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암종에서의 도전...갈 길 멀지만 활발한 개발 이뤄져
휴약기도 치료 과정으로 봐야…디지털 ‘치료제’ 역할할 것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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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손형민 기자]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가 암 환자에도 ‘치료’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코로나19(COVID-19)는 비대면 진료,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등 여러 제약 산업 영역에서 디지털화를 앞당겼다.

특히 디지털 치료제는 만성질환 뿐만 아니라 항암 치료 시장에도 진출해 여러 품목들을 출시하고 있다. 다만, 검사 결과 수치 관리, 심리 케어 등 환자 관리를 위한 보조요법으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 약을 투여 받지 않는 휴약기도 항암 치료 기간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디지털 치료제는 보조요법이 아닌 실제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항암영역에도 확장

디지털 치료제를 항암 치료에 접목시키기 위한 노력은 꽤 일찍부터 시작됐다.

중앙대병원 김희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치료용 게임 알라부.
중앙대병원 김희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항암치료용 게임 알라부.

2014년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희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유방암 환자를 위한 항암치료용 게임 ‘알라부(I Love Breast)’를 개발했다.

환자는 알라부를 통해 자신의 상황에 걸맞은 치료 시퀀스를 가진 캐릭터를 만들고 가상의 치료 과정을 진행한다.

지시대로 치료 과정을 잘 이행하면, 이에 따라 캐릭터의 외형도 건강하게 바뀐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과정에 필요한 정보들을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고, 치료 후 긍정적인 변화를 게임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암환자는 고령층이 많고 보호자의 케어에도 한계가 있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깝게 접근해보자는 차원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부작용, 우울감 등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항암치료에서 게임을 통해 환자들이 재미도 찾고 긍정적인 인식개선이 이뤄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 등 여러 문제로 알라부가 서비스되지 않지만, 현재 포괄적 개념의 디지털 암센터를 기획하고 있다”며 “알라부가 항암제의 부작용을 케어하기 위한 점을 주로 고려했다면, 디지털 암센터는 비대면 플랫폼 통해 다양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HER2 양성 유방암 항암제 너링스를 개발한 빅씽크테라퓨틱스는 암 환자 대상 디지털 치료제 어튠과 드림랜드를 국내에 독점 판매한다.

어튠은 암 환자에 특화된 대면 행동치료를 디지털화 해서 치료를 진행해 성인 암 환자의 불안·우울증을 소프트웨어를 이용헤 전문적으로 치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드림랜드는 급성골수성백혈병(AML) 환자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로, 고강도 관해유도요법을 받는 입원환자의 불안 및 우울증 치료를 목표로 한다.

어튠과 드림랜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혁신의료기기(BDD)로 지정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빅씽크는 어튠과 드림랜드에 대해 하반기부터 임상 신청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암종을 타깃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속속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위암에서는 위암 환자의 예후관리 프로그램인 HDT-202을 통해 위 절제술과 같은 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식이요법 등을 제시해준다. 개발사인 헤링스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관계사 코리로부터 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 받기도 했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폐암뿐만 아니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천식 등 호흡기 환자의 재활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 레드필 숨튼을 개발 중이다.

레드필 숨튼은 환자가 개인 측정기기로 활동량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해준다. 이를 데이터화해 의료진과 환자가 체계적인 재활을 진행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라이프시맨틱스는 현재 호흡기 환자 대상으로 레드필 숨튼의 유효성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시험은 폐암, COPD,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레드필 숨튼 사용 후 6분 보행검사(6-Minute Walk Test, 6MWT)를 통해 운동능력 개선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회사 측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레드필 숨튼의 인허가가 완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환자가 휴약기 동안 독자적으로 해결했던 예후 관리를 위해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이런 접근은 환자 삶의 질(QOL)뿐만 아니라, 생존률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 치료제를 실제로 개발했던 김희준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디지털 치료에 대한 인식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 방법으로도 의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등 디지털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접근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코로나 시기는 의료진과 환자 간 서로 비대면 및 디지털 치료 등에 대한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 인식을 맞춰 나가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디지털 치료가 다양한 방면에서 실제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돼 이런 환자의 인식 개선이 정책 가이드라인 등 주요 기반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암제를 투여받는 기간과 치료를 쉬는 비투여 기간을 비교 시, 비투여 기간이 더 길다”며 “디지털 치료제는 그런 휴약기 동안 ‘치료’를 할 수 있어 환자 예후 관리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 많은 암 디지털 치료.

디지털치료제를 받아들이기 위한 의료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디지털치료기기와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총 33개 주요 의료기관은 암환자 재택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장루조성술 후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교육상담, 비대면 모니터링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범수가를 적용 받는다.

사업 대상은 암 산정특례 대상자 중 장루조성술을 받은 후 지속적 재택관리가 필요한 환자다. 수술 후 90일 이내, 최대 12개월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활발한 개발과 달리 디지털 치료제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의료 수가 산정에 대한 기준의 부재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 디지털 치료제의 상용화를 위한 정책과 규제도 미흡해 국내 기업들이 시장 선점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는 독일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은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한 업체가 제시한 가격으로 1년 동안 의료보험 수가를 적용하고, 이후 효과가 입증되면 재협상을 통해 정식으로 수가 등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디지털치료제를 비롯한 디지털의료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오유경 처장은 라이프시멘틱스를 방문해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혁신 간담회를 여는 등 디지털 치료제 관련 정책지원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처럼 정부와 다양한 기업들이 항암 디지털 치료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 도입과 수가 기준 등을 조속히 협의해 나가 정식적인 치료제로 상용화되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한 전문의는 “항암 치료에서 이상반응부터 치료 순응도까지 데이터를 확보한 후 알고리즘화하면 부작용 관리, 환자 상황에 맞는 치료제 배송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며 “빅데이터가 쌓인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부분이고 환자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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