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연구팀, 심부전 환자 약 8만 7000명 데이터 분석
스타틴군, 암 발생·사망 위험 낮아…복용 기간 길수록 암 보호 효과 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스타틴으로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게다가 암으로 사망 위험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uropean Heart Journal 지난달 22일자 온라인판에는 심부전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스타틴 복용 여부에 따른 암 발생 또는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홍콩 심부전 환자 8만 71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스타틴이 심부전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대규모 연구이자 암 관련 예후를 평가한 첫 주요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를 주도한 홍콩대학 Kai-Hang Yiu 교수는 "치료 발전으로 인해 심부전 환자의 예후가 개선되고 수명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망 원인은 심혈관계에서 비심혈관계 사건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특히 암으로 인한 사망은 심부전 환자에게 중요한 비심혈관계 사건 중 하나다. 이에 심부전 환자의 암 관련 부담을 줄이는 관리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스타틴은 암세포 대사에 중요한 기전인 지질합성경로(mevalonate pathway)를 억제하는 효과를 포함해 항염증, 항산화, 면역조절 등의 메커니즘으로 암에 대한 화학적 예방효과를 가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틴군, 암 발생 위험 16%↓

이번 연구는 2003~2015년 심부전으로 홍콩 병원에 입원한 환자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스타틴 치료에 따른 암 발생 또는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평가했다. 

전체 환자 중 스타틴 복용군(스타틴군)은 3만 6176명, 스타틴 비복용군(비복용군)은 5만 926명이었다. 추적관찰은 암으로 진단 또는 사망하거나 2018년 말까지 진행됐다. 평균 나이는 76.5세였고 남성이 47.8%를 차지했다.

추적관찰 4.1년(중앙값) 동안 1만 1052명(12.7%)이 암을 진단받았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3863명(4.4%)이었다. 가장 일반적으로 확인된 암은 대장암, 위암, 폐암, 간암, 담도암 등이었다.

다변량 보정 후 분석 결과, 스타틴군의 암 발생 위험은 비복용군보다 16%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HR 0.84; 95% CI 0.80~0.89).

5년 누적 암 발생률은 스타틴군 7.9%, 비복용군 10.4%, 10년 발생률은 각 11.2%, 13.2%였다.

스타틴군의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비복용군보다 의미 있게 낮았다. 암으로 인한 10년 누적 사망률은 스타틴군 3.8%, 비복용군 5.2%였다.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스타틴군이 비복용군 대비 26% 낮았다(HR 0.74; 95% CI 0.67~0.81).

또 10년간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스타틴군 60.5%, 비복용군 78.8%로, 스타틴군이 상대적으로 38% 생존 혜택을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HR 0.62; 95% CI 0.61~0.64).

4년 이상 복용 시 암 발생·사망 위험 유의하게 감소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스타틴의 암에 대한 보호 효과는 복용 기간이 길수록 컸다.

3개월~2년 복용군과 비교해, 4~6년 복용군의 암 발생 위험은 18%, 6년 이상 복용군은 22% 낮았다. 단, 2~4년 복용군과의 위험 차이는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 분석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됐다.

3개월~2년 복용군 대비 4~6년 복용군의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3%, 6년 이상 복용군은 39% 낮았다. 2~4년 복용군의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통계적 유의성 없이 6% 낮은 경향성만 관찰됐다. 

아울러 성별, 연령, 알코올 섭취, 흡연, 당뇨병, 고혈압 등 여부에 따른 하위분석에서도 스타틴군이 일관되게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

Yiu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는 스타틴이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 또는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연관성은 스타틴 복용 기간에 의존적으로 나타났다"고 결론 내렸다.

"무작위 연구 필요…대규모 관찰연구인 점은 고무적"

단,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한계가 있어 향후 무작위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Yiu 교수는 "관찰연구로 진행됐기 때문에 스타틴이 심부전 환자의 암 발생을 확실하게 예방한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는 무작위 연구로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찰연구 결과만으로 의료진은 심부전 환자에게 암 예방을 위해 스타틴을 복용하도록 특별히 권장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스타틴 적응증에 해당하는 심부전 환자가 해당 약제를 복용하고 있는지 임상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결과가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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