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입원군 비중 정부 기대치보다 저조한 결과 나와
질병군 기반 환자분류체계로 재개편 필요…DRG·신포괄수가 적용돼야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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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정부가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2019년 환자분류체계를 개편했지만, 당초 정부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와 환자분류체계를 재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 및 수가수준 정기적 조정기전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 결과를 내놨다.

심평원은 2019년 11월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가 개편돼 개편 전과 후 환자분류군을 비교하고 질병군 현황을 분석해 분류체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정부는 의학적 입원 필요성에 따른 단일 기준으로 입원환자 분류체계를 정비하고, 의학적 분류군에 속하지 않지만 일정 기간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본인부담을 차등해 입원토록 하는 선택입원군으로 신설, 통합했다.

의료최고도와 고도는 기존의 환자분류 기준을 대부분 유지하되, 일부 불명확한 기준을 정비하고, 적극적인 환자 치료를 독려하기 위해 기존 수가 대비 10~15% 정도 인상했다.

의료중도는 현행 수가를 유지하되, 환자의 기능회복을 위해 기저귀 없이 적극적으로 이동 보행 훈련 등을 실시하는 경우 산정하는 탈 기저귀 훈련 수가를 신설했다.

또 망상·환각 등으로 약물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중증 치매 환자, 마약성 진통제 등의 투여가 필요한 암환자의 경우 의료중도로 새롭게 분류해 적극적 치료가 이뤄질수 있도록 했다.

의료경도는 단순 기억력 저하를 치매로 입원시키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치매진단을 받은 후 관련 약제투여가 이뤄진 경우로 분류기준을 명확히 하고, 약제비용을 반영해 수가를 일부 조정했다.

특히 선택입원군은 의료최고도 내지 경도에 속하지 않는 환자 중 의학적으로 입원 필요성은 낮으나 일부 입원은 보장될 수 있다고 보는 환자로 본인부담률은 40%로 해 일정 기간 동안 입원할 수 있도록 했다.

제도 시행 2년이 지난 현재 심평원이 분류체계 개편 전과 후를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선택입원군의 비중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분류체계 개편 전 선택입원군의 비중이 개편 후 43.7%(8만 7928명)를 차지할 것으로로 예상했지만, 개편 후 비중은 11.4%(2만 2980명) 수준에 그쳤다.

개편 후 예상분류군과 실제 환자분류군이 다르게 분류된 약 7만명은 대부분 환자가 개편 후 행동심리증상 빈도가 증가하고, 향정신병 또는 치매치료 약물을 새로 받으면서 상위 환자군으로 분류됐다.

즉 정부는 기존 문제행동군 및 인지장애군 내 중증환자를 의료중도 및 의료경도로, 경증환자를 선택입원군으로 분류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당수가 의료중도 및 의료경도로 분류돼 정부의 기대효과를 충분히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심평원 연구진은 환자분류체계 개편 전과 후 연속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질병군 현황과 외국사례,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질병군 기반의 새로운 환자분류군을 제안했다.

의학적 필요도에 따른 환자분류군마다 다양한 질병군이 분포하고 있지만, △치매 △뇌혈관 및 신경계 △암 △근골격계 △기타 등 상위 5개 질병군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입원환자에 대한 요양기관의 의료행위가 질병군 위주로 이뤄지지만 자원소모량에 따라 변동하는 분류기준이 적용돼 다양한 질환 및 중증도 환자가 각 분류군 내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분류기준에 해당하는 △경관영양 △압력감소도구사용 △체위 변경 △처치의 시행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질병군 기반 환자분류군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에 따르면, 치매 분류군은 전체 환자의 44.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뇌혈관 및 신경계 분류군이 31.0%, 암 6.7%, 근골격계 4.4%, 기타 분류군이 13.6%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질병군 및 중증도 기반의 분류체계는 치매, 뇌혈관 및 신경계, 암, 근골격계, 기타 5개 환자분류군으로 1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며 "질병군 기반의 5개 환자분류군만으로는 중증도 등 다양한 환자 상태를 반영하지 못해 분류군 내 추가적인 반영 요소와 그 수준 등을 고려한 2단계 세부 그룹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단계 세부그룹화를 위해 고려해야 할 반영요소로는 △연령 구분 △중증도(동반상병 및 합병증 분류) △입원일수 △인공호흡기 사용 여부 △신체기능(ADL) 등이다.

연구진은 질병군 기반 환자분류체계로 개편할 경우 지불제도 역시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구진은 "지불제도는 일당정액제, 포괄수가제, 묶음지불제도 등이 있다"면서도 "질병군을 기반으로 입원환자를 분류했을 때는 주로 포괄수가제 및 신포괄수가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최종 세부그룹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질병군 및 반영요소를 위한 지표를 선정하고, 기준값을 결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환자중심의 종합적 평가를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객관적 기능별 평가도구가 활용돼야 하며, 이런 도구를 적용한 시뮬레이션 연구 등을 통해 실제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분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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