, 강박증 등에 이미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약물치료에 잘 반응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효과적 방법이다. 뇌의 신경회로망의 기능이 점점 밝혀짐으로써 어떤 특정한 신경망을 자극 혹은 억제함으로써 사고, 감정, 행동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어 앞으로 정신질환 뇌신경망 기능이 더 밝혀지면 더 활발히 사용 가능할 수 있다.

최근 디지털 치료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우울증과 강박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 디지털 치료제가 효과적인 보조적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 휴대폰 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직접 할 수 있게 한 치료제다. 앱을 통한 치료도 당연히 효과적일 수 있다. 리셋(ReSET)이라는 중독치료제, 솜리스트(Somryst)라는 불면증 치료제가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고, 슬립피오(Sleepio)라는 불면증 치료제가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디지털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다. 단독 혹은 약물과 병합요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이 될 것으로 본다. 

책 마지막 나가는 글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비밀"이라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교수님이 마음을 지키는 비밀은 무엇인지요?

- 삶이라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다기보다 그냥 생명체의 대사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왜 이런 염세주의가 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런 성격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모든 것이 운명이라는 생각" 이것이 저의 마음을 지키는 비밀 병기다.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으로 병명을 변경했는데, 이후 임상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 

- 처음에는 좀 어색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병명에서 오는 낙인은 좀 줄어든 듯하다. 하지만 언론에서 가끔씩 나오는 조현병 환자의 좋지 않은 소식 때문에 여전히 낙인이 있는 편이라 환자분들이 치료를 잘 받고 재발 없이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년 올해 계획이 있다면?

- 계획을 세우고 산 적이 적이 별로 없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살려고 한다.  그래서 특별한 계획은 없고, 이제는 나이가 60을 넘으니 마침표를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죽음을 어떻게 맞이 해야 하는지? 가끔 생각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요인이 나의 결정의 한 요소로 들어 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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