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취재부 양영구 기자

[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워도 만족하면서 살아가려 애쓴다.

그런데 정말 화가 날 때가 있다.

난 피나는 노력을 해도 쉽지 않은 걸 누군가는 너무 쉽게 가졌는데, 그 이유가 납득하기 어려울 때다.

그게 진짜 실력이라면 문제될 게 없지만, 평가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분노는 더 커진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요양급여 신청 절차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임상적 유용성 위주의 정보에 한정해 제공되던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회의 자료를 비용효과성 자료까지 확대해 공개하기로 했다.

가장 최근에는 중증(암)질환심의원회, 이른바 '암질심' 심의 결과도 공개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약업계를 비롯해 암질심에 대한 불만은 계속 쌓여왔던 실정이다.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레블리미드(레날리도마이드) 등과 같은 면역항암제들이 장기간 덜미를 잡혀왔기 때문이다.

암질심이 현행 규정을 지키지 않아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암질심의 운영규정에 따르면 암질심 위원장은 투명하고 명확한 안건 심의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제약사 또는 관련 전문가 등이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에 참석해 진술하도록 기회를 부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임의규정인 만큼 이 규정이 마련된 이후 제약사의 의견 진술 기회가 제공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특히 암질심은 그동안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암질심 운영규정에 따르면 심의 결과는 심평원장이 공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 권리 또는 보건복지부 급여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급여 질서를 해칠 것으로 판단되는 등 공개가 부적절할 때는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심의 결과는 공개가 원칙이고 비공개가 예외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심평원은 이를 공개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심평원은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고, 결국 이를 공개키로 결정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정의와 공정이 화두로 자리 잡았다. 과연 우리 사회가 공정한 정의를 갖고 있느냐에 대한 대답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의와 공정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데는 권력자들이 투명하지 못한 평가로 국민을 분노하게끔 만든 사건들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서 250만부가 팔린 것, 다음 저서인 '공정하다는 착각'마저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공정과 정의에 목말라 있는가 싶기도 하다.

모든 평가의 기본은 투명성과 공정함이다. 

결과, 그리고 이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은 분노가 아닌 신뢰하게 될 것이다.

심평원의 최소한의 투명함을 확보하기 위한 첫 시작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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