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ICD거치술 급여기준 미해당 이유로 약 2000만원 감액
알코올 중독이었던 환자..."금단으로 인한 실신 여부 확인해야"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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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실신한 알코올 중독 환자를 심실세동으로 판단해 이식형 심장박동회복제세동기(ICD)를 삽입한 병원의 감액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병원은 임상전기생리학적검사(EPS)를 통해 곧바로 ICD를 삽입했는데, 재판부는 환자의 알코올 중독 상태 등을 고려해 추가 조치가 필요했다고 봤다.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혈소판 감소증 소견으로 A대학병원에 입원한 B씨는 병원의 주차장에서 실신했다.

의료진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CT, MRI, 근전도검사, 관상동맥조영술,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시행했지만 모두 정상으로 확인됐다.

이에 의료진은 임상전기생리학적검사를 실시했고, 심실세동에 의한 심정지로 실신이 유발된 것으로 판단해 이식형 ICD를 삽입하는 시술을 실시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ICD거치술에 대한 요양급여기준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1978만원을 감액 처분했다.

ICD거치술에 대한 보건복지부 고시를 보면 "돌연사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 심장돌연사의 위험을 줄이면서, 생존을 증가시켰다는 근거가 있는 경우 시행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특히 복지부가 인정하는 기준에는 '실신에 대한 충분한 평가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신에서 임상적으로 연관되고, 혈역동학적으로 의미있는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이 임상전기생리학적 검사에 의해 유발되고 약물치료는 효과가 없거나 복용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병원은 해당 기준을 근거로 급여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병원은 "실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의료진이 각종 검사를 했음에도 모두 정상으로 확인돼 임상전기생리학적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심실세동이 유발돼 치료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촉탁 결과 "실신 원인 근거 미약, 모니터링 장비 필요"

그러나 이 법원의 감정촉탁을 받은 모 의료감정원은 "이 사건 전기생리학적검사에서 심실세동이 유도됐지만 반복적 실신의 원인으로 확정하기에는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환자의 심장리듬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해 심장성실신의 다른 원인에 대한 검사를 하는게 보다 합당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환자는 알코올 중독, 우울장애 등으로 경과를 관찰해오던 환자다. 그는 의료진에게"입원 전날까지 하루에 소주를 5~6병씩 마셨고, 입원 전에도 소주 3병을 마셨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심평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임상전기생리학적 검사를 시행한 것은 정상적인 진료로 보이나, 환자는 심장의 구조적 이상이 없었고 일련의 검사에서 부정맥을 의심할만한 소견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임상전기생리학적 검사가 상대적으로 낮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 미뤄볼 때, 낮은 강도의 전기자극으로 뚜렷한 부정맥이 유발돼야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병원은 환자에게 3회 연속해 빠른 간격으로 자극을 줬고, 부정맥이 아닌 전기자극 강도의 증가에 의해 심실세동이 부수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재판부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다량의 음주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생리학적검사 결과만을 근거로 ICD거치술을 곧바로 시행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격 리듬 모니터링이나 이식형 루프 레코더 등 장기적으로 환자의 심장리듬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해야 했다"며 "알코올 금단 관련 증상으로 인한 실신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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