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따라 국내 제약업계 CDMO 사업 붐
업계 일각서 '어불성설' 주장..."두 사업 공존 불가능"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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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양영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너도나도 CDMO(의약품위탁생산개발) 사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약을 개발하는 것과 타 업체의 제품을 위탁생산한다는 건 공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CDMO 사업에 진출하더라도, 신약개발과 함께 한다면 수주하지 못해 사장될 것이란 지적도 한다.

 

전통 제약사의 잇따른 진출...해외서도 관심↑

수년 전부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CDMO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약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업계가 CDMO에 관심갖게 된 배경에는 높은 마진율에 있다.

실제 국내 CDMO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 41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작년 2분기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같은기간 동안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05.6% 증가한 166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5%를 보였다.

특히 모더나의 mRNA 기반 코로나19(COVID-19) 백신 생산을 앞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주당 100만원을 상회하기도 했다.

이런 높은 마진율 덕에 론자,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 우시 바이오로직스, 카탈렌트 등은 CDMO 사업을 전문적으로 영위하며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전 세계에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으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기존 사업장의 가동 시설을 늘리는 등 외형 성장에 투자하고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항체의약품 제조 서비스에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영역으로 발을 넓히기 위해 외부로부터 적극적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대웅제약은 올해 초 CDMO 사업 진출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첨단바이오의약품제조업 허가를 받았다. 바이오의약품 제조와 개발은 물론 품질시험, 인허가 지원, 보관 및 배송, 판매까지 아우르는 올인원 패키지를 선보이겠다는 게 목표다.

한미약품도 올해 1월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중심으로 DNA, mRNA 백신 위탁생산 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GC녹십자도 백신과 치료제 등 다양한 의약품 CMO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바이넥스, 에이프로젠 등 중소형 CDMO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런 'CDMO 붐'은 전통 제약사만의 일은 아니다.

엔지캠생명과학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 임상시험수탁(CRO)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또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에 완전자동화 mRNA 백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CDMO 사업은 고객사의 신약개발 과정부터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에게 CDMO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 기회는 어불성설...결국 사장될 것"

업계 일각에서는 CDMO 사업의 매력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성장 기회가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찮다.

CDMO 사업은 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개발하는 서비스로, 수주한 업체와 발주한 업체는 잠재적 경쟁사라는 이유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사는 CDMO 업체에 개발과 생산에 대한 기업비밀을 제공하게 되고, CDMO는 고객사의 약점을 접하게 되는 건 필수"라며 "특히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 CDMO까지 한다면 두 사업은 존재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글로벌에서 CDMO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는 론자,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우시 바이오로직스, 캐털란드 등은 애초부터 CMO로 출발한 기업으로, 신약을 개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신약을 개발하는 글로벌 제약사 중 CDMO 사업을 운영하는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화이자는 남는 공장을 활용하기 위한 비즈니스 차원에서 CMO를 운영, 고객사 중 빅파마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베링거인겔하임도 항체의약품을 개발하지 않는 조건으로 항체의약품 CMO를 수주하고 있다.

결국 신약 개발을 기본 정체성으로 출발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CDMO 사업은 기업 기밀을 두고 고객사와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된다.

즉 신약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의 CDMO 사업은 수주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DMO 사업을 운영하는 글로벌 제약사조차 빅파마 수주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의 CDMO 수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향후 국내용으로 전락하거나 사업을 접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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