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예산 집행률 66%
계명대동산, 울산대, 고려대안산, 양산부산대는 선정취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 난항, 재정지원 강화 추진 중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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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나현 기자] 소아응급환자를 체계적으로 진료하기 위해 도입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매년 예산집행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선정되더라도 인력과 시설 등 지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에 사업계획 등을 보다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회계연도 결산 보건복지위원회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예산집행이 부진한 정부 사업을 지적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체계 운영지원 사업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또는 소아전용 응급실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2015년 말 소아전문응급센터를 법제화한 후 2017년 하반기부터 소아전문응급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소아전문응급센터는 성인과는 임상적 특징이 다른 소아환자에 대한 전문화된 진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에서 도입됐다.

 

지난해 계획 예산 42억 중 14억원 불용, 매년 집행률 60%대

분석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소아전문응급의료체계 운영지원 사업의 2020년도 계획 예산 42억원 중 27억 8200만원을 집행하고, 14억 1800만원은 불용했다.

이 사업은 국고보조율이 100%인 자치단체경상보조사업이다.

예산정책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미지정에 따라 사업 예산 집행이 원활하지 않아 복지부는 사업계획을 현행보다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며 "기선정된 의료기관의 지정기준 충족을 독려해 예산 불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응급의료시설 도면, 응급의료 시설·인력 및 장비 현황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순천향대천안병원, 분당차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가천대길병원 총 5개소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최근 5년간 현황을 살펴보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및 소아전용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은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2017년 2개소, 2018년 3개소, 2019년 3개소, 2020년 5개소가 지정됐다.

소아전용응급실은 2017년 8개소, 2018년 7개소, 2019년 5개소, 2020년 3개소 등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정부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 의료기관에 전담전문의 수에 따라 예산을 차등지원하고 있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지는 못했지만 소아전용응급실을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1억 4400만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019년보다 예산 집행률이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는 31억 5000만원 중 21억 6000만원이 집행돼 집행률은 68.6%였고, 지난해는 42억원 중 27억 8200만원이 집행돼 집행률은 2.4%p 감소한 66.2%였다.

지난해 소아전용응급실 지원을 받은 의료기관은 이대목동병원, 명지병원, 울산대병원 등 3곳이다.

 

'의료기관의 지정기준 미충족' 주요 원인으로 꼽은 국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 난항에 인력 기준 충족 어려워

국회는 해당 사업의 예산이 원활히 집행되지 못하는 이유를 의료기관의 지정기준 미충족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에 선정했던 6개 의료기관이 2019년 내에 지정기준을 충족하고 운영될 것으로 예측해 2019년과 2020년 예산을 복지부가 편성했지만, 이 중 4개 의료기관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선정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기 위해선 소아전용응급실을 성인을 위한 응급실과 구분되도록 설치해야 한다.

또한 전문의 2명 이상을 포함한 소아응급환자전담의 4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며, 소아응급환자 전담간호사 10명 이상이 필요하다.

전년도 응급실 내원 소아청소년 환자 수가 1만 5000명을 초과할 경우에는 인력 기준이 더 높아진다.

현재 복지부는 2020년 추가 선정된 3개소의 2021년 지정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기준 이들 3개소는 지정기준의 일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해당 3개소의 지정이 지연될 경우 2020년과 마찬가지로 2021년에도 불용될 가능성이 크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선정 및 지정 · 운영 현황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선정 및 지정 · 운영 현황

실제로 2016년 선정된 계명대동산병원, 울산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은 지정·운영되지 못하고 선정이 취소된 바 있다.

서울대병원과 가천대길병원도 2016년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선정됐지만 지정 및 운영된 것은 2020년이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채용이 원활하지 않아 인력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19년부터는 전담 전문의 수에 따라 2~5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재정지원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정부를 향해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지정 및 운영 지연으로 인한 예산 집행부진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예산정책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공모시 사업계획을 현행보다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로 기선정된 의료기관의 지정기준 충족을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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